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반도체 지능형 수명평가시스템, 시험 비용 50% 이상 절감

[테크월드뉴스=서유덕 기자] 5세대 이동통신(5G)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자연스레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무선통신 부품에 대한 신뢰성 검증이다. 5G는 기존 기술보다 더 높은 주파수 대역과 넓은 대역폭, 강한 신호 세기를 사용하는 만큼 반도체 부품에 걸리는 부하도 더 많다. 여기에 필요한 기지국 수와 단말기 수요가 증가하면서 측정해야 하는 부품 수도 늘었다.

고사양 부품을 대규모로 시험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성능 고효율 시험 솔루션은 부품 개발과 출시, 납품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 준다. 국내 기업 큐알티가 이런 장점을 갖춘 5G RF 반도체 수명평가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왼쪽부터) 큐알티에서 5G RF 반도체 지능형 수명평가시스템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김진규 책임연구원, 최영락 연구소장, 정동기 연구원.
(왼쪽부터) 큐알티에서 5G RF 반도체 지능형 수명평가시스템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김진규 책임연구원, 최영락 연구소장, 정동기 연구원.

 

5G 기술이 사회 곳곳에 확산하고 있다. 5G 스마트폰 보급률과 기지국 수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아직 품질 면에서 소비자 만족도가 낮고 기지국 수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나, 그만큼 앞으로 고성능·고신뢰 5G 무선주파수(RF) 반도체가 더 많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5G를 포함한 초고주파 RF 부품은 단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커넥티드 카와 산업용 사물인터넷(IIoT), 항공우주·방위처럼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는 분야에 널리 쓰인다. 그리고 이런 RF 부품의 요구 성능도 날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RF 부품이 양질의 성장을 거듭하면서, 이를 시험·평가하는 기술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더는 예전의 테스트 장비만으로는 최신 반도체 부품의 성능을 측정할 수 없다. 또 전자 업계는 부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한번에 더 많은 부품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테스트하길 바란다. 그런데 5G 반도체 이전에 사용했던 측정 방식으로 최신 고성능 부품을 대량으로 측정하는 것은 효율성과 신뢰성이 떨어진다. 이에 업계는 새로운 고성능 부품 평가 솔루션을 모색하고 있다.

반도체 신뢰성 평가 서비스 기업 큐알티(QRT)가 개발 중인 ‘지능형 수명평가시스템’은 이런 RF 반도체의 성능을 더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큐알티의 측정 장비와 소프트웨어는 기존 반도체 측정 장비보다 세밀한 시험·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시간과 비용을 50% 이상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큐알티 기술연구소에서 5G 시스템반도체용 지능형 수명평가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최영락 제2연구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영락 큐알티 제2연구소장이 5G RF 반도체 수명평가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영락 큐알티 제2연구소장이 5G RF 반도체 수명평가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Q. 5G RF 반도체 지능형 수명평가시스템을 개발하게 된 배경은?

통신 규격이 점차 초고신뢰∙저지연 통신(URLLC)으로 이행하면서 이를 충족하는 새로운 반도체 소자가 개발되고 있다. 완성차를 개발하고 소비자에게 인도하기 전에 비 내리는 기상 조건과 오프로드 도로 환경에서 주행 시험을 하는 것처럼, 무선통신용 초고주파수 반도체 칩(RFIC)도 성능과 신뢰성에 대한 시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예전에는 RFIC에 메모리 반도체 평가 방식을 적용해 RF 신호를 인가하지 않은 상태로 반도체 시험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RFIC의 열화나 수명을 평가하기에 한계가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적정 전원이 들어올 때 정상 작동(읽기/쓰기) 여부만 확인하면 된다. 반면 RFIC는 신호 증폭과 전송 같은 고유 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신호 세기와 주파수 대역으로 부하를 받았을 때 어느 정도로 열화가 진행되는 지를 볼 필요가 있다. 즉 복합적인 요인들을 고려한 시험이 이뤄져야 한다.

이제는 RFIC 수명을 평가할 때 반드시 신호를 인가해 부하를 건 상태에서 시험해야 한다.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정의한 표준에 따라 글로벌 IT 기업들이 신호 부하를 건 RFIC 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Q. 신호 발생·분석기를 활용한 RFIC 시험·측정과 다른 점은?

하나의 장비로 소자 여러 개에 신호를 인가하고 측정할 수 있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대량의 RFIC를 시험할 수 있다. 반면 신호 발생기(Signal Generator)를 사용할 때는 개별 RFIC에 신호를 하나씩 연결해야 한다. 고가의 신호 발생기를 여러 대 구비하고 소자와 일일이 연결해야 해 소요 시간과 필요 공간,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또 소자에 인가하는 신호 세기나 주파수 범위를 조절하기 쉬워 응용 제품별로 다양한 규격을 만족해야 하는 RFIC의 개발 환경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 RFIC 신호 특성은 국가와 응용 제품별로 다양하다. 예를 들어 24기가헤르츠(㎓, 109㎐) 이상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5G용 극고주파(mmWave) 대역의 경우 미국과 호주는 24㎓와 28㎓ 대역을, 우리나라는 28㎓ 대역만을 이동통신사에 허가했다. 지능형 수명평가시스템은 이런 다양한 주파수 대역과 신호 세기를 두루 만족한다.

