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단계지만 글로벌 선점 가능성

[테크월드뉴스=이재민 기자] 5세대 이동통신인 5G는 방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전송하고 실시간으로 모든 것을 연결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다. 5G는 사람과의 음성·데이터 통신을 넘어 제조와 미디어, 자동차, 의료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구현할 수 있다. 5G의 핵심인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이 다양한 산업 분야와 융합되면서 세계 5G 관련 산업 규모가 2026년 1161조 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주요 선진국은 5G 상용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기업용(B2B) 5G 서비스 구축에 힘쓰고 있다. B2B 5G 서비스를 활성화하려면 5G 모듈이 꼭 필요하다. 개별로 존재하던 전자기기들은 5G 모듈을 통해 5G망에 접속하고, 기업은 이를 통해 5G망을 활용한 제품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5G 모듈은 전자기기가 5G망에 접속해 통신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부품이다.

5G 모듈은 모뎀칩을 핵심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무선주파수(RF) 안테나, 메모리 등을 인쇄회로기판(PCB)에 조합한 기능 집합형 부품이다. 5G 모듈은 로봇과 센서, CCTV 같은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탑재돼 통신과 데이터 처리를 위한 연산장치 역할을 한다. 5G 모듈은 5G망에 접속해 기기에 대한 명령을 제어하고 데이터를 전송한다.

5G와 IoT는 바늘과 실 같은 관계다. 5G의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기술이 IoT에 최적화됐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IoT 패권 다툼에서 5G가 핵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5G 네트워크에서는 IoT 구현에 결정적인 걸림돌인 기존 네트워크의 고질적인 속도 지연과 단절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IoT 모듈 출하량은 2020년 3분기보다 70% 증가했다. 전체 매출은 15억 달러(약 1조 8000억 원)를 넘어섰다. IoT 모듈 중 5G 모듈 출하량만 보면 2020년 3분기보다 700%나 급증했다.

 

정부·삼성·중소기업이 합작한 ‘국산 1호 5G 모듈’

우리나라는 2019년 4월 3일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시작해 5G 강국으로 불린다. 하지만 5G 관련 부품과 장비는 대부분 퀄컴 같은 외국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는 고가인 외국산 5G 모듈과 단말을 대체하기 위해 2021년 3월부터 ‘5G 모듈·단말 국산화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마침내 지난해 12월 성과를 거뒀다. 정부가 주도하고 삼성전자와 중소기업이 협력해 기업용(B2B) 5G 모듈과 단말 시제품을 개발해 냈다.

이번에 개발한 국산 B2B 5G 모듈과 단말은 5G 전국망인 3.5㎓(기가헤르츠) 대역은 물론 5G 특화망 대역인 4.7㎓ 대역도 지원한다. 또 LTE를 연계하는 5G 비단독모드(NSA)와 5G망으로만 운영되는 5G 단독모드(SA) 등 모든 5G 통신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국산 B2B 5G 모듈·단말은 위치정보(GNSS)와 와이파이, 블루투스 기능을 적용하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더불어 디스플레이와 오디오 기능을 추가 제공해 다양한 기기 서비스 영역으로 확장하고, 신경망 프로세서(NPU) 기능을 적용해 인공지능(AI) 연산도 가능하다.

▲ 삼성전자의 5G 모바일 AP ‘엑시노스(Exynos) 980’은 첨단 8나노 핀펫(FinFET) 공정을 적용한 5G 통합 시스템온칩(SoC) 제품이다.

국산 B2B 5G 모듈·단말 개발에는 삼성전자의 공이 컸다. 삼성전자는 5G 모바일 AP ‘엑시노스 980’과 모뎀 등을 제공했다. 이 AP와 모뎀에 M솔루션즈와 클레버로직, 파트론, 우리넷, HFR 같은 모듈 제조기업이 RF 안테나를 더해 B2B 5G 모듈과 단말을 개발했다.

이런 협력과정을 통해 개발한 국산 B2B 5G 모듈과 단말은 전파 인증과 망 연동 테스트를 거쳐 늦어도 올 상반기에 상용화될 전망이다. 또 글로벌 기업들이 요구하는 30~40억 원 수준인 칩셋 라이선스 비용 없이 저렴한 가격에 기업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로써 국내 기업들은 퀄컴 제품의 절반 수준 가격으로 로봇과 스마트팩토리용 제어기기, 헬스케어기기, 각종 센서 등에 5G 모듈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갓 걸음마 시작한 국내 5G 모듈 시장

현재 국내 5G 모듈 시장은 성장 속도가 더디다. 지난해부터 몇몇 국내 기업이 시장에 진출했다. LG유플러스는 통신장비 기업인 휴컴와이어리스와 협력해 5G 28㎓ 대역을 사용하는 통신 모듈과 라우터, 외장형 안테나를 개발했다. 이 제품들은 28㎓망 연동 테스트와 인증 절차를 거쳐 상용 인증을 획득했다. 이로써 LG유플러스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지선 지하철 와이파이 실증에 활용한 28㎓ 서비스를 늘려갈 수 있게 됐다. 28㎓는 초고주파 대역으로 연결 속도가 3.5㎓보다 3~4배 빠르다.

▲ LG유플러스 직원들이 서울 마곡사옥 연구실에서 28㎓ 대역 5G 모듈과 외장형 안테나를 들고 있다.
▲ LG유플러스 직원들이 서울 마곡사옥 연구실에서 28㎓ 대역 5G 모듈과 외장형 안테나를 들고 있다.

전자부품 제조기업인 드림텍은 올해부터 미국 믹스컴과 5G RF 안테나 모듈을 대량 생산한다. 믹스컴은 5G RF와 안테나인패키지(AiP)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양사는 5G RF 안테나 모듈과 함께 실내외에서 끊김 없는 5G 서비스를 위한 핵심 설비인 인빌딩 라디오 유닛도 생산할 예정이다.

한화솔루션은 전자 사업 다각화를 위해 삼성전기의 통신 모듈 사업을 인수한다. 양사는 3월 말까지 인수 최종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화솔루션은 이번 인수로 와이파이와 5G 밀리미터파(mmWave) 유기기판 안테나 모듈 시장에 진출한다. 와이파이 모듈은 스마트폰 같은 IT기기 간의 통신을 담당하는 부품이다. 5G mmWave 안테나 모듈은 통신 기지국과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주고받는 데 사용한다. 한화솔루션은 기존 스마트폰에 통신 모듈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모듈 기술을 활용해 무선이어폰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기 시장에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향후 5G 모듈은 전자기기를 서로 연결하는 IoT와 인포테인먼트(차 안에서 경험하는 정보시스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차량 통신과 원격 업데이트 등이 필요한 자동차 전장 분야에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이 5G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5G 모듈 기술 경쟁력 확보에 더 빠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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