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가장 완성도 높은 자체 개발 운영체제, 테슬라 소프트웨어
전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넘어 자체 운영체제 개발을 진행 중인 현대차그룹
자체 운영체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기타 자동차 제조사들

[테크월드뉴스=김준혁 기자] 오늘날 자동차 운영체제(OS)는 전 세계 최대 빅테크 기업인 구글과 애플이 주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가 이미 단순한 운송수단을 넘어 일종의 전자기기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손쉬운 방법으로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구글과 애플의 도움을 받고 있다.

물론, 모든 제조사들이 같은 방식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일찍이 자동차 운영체제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개발한 곳이 적지 않다. 그 결과, 구글와 애플을 기반으로 하는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과는 확연히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 중이다. 미국의 테슬라, 독일의 주요 자동차 브랜드, 일본 토요타 그리고 대한민국의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좋은 예다.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동차 운영체제 개발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사진=테슬라]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동차 운영체제 개발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사진=테슬라]

 

▶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는 자동차 자체 운영체제 개발의 중요성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들이 구글과 애플의 힘을 빌려 운영체제를 활용 중이지만, 운영체제를 직접 개발하는 곳도 적지 않다. [사진=셔터스톡 이미지]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들이 구글과 애플의 힘을 빌려 운영체제를 활용 중이지만, 운영체제를 직접 개발하는 곳도 적지 않다. [사진=셔터스톡 이미지]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들이 운영체제를 직접 개발하는 대신 구글과 애플의 도움을 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개발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 같은 방식은 미래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오늘날의 자동차는 이미 여러 첨단 장비가 집약된 일종의 전자자기기에 가깝다. 때문에 자동차에 탑재된 여러 장비와 부품을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즉 운영체제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결정적으로 하드웨어의 완성도가 상향 평준화되는 상황 속에서 사용자에게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운영체제가 활용되고 있다.

이런 모습 때문에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매킨지는 운영체제를 포함한 자동차 소프트웨어 시장이 2019년 약 310억 달러(약 40조 원) 규모에서 2025년에는 약 600억 달러(약 78조 원), 그리고 2030년에는 무려 830억 달러(약 10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은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자체 운영체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이 운영체제를 직접 개발하는 것은 단순히 미래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만은 아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운영체제를 직접 개발할 경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초기 개발 비용은 적지 않지만, 운영체제를 장기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할 때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이유는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의 구글과 애플이 그러는 것처럼 완성도 높은 운영체제를 개발해 타사에 판매할 수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직접 개발한 운영체제를 오픈소스화 해 자동차 전체 운영체제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나갈 수도 있다. 


▶ 현존하는 가장 완성도 높은 자체 개발 운영체제, 테슬라 소프트웨어

오늘날의 전기차 시대를 이끈 테슬라는 운영체제 분야에서도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사진=테슬라]
오늘날의 전기차 시대를 이끈 테슬라는 운영체제 분야에서도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사진=테슬라]

테슬라가 지금의 전기차 시대를 이끈 주역이라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테슬라는 전에 없던 방식으로 전기차를 개발해 자동차 패러다임을 바꿨다. 테슬라의 혁신은 비단 전기차의 하드웨어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테슬라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전기차를 개발하면서 운영체제까지도 직접 개발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테슬라 소프트웨어다. 

테슬라 소프트웨어는 자사 전기차의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방식부터 남다르다. 기존의 자동차 운영체제는 엔진, 변속기, 자세제어장치 등 각 부품이나 부분별로 각기 다른 운영체제를 사용했다. 따라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적인 제어가 어려었다. 그러나 테슬라는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을 통합했다. 그 결과, 자사 전기차에 하드웨어적인 문제가 생겼을 경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하다. 

테슬라의 운영체제인 테슬라 소프트웨어는 자동차의 하드웨어를 통합 제어할 뿐만 아니라 독특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사진=테슬라]
테슬라의 운영체제인 테슬라 소프트웨어는 자동차의 하드웨어를 통합 제어할 뿐만 아니라 독특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사진=테슬라]

테슬라 소프트웨어의 또 다른 특징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했다는 데 있다. 테슬라 이전에도 자동차 내부에 터치스크린을 적용해 각종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방식을 제공한 경우는 있었다. 그러나 테슬라처럼 모든 기능을 터치스크린에 완전히 통합하는 경우는 없었다.

이런 방식이 가능했던 것은 자동차의 모든 기능을 완벽히 제어할 수 있도록 운영체제를 자체 개발했기 때문이다. 너무나 급진적인 방식인 탓에 초기에는 불편하다는 불만도 많았지만, 이제는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들이 테슬라 소프트웨어처럼 터치스크린 기반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 중이다. 

