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TV 수요는 견조

[테크월드뉴스=서유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부른 칼바람은 모든 산업을 얼렸지만, 곧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비대면 수요가 증가하면서 IT 산업은 호황을 맞았다. 기기는 물론 서비스까지 급성장하면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었다.

반면 올해 하반기부터 늘어난 부품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며 다시 IT 경기가 위축됐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부품 공급난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원자재 가격 상승, 코로나19 변이와 함께 2022년 IT 산업을 위축시키는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그럼에도 기대되는 수요가 있다. XR기기는 대중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 전장화된 친환경차가 전자부품 수요를 견인할 것이다. 대표적인 IT 제품인 스마트폰과 TV는 회복세에 접어들며 견조한 수요를 유지할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폰, 5G와 폴더블로 재기한다

‘코로나19 특수’로 불린 2020년 IT 전방산업 급성장 추세가 무색하게 스마트폰은 역성장을 기록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7년 이후 2020년까지 꾸준하게 감소해 왔다. 2017년 14억 6500만 대에서 2018년 14억 300만 대, 2019년 13억 7300만 대를 기록한 스마트폰 출하량은 2020년 12억 8100만 대를 기록하며 더 큰 낙폭을 보였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신규 수요가 점점 줄고 있으며 선진국 시장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3년 이상으로 길어져 교체 수요도 낮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가 부른 공급난에 2020년 총 출하량은 더 감소했다.

스마트폰은 자동차 다음으로 세계적인 부품 공급난 영향을 크게 받은 전방산업군이다. 시장조사업체 IDC가 9월 12일 발표한 휴대전화 시장 동향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와 2021년 상반기 국내 스마트폰 출하량은 824만 대와 856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4.3%와 3% 감소했다. 2021년엔 5G와 폴더블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며 2018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부품 공급난이 오랜 기간 이어지며 예상보다 낮은 13억 7600만 대 출하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2022년에는 공급난이 일부 해소되기 시작하고 가전에 일었던 코로나19 특수가 모바일로 이동하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삼성전자와 애플 같은 주요 제조사의 새로운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가 예정돼 있다”면서 “인도 지역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부진했던 중저가 스마트폰이 다시 생산에 들어가는 만큼 경기 재개 수요를 겨냥해 스마트폰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제품 생산과 판매를 늘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2020~2025년 세계 4G·5G 스마트폰 출하량 추이·전망 (F: 전망, 단위: 억 개, 출처: IDC)
2020~2025년 세계 4G·5G 스마트폰 출하량 추이·전망 (F: 전망, 단위: 억 개, 출처: IDC)

 

영상가전, 고급 뜨고 보급 지고

TV를 포함한 영상가전 시장은 코로나19 특수를 많이 받은 IT 제품군 중 하나다. 이에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특수가 끝나고 단계적 일상회복에 접어들면서 TV 수요가 눈에 띄게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TV 보급률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현재 시장은 포화 상태인 데다 부품 공급난 및 원자재와 운송·물류가격 상승이 TV 제조비용을 올리면서 가격 경쟁력도 악화됐기 때문이다.

11월 22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2021년 3분기 세계 TV 완제품 출하량을 2020년 3분기 대비 14.7% 감소한 5251만 대로 추산했다. 4분기 TV 출하량도 2020년 대비 10.3% 낮은 5913만 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 OLED 패널 적용 고급 TV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OLED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72.8% 증가한 680만 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LCD 패널 가격은 하락했지만 부품과 원자재, 물류 비용이 오르면서 LCD 패널 위주 보급형 TV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높은 고급형 TV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던 OLED 패널이 공급량 증가로 가격을 현실화하며 LCD와 가격 격차를 좁힌 이유도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도 상용화에 가까워지며 주목받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WOLED보다 발광층이 높아 색재현성과 신뢰도가 높은 QD OLED를 4분기부터 양산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QD OLED TV를 2022년부터 본격 출시할 예정이며 출하량은 연간 50만 대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마이크로LED 또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힌다. 이는 OLED가 갖는 장점은 갖추면서 번인 같은 수명 문제까지 해결 가능하다. 다만 QD OLED와 마이크로LED 모두 생산 수율과 원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마이크로LED TV 가격은 아직도 최소 수천만 원이다. 소비자가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가격을 현실화하려면 작은 LED 소자를 디스플레이 기판으로 옮기는 전사 기술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 기계에서 전자제품으로 변화 중

인포테인먼트는 물론 커넥티비티와 자율주행·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도입으로 자동차 전장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자동차가 전장화하면서 기존 기계·금속·철강 중심이던 자동차 부품산업 내에 IT 산업 비중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엔진대신 모터와 배터리·연료전지를 내장한 전기차 출하량이 늘면서 자동차 부품 산업에서 IT 기업 영향력이 커졌다.

