中 정상회담보단 글로벌 기업에 관심
中 외국인직접투자(FDI) 큰 폭 감소
글로벌 기업 신중 접근 1+1 전략

[테크월드뉴스=서용하 기자] 중국 정부가 최근 자국의 경제위기를 풀기 위해 해외 기업들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 미소 지으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누리던 ‘세계의 공장’ 자리를 대체할 만한 국가가 바로 등장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기업들은 과도기적 무역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업인 만찬에 미국 재계 유력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시 주석은 만찬에서 미국 기업인들을 향해 "중국은 미국의 동반자이자 친구가 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업인 만찬에 미국 재계 유력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시 주석은 만찬에서 미국 기업인들을 향해 "중국은 미국의 동반자이자 친구가 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급해진 중국··· 미국서 글로벌 기업에 손짓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미국을 찾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회의를 맞아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지난 15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대만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시 주석은 정상회의 이후 기업인 만찬을 주재해 자국의 경제문제도 챙기는 모양새를 유지했다.

중국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기대치(7.3%)에 크게 못 미치는 6.3%에 그치면서 올해 목표치(5% 안팎) 달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쑨윈 연구원은 “중국인들에게는 내년 미국 대선으로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 올해가 마지막 관계 개선의 기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만찬 주재에 글로벌 CEO들도 큰 관심을 보여 화답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기업 임원들은 만찬 티켓을 확보하기 위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안간힘을 썼다.

블룸버그 통신은 많은 기업들은 아직까진 중국 시장이 매우 중요하고, 중국 입장에서도 경기가 둔화되고 자본 유출이 가팔라지고 있는 만큼 해외 기업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올해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 경제는 오히려 급속히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부동산 부분에서 채무위기가 불거지면서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심이 중국 경제에 드리워져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 경제는 오히려 급속히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부동산 부분에서 채무위기가 불거지면서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심이 중국 경제에 드리워져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미·중 무역전쟁 속 위기의 중국 경제

미국과 중국 간 갈등, 공급망 교란, 비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각종 정치적 변수까지 기업인들에게 중국은 더 이상 ‘진출’해야만 하는 국가가 아니다.

특히 코로나로 시작된 대규모 봉쇄 조치는 중국 경제에 치명적인 손실을 초래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강력한 제한 조치가 취해졌던 지역들은 중국 전체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해, 적게 잡아 월 손실 피해액은 460억 달러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려 중국 GDP의 3.1% 수준이다.

갈수록 높아지는 인건비도 중국의 고민거리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조사에 따르면 중국 제조기업 일반 종업원의 임금은 2012년 328달러(월급 기준)에서 2022년 607달러로 증가했다. 중국 일반 종업원의 임금(2022년 기준)은 베트남보다 2.2배, 인도보다 1.8배 높았다.

시장조사기관 윈드(WIND)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728억 위안으로, 작년 9월 대비 34.4% 감소했다. 윈드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4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중국 상무부가 발표하는 누적 FDI도 올해 1~9월 920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 대부분은 (미·중 갈등 국면에서) 중국 시장에 대한 대안이 없다"면서도 "훨씬 더 위험성이 높은 환경에서 기업을 운영하기 위한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 대부분은 (미·중 갈등 국면에서) 중국 시장에 대한 대안이 없다"면서도 "훨씬 더 위험성이 높은 환경에서 기업을 운영하기 위한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中 중요한 시장이지만 불안··· 차이나+1 전략 취해

중국이 누리던 ‘세계의 공장’ 자리를 완전히 대체할 만한 국가가 바로 등장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내 생산을 완전히 중단할 계획을 밝힌 곳은 미국 완구업체 해즈브로 등 일부에 불과하다.