아울러 통계적 접근 방법을 통해 수치적 수명을 예측할 수 있다. 기존 시스템은 활성화에너지(Ea) 값을 공식에 임의로 대입해 평가하고 결과를 얻어내는 방식을 써 소자의 기대수명을 참/거짓(Pass/Fail)으로만 분석해냈다. 예를 들어 ‘10년 간 사용 가능/불가’ 같은 수치만 도출할 수 있었다. 이런 단편적인 평가 방식으로 5G 시스템 반도체 같은 고성능, 고집적 칩의 수명을 예측하려면 반복 관찰 과정을 거쳐야 해 수명 예측 소요 시간과 비용이 늘어난다. 반면 지능형 수명평가시스템은 새로 개발한 분석 소프트웨어가 합성 가속 시험으로 Ea값을 도출하고 통계적 접근법으로 수명을 예측한다. 이럴 경우 ‘예측 수명 n년’ 같은 구체적인 수치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고장을 일으키는 요소별 세부 결과까지 얻어내 원인을 구체적으로 알아낼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다.

 

Q. 개발 중인 시스템은 5G 반도체 수명 평가에만 활용할 수 있나?

5G RFIC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통신 소자에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5G 스마트폰을 가전제품과 연결하는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는데, 이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가전제품에도 반도체 칩이 들어간다. 자율주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차량 간 통신(V2V), 차량 사물 간 통신(V2X)을 갖춘 자동차는 전장부품에 높은 신뢰성과 보안성을 요구한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기기에도 URLLC 못지않게 높은 주파수를 처리하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C)이 필요하다. 이들 고성능 부품에 지능형 수명평가시스템이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특히 항공우주·방위 산업은 신뢰성 평가가 중요한 응용 분야다. 인공위성에 들어가는 소자나 부품은 극한의 환경에서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므로 매우 높은 내구성을 갖춰야 한다. 3K(켈빈, 절대온도 단위, 0K는 -273.15℃), 즉 영하 270℃에 이르는 극저온을 비롯해 방사선과 고온의 복사열 등 악조건을 견디며 확실한 작동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작은 부품 하나가 내구성 문제를 일으키면 전체 시스템에 오류가 생기고 임무가 실패한다.

미국과 유럽 국가로부터 부품과 기술을 다수 도입하는 방위산업에서도 납품 받은 소자의 신뢰성을 검증하거나 고장 원인을 파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지금도 방산업체에서 부품 신뢰성 검증을 의뢰하고 있다.

 

Q. 개발은 어느 정도 진행했나?

수명평가시스템 시제품은 거의 완료됐다. 장비 개발은 거의 완료한 상황이나, 측정·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알고리즘에 대한 고민을 하며 실험 중이다. 또 프로토콜을 CPU에 올려서 실제 동작을 시켜봐야 정상 작동 여부를 알 수 있듯, 시험으로 얻은 데이터를 가지고 수명을 분석·예측하는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와 잘 결합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미국이나 독일 업체들은 오랜 기간 축적한 신뢰성 공학을 바탕으로 훌륭한 장비를 만들지만 분석·예측 소프트웨어가 빈약하다. 큐알티는 고성능 장비와 함께 수명 예측 소프트웨어를 갖춘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5G 극고주파 대역에 대응하기 위해 26~29㎓까지 측정 가능한 장비도 같이 개발 중이다.

상용화는 2024~2025년 예정이다. 올해 안에 국책 과제를 마치고 첫 완제품을 생산해 내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산업 박람회 ‘MWC 2023’에서 전시할 계획이다.

 

Q. 큐알티 기술 수준과 기대 수요는 어느 정도인가?

큐알티는 글로벌 시장을 내다보고 있다. RF 반도체 지능형 수명평가시스템은 미국과 독일, 우리나라가 상용화를 완료하거나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큐알티가 개발하고 있는 시스템은 기술 선진국 장비 못지않은 기술력을 갖추면서도 가격경쟁력을 갖췄다. 이에 최근 RF 반도체 칩과 부품을 전 세계 다양한 응용처에 공급하는 기업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이미 글로벌 대기업으로부터도 협업과 시험 의뢰 요청을 받았다.

한편 중화권보다는 기술력이 우월하다. 대만이나 중국 업체 장비가 지원하는 전력 값이나 대역폭은 큐알티 수명평가시스템의 절반도 안된다.

앞으로 스마트폰 같은 개인 이동통신 기기는 당연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전송해야 하는 증강현실(VR)이나 가상현실(AR), 확장가상세계(메타버스)가 확산하며 5G를 포함한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다. 이에 RFIC를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RF 반도체 지능형 수명평가시스템이 급증하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부품 품질과 신뢰성을 높이고 차세대 무선통신 기술을 선점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핵심 기술을 국산화함으로써 국내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안정화하는 데도 이바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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