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전기차 핵심 광물 격전지로 부상
세계 각국 관련 업체 아프리카 공략
정부, 아프리카 국가와 산업 협력 총력

[테크월드뉴스=서용하 기자] 아프리카가 전기차 배터리 광물 전쟁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에 코발트·니켈·리튬 등 핵심 광물이 풍부해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 까닭이다. 배터리 산업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관련 업체가 아프리카 광물 쟁탈전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아프리카에 시급히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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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탈 중국 흐름 속 전기차 핵심 광물 격전지로 부상

중국 정부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응해 지난달 1일부터 반도체 핵심 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에 나섰다.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문제는 조만간 중국이 전기차 시장에도 칼을 빼 들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의 모터에 사용되는 네오디뮴 자석 등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광물이 많은 까닭인데, 전문가들은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이 수출 규제 등을 시작하면 일본과 미국, 유럽에 전기차 보급 족쇄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이에 전기차 배터리 관련 업체들은 중국을 대체할 배터리 공급망 확보를 위해 지금까지 꺼리던 아프리카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재계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아프리카 지역 핵심 광물 부존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 등에 따르면 전 세계에 있는 광물 중 30% 이상이 아프리카에 매장돼 있다.

주요 광물로는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의 코발트·탄탈룸, 보츠와나의 다이아몬드, 가나·남아공·수단의 금, 기니의 보크사이트, 잠비아의 구리, 나미비아의 우라늄, 라이베리아의 철광석,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의 백금 등이다.

특히 전기차용 배터리 등에 많이 들어가는 코발트·니켈·리튬 등이 많다는 점이 주목된다.

아프리카는 짐바브웨, 나미비아, 가나, 콩고민주공화국, 말리 등 대륙 전역에 리튬을 보유하고 있다.

매장량으로는 DR콩고가 아프리카 1위지만 짐바브웨는 호주, 칠레, 중국, 아르헨티나, 브라질에 이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리튬 생산국이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은 짐바브웨가 지금까지 발견된 리튬 광산을 모두 채굴하면 세계 수요의 20% 이상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밖에 핵심 광물로 분류되는 흑연 매장량도 상당 수준 아프리카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상당량의 니켈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부룬디와 탄자니아 서부 지역은 산화광보다 공정이 쉬운 황화광 매장량이 풍부해 산화광 부존량이 높은 세계 니켈 생산량 1위 인도네시아에 비해 생산에 유리한 이점이 있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한다. 우선 아프리카 국가의 자원민족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일례로 짐바브웨는 지난해 12월 리튬 수출을 금지하면서 외국 기업이 자국에서 광물을 처리하도록 했다.

또한 아프리카에는 숙련된 노동자와 기반 시설이 부족하고 일부 국가는 정부가 부패해 있어 광물 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중국이 아프리카 광산 개발에 앞서 투자한 상황이라 투자 대비 수익이 높을지도 의문이다. 중국은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로 아프리카 국가들과 협력 관계를 맺으며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특히 중국은 2018년부터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벌어지자, 아프리카 국가들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며 광물자원까지 손길을 뻗치는 중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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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각국 관련 업체 아프리카 현지 공장 앞다퉈 설립

국내 기업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모로코에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LG엔솔은 지난 4월 중국 리튬 화합물 제조업체 야화와 아프리카 모로코에서의 수산화리튬 생산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모로코는 미국, EU(유럽연합)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다. LG엔솔은 모로코 공급망 구축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EU 핵심원자재법(CRMA) 대응력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일본 정부도 아프리카 광물 확보에 돌입했다. 일본 정부는 잠비아, 콩고민주공화국,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3개국과 함께 광물 탐사·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 국가에는 구리, 코발트, 니켈, 리튬, 아연 등이 매장돼 있다.

잠비아에서는 코발트, 구리, 니켈을 공동 탐사하고, 콩고에서는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의 지원을 받아 구리와 리튬 탐사를 확충한다. 일본 정부는 현지 인재 육성을 통해 기술 제휴도 맺을 계획이다.

일본 언론은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 중인 전기차 핵심 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시도로 정부의 의지가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서구 광산업체도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다양화를 위해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구 광산업체가 지금까지 꺼리던 아프리카 현지 공장 설립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고 지난 16일 보도했다.

서구 광산업체는 아프리카 현지에서 채굴한 광물을 정제해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하기 위한 가공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호주 광산기업 BHP는 미국의 라이프존 메탈스와 공동으로 탄자니아에 1억 달러(약 1300억 달러)를 투입해 니켈 정제공장을 건설 중이다. BHP는 아프리카에 가공 공장을 건설해 2026년부터 미국 등지에 니켈을 수출할 예정이다.

영국의 투자펀드인 ‘비전 블루 리소시스’는 마다가스카르의 흑연 정체 공장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잠비아에 코발트 정제 공장도 짓고 있다. 해당 공장은 내년 말 완공 예정인데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가 될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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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아프리카 국가와 산업 협력 네트워크 구축 총력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5일 아프리카 국가 등 7개국과 함께하는 경제동반자협정(EPA) 과 관련, 대국민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산업부는 올해 상반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연구기관을 통해 ▲케냐 ▲탄자니아 ▲모로코 ▲태국 ▲파키스탄 ▲세르비아 ▲도미니카공화국 등 7개국과 EPA 체결에 따른 경제적 타당성 평가를 진행한 바 있다. 평가에서 수출시장 확대 및 핵심 광물·자원 공급망 안정화 등이 기대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노건기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이날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공청회 개회사를 통해 “21건의 FTA를 통해 59개국과 통상 네트워크를 구축한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에는 성장 잠재력이 높고 상호 호혜적 협력 수요가 많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제동반자협정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미국, EU 등도 아프리카 국가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통상협정 체결 및 정상급 협의체를 운영 중”이라며 “EPA 추진국이 지역별 거점국인 만큼 협정 체결 시 주변국으로 우리 영향력을 확대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짐바브웨와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5월 대통령 특사로 짐바브웨를 방문해 음낭가과 짐바브웨 대통령을 만나 TIPF 체결을 제안한 바 있다.

TIPF는 양국의 무역·투자 촉진을 위한 전략적 경제협력 기반을 구축하는 내용을 담은 통상협력이다.

안 본부장은 “한-짐바브웨 TIPF는 한국과 아프리카 간 광물자원 공급망, 산업 협력 네트워크 구축의 첫 번째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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