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자동차 제조사들이 선호하는 운영체제, 구글
구글의 이유 있는 자동차 운영체제 점유율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와 함께 할 미래의 그늘

[테크월드뉴스=김준혁 기자] 자동차가 단순히 자동차인 시대는 끝났다. 과거와 같은 운송수단의 기능을 넘어선지 오래라는 뜻이다. 그 결과, 자동차는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전자기기 또는 스마트기기가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 운영체제의 중요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중요성과 별개로 운영체제를 직접 개발하는 제조사는 많지 않다. 이런 제조사들이 택하는 방법 중 하나는 운영체제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기업과 손을 잡는 것이다. 오늘날 자동차 운영체제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구글이 대표적인 경우다.

자동차 운영체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제조사들이 구글과 손을 잡고 있다. [사진=볼보자동차]
자동차 운영체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제조사들이 구글과 손을 잡고 있다. [사진=볼보자동차]

 

▶ 복잡해진 자동차의 기능과 함께 등장한 운영체제

본격적인 자동차 운영체제는 20여 년 전 BMW에 의해 소개됐지만, 당시는 제조사와 소비자 모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사진=BMW]
본격적인 자동차 운영체제는 20여 년 전 BMW에 의해 소개됐지만, 당시는 제조사와 소비자 모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사진=BMW]

자동차에 운영체제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이다. BMW가 2001년 iDrive라는 이름의 운영체제를 4세대 7시리즈에 탑재하면서부터였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자동차 운영체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자동차의 기능이 오늘날처럼 복잡하지 않았기에 운영체제는 오히려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결정적으로 운영체제의 완성도가 떨어졌다. 그래서 BMW 같은 고가의 프리미엄 자동차를 위한 옵션 정도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약 10년 전부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자동차에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과 여러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더해진 결과다. 자동차의 기능이 복잡해지고 고도화되기 시작하자 기존 방식으로는 이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없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자동차의 여러 기능을 통합할 수 있는 운영체제가 반드시 필요했다. 

운영체제는 소비자의 사용 편의성 측면에서도 중요했다. 제 아무리 자동차에 첨단 장비가 대거 탑재되더라도 소비자들이 쉽게 사용하지 못한다면 무의미했다. 운영체제 없이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각각 탑재된 수많은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배경 때문에 자동차에 운영체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해 모든 제조사가 공감했다.

 

▶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들이 선호하는 운영체제, 구글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은 직접 운영체제를 개발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고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은 직접 운영체제를 개발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고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오늘날 자동차 제조사들이 운영체제를 개발하거나 탑재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운영체제를 자체 개발하는 게 첫 번째 방식이다. 20여년 전 BMW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두 번째는 스마트폰 미러링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가 대표적인 예다. 

마지막 방식은 운영체제 전문 업체가 개발한 플랫폼을 탑재하는 형태다. 운영체제 개발 시기를 놓쳤거나 앞선 기술을 갖고 있지 못하더라도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꽤 많은 제조사들이 이 방식을 선호한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서두에 언급한 구글이다. 구글은 지난 2017년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라는 이름의 운영체제 플랫폼을 개발했다. 2014년 먼저 내놓은 스마트폰 미러링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오토를 넘어서 자동차에 직접 탑재하는 형태의 운영체제로서 선을 보였다. 

2017년 등장한 이후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는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사진=볼보자동차]
2017년 등장한 이후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는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사진=볼보자동차]

이후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는 빠르게 점유율을 높였다. 현재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 중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를 운영체제로 활용 중인 곳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많을 정도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스텔란티스, 포드, GM 등의 미국 자동차 빅3 그리고 볼보, 포르쉐, 아우디 등의 유럽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여기에 혼다, 르노-닛산 등의 일본 제조사가 있다. 

 

▶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의 이유 있는 점유율

운영체제 개발 시기를 놓쳤거나 자체 개발할 여력이 없는 제조사들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를 적극 활용 중이다. [사진=GM]
운영체제 개발 시기를 놓쳤거나 자체 개발할 여력이 없는 제조사들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를 적극 활용 중이다. [사진=GM]

구글이 이처럼 단 기간 내 자동차 운영체제를 장악할 수 있었던 비결은 꽤 단순하다. 구글이 자랑하는 여러 장점이 자동차에 그대로 이식된 덕분이었다.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랜 시간 익숙해진 구글의 서비스와 인터페이스를 자동차에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실제로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우리가 PC나 스마트기기 등에서 쓸 수 있는 구글의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기본적인 기능으로는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한 내비게이션, 구글 나우를 활용한 음성 명령 등이 있다. 그 외에도 구글 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앱을 자동차에 추가해 활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처럼 이미 여러 기기를 통해 익숙해진 구글의 서비스를 자동차에서 그대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의 최대 강점이다.

물론,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의 점유율이 높은 데에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 운영체제 개발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자동차 제조사가 제대로 된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데에는 수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비용이다.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운영체제 연구 개발에 투입하는 비용은 매년 1조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수년 동안 운영체제를 완성시키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의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확장성이다.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의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확장성이다.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이런 이유로 인해 제조사 입장에서 운영체제를 개발한다는 건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를 활용하면 이 모든 걸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의 존재가 더욱 반가운 것은 확장성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를 그대로 탑재하는 것이 아닌, 이를 기반으로 제조사 입맛에 맛는 변형과 추가적인 서비스의 탑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좋은 예가 볼보자동차코리아가 SKT와 개발한 티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구글 지도를 활용할 수 없는 국내 실정에 맞춰 새로운 운영체제를 개발한 것인데, 이 또한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를 기반으로 한다. 

 

▶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와 함께 할 미래의 그늘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의 활용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달콤한 유혹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사진=볼보자동차]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의 활용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달콤한 유혹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사진=볼보자동차]

물론,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제조사 입장에서 지금 당장 천문학적인 운영체제 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글과의 협업은 분명 달콤한 유혹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자체 운영체제의 미확보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오늘날 자동차의 하드웨어 완성도는 상향평준화 되고 있다. 다시 말해 자동차 그 자체만으로는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매력을 전달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필요한 게 자동차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 즉, 운영체제를 통한 차별화다. 자동차의 비슷한 하드웨어 기능을 재미있고 편리하게 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모두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같은 운영체제를 제공한다면 이 또한 소용없는 일이다. 제조사의 특징이 반영된 독자적인 운영체제이 필요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자체 운영체제를 갖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크게 뒤쳐질 수도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자체 운영체제를 갖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크게 뒤쳐질 수도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더욱 중요한 이유도 있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의 부가가치가 높다는 사실이다. 즉, 현재처럼 자동차의 하드웨어만 만들어서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체 운영체제를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개발했다. 그러나 대다수 제조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급한 마음에 구글과의 협업을 선택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러한 선택은 득이 아닌 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자동차 운영체제를 구글이 독점해나가려는 상황에 대해 업계 전문가는 “자동차 운영체제를 개발해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마치 오늘날의 스마트폰 시장처럼 굉장히 중요해졌다”며 “자동차 운영체제를 활용한 본격적인 서비스 제공 시점이 2024년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시기를 놓친 제조사들은 미래 경쟁에서 뒤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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