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스마트폰 등 분야에서 지속적인 기술 우위 확보에 난항

[테크월드뉴스=신동윤 기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분야 전략은 항상 ‘초격차’라는 단어를 앞세워 왔다. 단순히 격차가 나는게 아니라,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차이로 앞서 나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이 전략이 계속 통용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심지어 벌써부터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최신 휴대폰 갤럭시 S22에서 GOS(Game Optimizing Service) 기능이 큰 논란에 휩싸였다. 이 기능은 특정 애플리케이션 실행시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PU나 GPU 성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해상도와 화면 리프레시 레이트까지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일부 게임은 구글스토어에서 구입할 경우와 삼성전자의 자체 앱 스토어에서 구매할 경우 다른 옵션을 적용하면서 자체 앱스토어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렇게 성능을 제한할 경우 최신 갤럭시 S22 스마트폰이 중급기만도 못한 성능을 보이는 아이러니한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성능 측정을 위한 벤치마크 프로그램은 이런 GOS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벤치마크 프로그램에서는 높은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사건을 많은 소비자들은 애플의 배터리게이트와 비교하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보면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사건인 디젤게이트와 더 유사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기술의 삼성’이 무너지고 구멍난 기술 장벽을 비도덕적인 방법으로 메꾸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GOS 이슈로 논란에 휩싸인 삼성전자의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2.
GOS 이슈로 논란에 휩싸인 삼성전자의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2.

 

낮은 수율에 발목잡힌 삼성전자

그렇다면 삼성은 도대체 왜 이런 무리수를 둔 것일까. 아니 둘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를 MX 사업부만의 잘못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갤럭시 S22에 들어가는 AP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88로 현재 삼성전자와 TSMC에서 4나노미터(nm) 공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에서 만든 AP의 낮은 수율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낮은 수율로 인한 물량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제품의 품질이 균일하지 않으며, 제품에 따라 성능 편차가 약 20%까지도 나고 있다. 이로 인한 발열과 성능 저하 문제를 감추기 위해 아예 모든 제품을 최저 성능을 기준으로 맞췄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애초에 퀄컴은 삼성전자에 4nm AP를 전량 위탁생산하고자 했으나, 삼성전자에서 제품의 수율이 35% 수준에 불과해 결국 물량 확보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TSMC에도 나눠 맡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퀄컴은 심지어 차세대 3nm 제품은 아예 전량 TSMC에서 위탁생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엔비디아 등 다른 고객 또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RTX30을 8nm 공정을 앞세워 전량 수주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9월 출시 예정인 RTX40 시리즈는 TSMC가 수주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의 5nm 공정의 수율에 대한 믿음이 깨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퀄컴에 이어 엔비디아까지 잃을 경우,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이미 독식하고 있는 TSMC를 삼성전자가 따라갈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질 것이다.

낮은 수율로 제품에 따라 편차가 발생하고 있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88.
낮은 수율로 제품에 따라 편차가 발생하고 있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88.

 

3nm, 2nm 공정으로 첨단화 시도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이 2017년 대비 1.8배 확대됐으며, 2026년까지 3배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생산 능력을 갖춤과 별개로 고객 확보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다. 현재 5~7nm 첨단 공정에서 10대 고객사는 애플과 퀄컴, AMD, 엔비디아, 인텔, 자일링스, 브로드컴, IBM, 미디어텍 등이다. 이 중 퀄컴과 엔비디아, IBM, 삼성전자까지 포함할 경우 4개 업체만 삼성전자의 첨단 공정 파운드리에 발주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더구나 퀄컴과 엔비디아는 TSMC에도 발주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삼성전자를 버리고 TSMC로 발주처를 갈아탈 수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가 TSMC를 추격하기 위한 비장의 무기라고 밝힌 3nm GAA(Gate-All-Around) 양산 계획도 예정에 비해 지연됨에 따라 삼성전자가 TSMC에 대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GAA 공정은 기존의 핀펫(FinFET) 공정에 비해 전력 관련 효율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다. 하지만 공정 비용이 높고 안정화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안정화와 검증도 거치지 않은 신공정으로 삼성전자에게 발주하는 위험을 부담할 업체는 사실상 없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삼성전자도 올해 상반기 3nm 공정, 그리고 2025년에는 2nm 공정으로 공정을 지속적으로 첨단화함으로써 지난해 100개 정도인 파운드리 고객사를 2025년까지 300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이 성공하려면 빠르게 공정을 안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7nm EUV 공정 이후 수율과 안정화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다면 TSMC와 격차를 좁히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시 도전자 정신으로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굉장히 오랜 기간 삼성전자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고수해 왔다. 이는 선두 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기술 개발에 올인하는 전략이었고, 이로 인해 ‘기술의 삼성’이라는 명성을 쌓기에 충분한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더 이상 쫓아갈 선두 기업이 없어지면서 초격차로 대변되는 삼성전자의 전략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 오히려 새로운 기술 개발보다는 원가절감이나 마케팅 강화 등을 통한 수익 확대에 치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결론적으로 삼성전자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내부에서부터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1995년 삼성전자의 고 이건희 회장은 당시 애니콜 휴대전화가 생산량 확대에 치중하다가 불량률이 11.8%까지 치솟자, 당시 가치로 150억 원어치의 휴대전화 15만대를 부수고 불태우는 화형식을 거행하며 품질 경영을 지시했다.

과연 삼성전자가 다시 한번 ‘기술의 삼성’, ‘품질 경영’을 기치로 내세우면서 파운드리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1995년 삼성전자 이건희 전회장의 지시로 이뤄진 애니콜 화형식.
1995년 삼성전자 이건희 전회장의 지시로 이뤄진 애니콜 화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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