자동차 전장부품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를 아우르는 수많은 종류가 있고 어느 것 하나 덜 중요한 것이 없다. 특히 카메라모듈 같은 센서가 자동차 전장화 수혜를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를 가리지 않고 최근 출시되는 준중형급 이상 자동차 모델에 ADAS가 모두 포함되고 있어 차량 한 대당 탑재되는 센서 수는 더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1월 24일 발간한 2022년 연간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0년 차량 한 대당 탑재되는 평균 카메라모듈 개수가 2개 정도였다면 2025년에는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6개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최근에 출시된 신차 기준으로 대당 탑재되는 카메라 평균 개수는 5~10개 내외로 빠르게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차량 탑재 카메라모듈 수는 연평균 24%씩 증가할 전망이다.

내연기관 대신 배터리와 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전기차 또한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세계 전기차 시장은 2022년에도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 전문 정보 포털 마크라인즈(Marklines)와 유진투자증권이 11월 25일 분석 발표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망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배터리식 전기차(BEV) 판매량은 2021년(404만 대) 대비 37.5% 많은 594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 외부 전원 사용 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을 결합한 차량) 판매량은 2021년(164만 대) 대비 12.7% 증가한 188만 대로 예상된다. 세계 전체 신차 수요증가율은 6.1%로 전망되는 만큼 전기차 성장 속도가 돋보일 것이다. 전체 자동차 산업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도 2021년 7%에서 2022년 9%로 2%포인트 증가할 전망이다.

2018~2022년 세계 전기차 판매량 전망 (F: 전망 / 단위: 만 대 / 출처: 마크라인즈, 유진투자증권)
2018~2022년 세계 전기차 판매량 전망 (F: 전망 / 단위: 만 대 / 출처: 마크라인즈, 유진투자증권)

 

진짜 현실로 다가오는 확장현실

2022년에는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이 더 현실화할 듯하다. 애플과 메타(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빅테크 기업이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과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을 구현할 수 있는 기기를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XR기기가 발표돼 왔지만 지나치게 높은 가격과 짧은 사용시간 같은 한계 때문에 상용화하기엔 무리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참고로 XR은 VR과 AR, 혼합현실(Mixed Reality, MR)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VR 헤드셋과 AR 안경을 준비하고 있는 애플은 반도체 공급난으로 두 제품의 출시 시기를 각각 2022년 하반기와 2023년으로 연기했다. 메타는 ‘오큘러스 퀘스트’ 시리즈 VR 헤드셋의 최신 3세대 제품을 빠르면 2022년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MS도 AR 안경 ‘홀로렌즈 3’를 2022년 하반기에서 2023년 상반기 사이에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XR 기기가 본격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2030년에는 한 가구마다 1대 이상 XR 기기를 보유할 것으로 추정된다. XR 기기 대중화의 걸림돌이던 높은 가격과 크고 무거운 제품 크기·무게, 낮은 사양 같은 하드웨어 문제가 점차 해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9년 출시했던 페이스북(현 메타)의 오큘러스 퀘스트 1세대는 4기가바이트(GB) 램을 탑재하고도 무게 571g에 정가 399달러(약 47만 원)였다. 2020년 출시한 2세대 제품은 6GB 램을 탑재해 사양은 늘고 무게는 503g로 가벼워졌는데 정가가 299달러(약 35만 원)로 대폭 낮아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IT 산업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시장 기술 동향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당장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방산업 동향에 맞춰 끊임없이 투자하고 연구·개발에 힘써야 한다. 일례로 카메라모듈은 XR과 미래차 수요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 중 하나다. 그러나 XR 기기에 탑재될 만큼 크기와 소비전력을 줄이거나 자동차에 탑재할 수 있도록 AEC-Q100 자동차 전장부품 인증을 획득한 카메라모듈을 마련해 놓지 않는다면 빠르게 시장에 대응하기 어렵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원가입 후 이용바랍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와 관련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