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뉴스=노태민 기자]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확대되며 주요 제조국의 지원정책도 구체화되고 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미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됐으며, 유럽연합(EU), 중국 등도 반도체 산업 육성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우리 정부도 반도체 산업 육성 및 강화를 위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발표했다.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및 파운드리 산업을 육성 및 강화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25일(현지시간) 반도체 산업 육성 법안 토론에 대한 종결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총 520억 달러(약 68조 21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해 자국 내 반도체 생산 기반 확대에 나선다. 투자금의 상당 부분은 공장 건설 지원에 사용된다.
미 의회는 지난해부터 중국의 경제적 위협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법안을 상원과 하원에서 발의해 추진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의 이견으로 법안 발의에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인텔과 삼성전자 등 지원 법안 및 투자를 종용하는 의견이 거세지면서 미 의회는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 지원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별도로 입법을 추진했다.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의 표심 공략을 위한 법안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인텔과 대만의 TSMC, 텍사스에 공장을 증설키로 한 삼성전자 등에 수혜가 예상된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며 발표한 5개년 계획을 지속하며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최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ASML DUV(심자외선) 장비 중국향 수출 제한 요청에 “미국의 행태는 전형적인 기술 테러리즘이다”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은 2020년 미국의 반도체 제재 이후,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육성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 중장기 목표(14차 5개년 계획)’에서 중국 정부는 반도체를 7대 핵심 육성 기술 중 하나로 선정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약점인 설계 소프트웨어, 고순도 소재, 중요 제조 장비 및 제조 기술, MEMS, 탄화규소(SiC), 질화갈륨(GaN) 등 육성을 위해 연구개발비를 매년 7% 이상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등을 강화하고 있다.
EU는 지난 2월 ‘EU 반도체법(EU Chips Act)’를 발표하며 유럽 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430억 유로(약 57조 4600억 원)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글로벌파운드리스가 프랑스에 합작투자하기로 한 반도체 제조 공장은 인텔의 독일 반도체 제조 공장에 이어 두번째로 유럽 반도체 법안에 따른 보조금을 받게 된다.
EU의 반도체법이 통과될 경우, TSMC나 삼성전자 등과 같은 대형 반도체 기업의 유럽 공장 유치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도 반도체 산업 육성 및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 장관은 21일 경기 화성에 있는 반도체 소재기업 동진쎄미켐에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발표했다.
이 장관은 이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을 중심으로 2026년까지 계획된 340조 원 투자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정부가 전폭적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대규모 공장 신·증설이 진행 중인 경기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의 용인클러스터 건설에 드는 전력·용수 등 필수 인프라 구축을 국비로 지원한다. 또 반도체 단지 용적률을 350%에서 490%로 최대 1.4배 늘린다.
대기업의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6~10%에서 중견기업과 같은 8~12%로 2% 높인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3% 수준인 시스템 반도체는 전력, 차량용,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R&D를 집중 지원해 현재 3% 수준인 시장 점유율을 2030년 10%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전력 반도체 4500억 원, 차량용 반도체 5000억 원, AI 반도체는 2029년까지 1조 2500억 원을 지원한다.
특정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위험이 커진 소재·부품·장비 자립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30% 수준인 자립화율은 ‘추격형 국산화’에서 ‘시장 선도형’ 기술 개발 비중을 확대해 2030년 50%로 올린다.
이창양 장관은 “산업 현장이 계속 진화하듯, 이번 정책 발표가 반도체 산업 발전 전략의 완결은 아니다”며 “앞으로 업계와 관련 대책을 지속 보완함으로써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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