중국의 가장 유력한 대체 국가로 꼽히는 인도도 철도, 항만 등 인프라스트럭처 분야가 중국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수출 핵심 인프라 중 하나인 항구를 보면 세계 30대 항구(물동량 기준) 중 인도에 위치한 곳은 한 곳도 없다. 반면 중국은 세계 10대 항구 중 5곳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가 중국에 필적하는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대중국 사업 전략이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탈동조화에서 탈리스킹으로 바뀌며, 중국을 위한 중국(China for China) 전략이 가장 선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중국 내 소비용 제품만 생산하도록 중국 사업장을 재편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이에 더해 기존과 같이 전적으로 중국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전략적인 대안을 찾아 '차이나 +1'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컨설팅기업 트리비움 차이나의 트레이 맥아버 컨설턴트는 파이낸셜타임스에 “글로벌 기업 대부분은 (미·중 갈등 국면에서) 중국 시장에 대한 대안이 없다”면서도 “훨씬 더 위험성이 높은 환경에서 기업을 운영하기 위한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팀 쿡 CEO는 아이폰15 시리즈 출시를 기념해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애플과 중국은 함께 성장해왔다”며 “우리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공생적인 관계였다”고 밝혔다. [사진=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웨이보]
팀 쿡 CEO는 아이폰15 시리즈 출시를 기념해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애플과 중국은 함께 성장해왔다”며 “우리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공생적인 관계였다”고 밝혔다. [사진=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웨이보]

① 애플,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에 가장 적극적

애플은 ‘차이나 +1’전략에 가장 적극적이다. 중국 공장을 유지하면서 인도나 동남아시아 국가 등 다른 지역에도 신규 생산기지를 세워 공급망을 다각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14 모델을 시작으로 올해 아이폰15 모델 일부도 인도에서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85%에 달하는 중국 아이폰 생산 비중을 줄이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다. 중국에서 만들던 맥북 역시 이르면 내년께 베트남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아일랜드에서도 일부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이 취하고 있는 전략은 ‘신중’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매출 기여도가 높기 때문이다. 중국과 대만 홍콩을 포함한 중화권 국가 매출은 전체 매출액의 약 20% 정도로 낮지 않다. 아울러 애플은 너무 빠르게 탈중국을 한다면 중국 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는 “연결된 쌍둥이” 같은 존재라면서도 인도에 대해서는 "인도는 전세계 어떤 나라보다 더 유망하다"고 치켜세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테슬라 상하이 공장]
일론 머스크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는 “연결된 쌍둥이” 같은 존재라면서도 인도에 대해서는 "인도는 전세계 어떤 나라보다 더 유망하다"고 치켜세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테슬라 상하이 공장]

② 테슬라, 중국 시장에 무게중심··· 인도 제2의 아시아 공장으로

테슬라는 중국 시장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으면서도 ‘제2의 아시아 공장’을 인도에 건설하는 방안을 놓고 인도 정부와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에 대용량 에너지 저장 장치, 즉 메가팩 생산공장을 건설할 것으로 보인다.

메가팩은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에서 발생하는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데 필요한 대용량 배터리 설비이다.

테슬라의 주력 산업인 전기차이지만 머스크는 매출의 약 5%를 차지하는 에너지 저장 및 배터리 부분을 확대해 전기차 매출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에너지 저장 부문은 중국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사업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테슬라가 중국의 비야디 등 중국 토종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번 상하이 메가팩 공장 설립을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가 필요했다는 얘기다.

테슬라는 인도 시장 진출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인도 중산층 계급이 성장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인도 정부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수입 전기차의 관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인도는 4만 달러(약 5천300만 원) 이하 수입차에는 70%, 4만 달러 이상 차량에는 10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지난 6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인도에 연간 5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기가팩토리 설립을 논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지난 3월 중국을 방문해 시안과 쑤저우의 반도체 공장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톈진의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했다. 여기엔 미·중 기술 패권 갈등의 핵심인 반도체 공장을 피하기 위한 삼성의 곤혹스러움이 묻어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지난 3월 중국을 방문해 시안과 쑤저우의 반도체 공장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신 톈진의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했다. 여기엔 미·중 기술 패권 갈등의 핵심인 반도체 공장을 피하기 위한 삼성의 곤혹스러움이 묻어 있다. [사진=삼성전자]

③ 삼성전자, 미·중 둘 다 포기 어려워

최근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는 미국에 집중돼 있다. 2021년 11월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홀로 미국을 방문해 170억 달러(약 23조 원) 규모의 투자 건을 직접 추진했고, 지난해 5월엔 2000억 달러(20년간)를 투자하겠다는 플랜을 미국 정부에 제안했다.

해당 투자비의 대부분은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삼은 비메모리 반도체, 특히 파운드리 사업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삼성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초석을 미국에 놓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 중 하나로 미국 정부의 압박과 지원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 가운데 대중 매출 비중은 30%에 이르고 메모리 반도체의 한 축인 낸드플래시의 절반도 중국에서 만든다면서 중국을 완전히 포기할 수 없다는 게 삼성전자의 고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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