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등 잇따라 진출

[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국내 최대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오랜 기간 축적해온 배터리∙차량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사업 등 배터리의 전체 생애주기를 관리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배터리 관리 서비스(BaaS∙Battery-as-a-Service)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기차(EV)용 배터리가 EV용으로 수명을 다해도 10년 이상 추가로 70~80% 효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폐배터리를 안전성과 잔존가치 분석 후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사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1월 LG에너지솔루션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폐배터리 처리 방법의 하나인 재사용(Reuse)은 기존 용량보다 70~80%가량 줄어든 폐배터리를 ESS나 캠핑용 충전기 등으로 다시 쓰는 것을 말한다. 재활용(Recycle)은 폐배터리를 분해한 뒤 니켈(Ni)과 코발트(Co), 망간(Mn) 등 주원료를 추출하는 방식을 뜻한다.

성일하이텍, 배터리 재활용으로 지난해에만 1713억 매출 기록

이 가운데 배터리 업계의 관심은 재사용보다 재활용에 있다. 재활용은 배터리를 분말로 만든 뒤 황산(sulfuric acid) 용액을 섞어 금속을 추출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국내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진 곳으로 꼽히는 업체는 성일하이텍이다. 성일하이텍은 지난해 관련 사업 부문(2차전지 원료 제조)에서 171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성일하이텍에 따르면 회사는 사용된 Co의 90~95%, 리튬(Li)은 70~80%를 회수할 수 있다. EV 10만대가량에 해당하는 폐배터리를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업계에선 EV 폐배터리 1개 가치가 100만 원가량에서 최근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원자재 값이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한국 광해공업단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Ni 값은 99%, Co는 54%, 탄산리튬(LiCO₃) 가격은 500% 폭등했다. EV에 주로 쓰이는 배터리엔 Ni와 Co, LiCO₃가 각각 36㎏, 12㎏, 7.4㎏씩 사용되는데 이를 모두 추출하면 300만 원어치의 가치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배터리 재활용 기업들, 관련 업체와 협력해 공급망 만든다

업계에선 향후 2~3년 동안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에 따라 선도 기업의 순서가 정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일 현재 대표적인 배터리 재활용 기업은 캐나다 라이사이클(Li-cycle)과 미국 레드우드 머티리얼스(Redwood Materials)다. 

라이사이클은 지난해 16억 달러(약 1조 9432억 원) 규모로 스팩(SPAC·기업 인수 목적 회사) 상장한 업체다. 지난해 5월 LG에너지솔루션과 미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라이사이클과 EV 회사–배터리 회사–재활용 회사 간 협력을 약속했다. 이날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이 라이사이클에 가진 지분은 2.6%다. LG에너지솔루션은 라이사이클로부터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Ni 2만톤(t)을 10년간 공급받을 예정이다.

테슬라 최고기술자(CTO) 출신이 창업한 레드우드는 지난 2월 볼보자동차와 배터리 재활용 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7월 일본 닛케이 아시아판에 따르면 레드우드는 세계 3위 배터리 공급사인 파나소닉과도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라이사이클과 레드우드가 관련 업체와 협력하는 이유는 배터리를 회수하고 재활용하며 재순환하는 공급망을 만들기 위해서다. 

리튬 이온 배터리(LIB)는 세계적인 쇼티지(공급 부족)를 겪고 있다. 지난 1월 영국 로이터통신은 해당 배터리를 사용하는 EV의 생산이 증가하며 수요가 급증했지만 서방국가들이 세계 1위 LIB 생산국인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앞다퉈 광산을 만들자 글로벌 쇼티지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미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세운 합작 법인인 얼티움 셀즈는 지난해 5월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라이사이클과 폐배터리 재활용 계약을 맺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미국이 배터리 소재 광물 내재화 프로젝트 추진하는 이유

서방국가들 가운데 특히 수요가 많은 나라는 미국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일(현지 시간) 미국 NBC방송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무 권한까지 내세우며 배터리 소재 광물 내재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외에 의존하던 배터리 소재 광물들을 미국에서 생산하기 위해서다. 

해당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전체 차량의 절반을 EV로 만드는 계획에서도 중요한 안건이다. 4일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40일을 맞은 가운데 전쟁 뒤 해외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도 프로젝트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다. 중국과 긴장이 고조되며 미국 의회에서도 정부에 빠른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희귀 광물인 Li·Co·Ni는 예전부터 수요보다 공급이 딸리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쇼티지에 광물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다 EV 보급속도가 빨라지자 지난 1월 국제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는 내년 LIB의 수요·공급 격차가 올해보다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해당 배터리의 생산량은 각각 58만 8000t, 73만 6000t으로 예측되며 같은 기간 예상 수요는(2022년 68만 9000t, 2023년 90만 2000t) 공급보다 많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해도 배터리 소재 광물을 무한하게 파낼 수 없다는 점에서 재활용 방식이 갈수록 각광받고 있다. 과거에도 LIB의 재활용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용 문제로 구리(Cu)와 Co·Ni 정도만 회수돼 왔다.

Li 값 상승에 폐배터리 재활용 경제성↑

이런 가운데 Li 값이 오르자 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경제성이 커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리튬 채굴에 관한 환경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 2월 미 시장조사업체 알리드마켓리서치는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2020년 111억 달러(약 13조 원)에서 2030년 666억 달러(약 81조 원)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당 산업의 성장으로 현재 LIB 업계를 양분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과 리튬인산철(LFP)의 시장구도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재활용이 어렵고 수명·용량·출력이 떨어지지만 싸고 안전해 중국기업들이 많이 생산(시장 점유율 90%)하는 LFP 배터리 대신 국내 업체들이 만드는 NCM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미국 테슬라와 리비안, 독일 폭스바겐 등은 자동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LFP를 채택 중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2일 에너지 시장조사기업인 우드 매켄지는 해당 시장에서 LFP가 차지하는 비중이 오는 2028년 NMC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의 성장은 한국 정부가 뒤늦게나마 배터리 재활용 기준을 수립하는 데도 영향을 줬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국가기술표준원(KATS)은 며칠 전 관련 용역에 착수해 배터리의 생산과 리사이클 등에 도입할 수 있는 표준을 수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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