이처럼 테슬라는 자동차 제조 분야의 후발 주자라는 약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전통적인 제조사들을 압도하고 있다. 이런 자신감 때문인지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테슬라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화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같은 모습에 대해 자동차 업계는 오늘날의 구글과 애플이 그러는 것처럼 미래 자동차 운영체제 시장의 패권을 가져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하고 있다.

 

▶ 전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넘어 자체 운영체제 개발을 진행 중인 현대차그룹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앞서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운영체제 자체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앞서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운영체제 자체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오늘날 현대자동차그룹 산하의 제네시스, 현대자동차, 기아는 직접 개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과거부터 현대차의 블루링크, 기아 UVO와 같은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자체 개발해 운영하며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상당한 노하우를 쌓아 왔다. 여기에 최신 커넥티비티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접목해 오늘날에는 전 세계 자동차 중에서도 완성도 높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자동차 전체의 하드웨어 기능을 통합 제어하는 운영체제와는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다. 물론, 지금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도 자동차의 일부 기능을 제어하거나 설정을 바꿀 수는 있다. 그러나 자동차의 문제를 진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의 운영체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그 어떤 제조사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운영체제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진행 중이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그 어떤 제조사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운영체제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진행 중이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동력계, 전자장비, 자율주행 시스템 등을 일괄 제어하는 통합형 운영체제 개발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글로벌소프트웨어센터인 포티투닷을 2022년 8월 인수한 뒤 약 1조 원을 투자한 상황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5년까지 약 18조 원을 추가 투자해 자동차 전용 운영체제 개발을 완성한다는 목표도 내놨다. 아직까지 현대차그룹이 자체 개발할 통합형 운영체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멀지 않은 시일 내 현대차그룹의 통합형 운영체제의 이름, 대략적인 기술 정보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체 운영체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기타 자동차 제조사들

폭스바겐은 현재 제공 중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넘어 2025년 통합협 운영체제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폭스바겐]
폭스바겐은 현재 제공 중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넘어 2025년 통합협 운영체제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폭스바겐]

앞서 언급한 테슬라와 현대차그룹 외에도 자체적으로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곳은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곳으로는 폭스바겐이 있다. 독자적인 운영체제 플랫폼인 WV.OS를 개발을 진행 중인 폭스바겐은 오는 2025년 출시될 신차에 해당 운영체제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현 시점에서 VW.OS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운영체제를 통해 자동차의 모든 기능을 통합 제어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폭스바겐의 운영체제 개발이 주목을 받는 것은 해당 운영체제가 단순히 폭스바겐 하나의 브랜드에만 탑재되는 것이 아닌, 폭스바겐그룹 내 여러 브랜드에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폭스바겐그룹 내에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부가티, 벤틀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아우디를 비롯해 세아트, 스코타 등이 속해 있다. 따라서 폭스바겐이 VW.OS 개발을 마무리해 그룹 내 전체 브랜드에 적용할 경우 순식간에 자동차 운영체제 시장의 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그동안 자동차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뒤쳐져있던 토요타는 아린이라는 운영체제를 개발해 라이선스 수익을 창출할 예정이다. [사진=토요타]
그동안 자동차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뒤쳐져있던 토요타는 아린이라는 운영체제를 개발해 라이선스 수익을 창출할 예정이다. [사진=토요타]

반면, 지금의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은 새로운 자동차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로의 전환도 다른 국가의 제조사들에 비해 늦은 편이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큰 두각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일본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토요타는 물 밑에서 통합형 운영체제 개발을 바쁘게 준비해 왔다. 지난 2018년 소프트웨어 자회사인 우븐플래닛홀딩스를 설립해 운영체제 개발을 진행한 게 대표적인 예다.

현재 토요타가 자체 개발 중인 운영체제는 '아린'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2025년 출시될 신차에 아린 OS를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토요타의 아린은 자동차의 주행과 관련된 모든 부분을 통합 제어한다는 점에서는 기존 운영체제와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러나 토요타는 아린을 상용화한 뒤 이를 제휴 관계에 놓인 업체와 제조사들에게 제공해 라이선스 수입을 올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뒤늦게 자동차 운영체제 개발에 뛰어든 상황을 만회하기 위한 토요타 나름의 전략인 셈이다.

이처럼 자동차 제조사들이 앞다퉈 자체적인 운영체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더이상 과거처럼 자동차만을 잘 만들어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는 막을 내렸으며, 소프트웨어까지 함께 개발할 수 있는 곳만이 다가올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의 관계자는 “자동차 하드웨어의 패러다임이 전기차로 바뀌고 있다면, 자동차 소프트웨어 쪽은 자율주행, 그리고 통합협 운영체제로 옮긴 지 오래다”라며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쳐지는 자동차 제조사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절대 살아 남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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