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국, 체계적 거버넌스로 공급망 구축
컨트롤 타워 역할 부재와 인력 문제 지적돼

[테크월드뉴스=박예송 기자] 배터리 산업이 점점 커지면서 핵심광물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법안을 통해 광물 확보와 공급망 구축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특정국가에 대한 광물 수입 의존도를 50% 줄이고 재자원화를 20%까지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공급망 구축에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및 안정적 확보방안 세미나 [사진=박예송 기자]
전기차 배터리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및 안정적 확보방안 세미나 [사진=박예송 기자]

 

▶석유시대 가고 광물시대 온다

기후 변화 현상으로 인해 많은 국가들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는 핵심광물의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다. 핵심광물은 공급의 위험이 있고 공급중단 사태가 벌어졌을 경우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광물을 말한다.

실례로 전기차 배터리 핵심광물인 니켈 생산 1위인 인도네시아는 2020년부터 니켈을 원광 형태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에 국제통화기금 IMF는 인도네시아 관련 보고서에 “니켈 등 원자재 수출을 금지하는 것은 다자간 무역시스템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탄소 기반의 인프라에서 탄소 없는 인프라로 완전히 바뀌어야 하는데 이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등에 쓰이는 광물 자원을 필요로 하면서 핵심광물을 확보하기 위한 공급망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광물 확보에 진심인 유럽과 미국, 컨트롤 타워 명확

EU는 전략 원자재 공급 안정화와 관련 전략 프로젝트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핵심원자재법(CRMA)의 입법을 추진했다. 전략 원자재의 역내 채굴·생산(10%), 정제·가공(40%), 재활용(15%) 비중 목표를 설정하고 각 단계별로 단일 수입국 의존도를 65%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다.

CRMA에서 주목할 점은 전략 프로젝트 개발이다. EU내에서 공급망 강화를 위해 특정 프로젝트에 투자를 진행하고 광물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전략 프로젝트로 지정되면 행정·재정 지원 혜택 등을 우선적으로 적용한다.

이런 전략의 중심에는 EU핵심원자재이사회가 존재한다. CRMA 상에 명시가 돼 있는 의사결정기구로 광물 채굴, 모니터링, 전략적 비축, 제3국과의 전략 프로젝트, 자금 지원 등을 조율한다.

미국의 거버넌스는 백악관을 중심으로 각 부처가 유기적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2월 미국의 공급망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100일 동안 4대 핵심 분야 공급망을 검토하고 체계적인 공급망 전략을 수립하는 명령으로 각 부처가 공급망 안정화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제시했다. 보고서에는 이행 권고 사항, 구체적인 이행 계획, 담당 기관 등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최근에는 범부처 핵심광물 신속대응법이 의회에 발의돼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법안도 핵심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모든 부처들이 모여 협력해야 한다는 골자를 담고 있다.

EU 거버넌스 체계 [출처=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발표자료 갈무리]
EU 거버넌스 체계 [출처=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준혁 박사 발표자료 갈무리]

 

▶전 세계적 변화에도 국내 노력 부족해

한국은 EU의 원자재전문위원회나 미국과 같은 강력한 거버넌스 체계가 부족하다. 공급망 위기가 닥쳤을 때 대응하기 위한 의사결정기관이 존재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수행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탐사개발연구센터 박준혁 박사는 “미국의 범부처 핵심광물 신속대응법 및 EU의 핵심원자재위원회 등에 대한 벤치마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컨트롤타워 외에 정책의 주안점도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다. EU의 산업정책은 환경보호 및 인권문제를 포함한 지속가능한 발전이 핵심인 반면 한국의 정책적 설계는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집중돼 있다. 경제 안보상 가치를 공유하는 핵심 파트너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제고가 필요하다. EU의 정책목표 및 배경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함께 환경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형성해야 한다.

또한 인력양성에 대한 문제가 지적된다. 단순히 많은 인력을 키우는 공급중심의 정책설계가 아닌 현실적으로 임금 등의 개선을 통한 수요 관점의 체질 강화도 필요하다. 즉 많이 양성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산학협력을 통해 ‘실제로 일하고 싶은’ 산업의 모습으로 빚어 나가야 한다.

특히 배터리 산업 특성상 국내 및 현지 공장을 운영할 숙련 인력 채용이 필요한데 현재 인력 양성에 대한 계획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안보실 경제안보팀 조성훈 부연구위원은 “숙련인력의 양성은 2-6년 이상의 시차를 두고 이뤄지기 때문에 일자리 근로조건의 불확실성 및 시장 상황에 대한 담보없이 수급 불균형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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