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에 부는 무인 배송 바람

[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드론과 로봇을 활용하는 무인 배송이 현실화되고 있다. 드론과 로봇은 아직 관련 서비스를 시범운영 중이거나 초기 단계인 곳이 많다. 하지만 드론과 로봇의 기술 개발이 빨라지면서 서비스 업계 지형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비판에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합의가 도출돼 운송수단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로봇이 갖다 주는 편의점 택배 

자율주행 로봇을 도입한 산업 분야 중 대표적인 곳은 편의점 업계다. 지난달 세븐일레븐은 12월 초까지 서울 서초아이파크점에서 자율주행 배달 로봇 ‘뉴비’의 시범 운영을 한다고 밝혔다. 거리를 달리며 물건을 배송하는 편의점 로봇은 뉴비가 처음이다. 로봇은 신생 벤처기업인 뉴빌리티가 만들었다. 

로봇엔 카메라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됐다. 악천후에서도 복잡한 도심을 배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배달 가능 무게는 최대 25kg로 편의점에 있는 대부분의 상품을 배송할 수 있다. 배송은 지점에 주문이 오면 고객에게 물건을 로봇으로 배달해도 될지 물어본 후 진행된다. 뉴비가 아파트 현관 등에 도착하면 고객이 도착 예정 시간에 맞춰 나와 물건을 받아가는 식이다. 회사는 로봇 운영 반경을 100m에서 300m로 늘려 고객 편의를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무인화 열풍에서 다소 더딘 편이다. 해외 유수기업들은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앞세워 우리나라보다 앞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해왔다. 그러면서 배송기사 대신 드론이 물건을 나르고 점원 대신 자판기가 옷을 건네는 모습이 일상이 돼 가는 중이다.

무인화 열풍 이끄는 아마존

무인화 열풍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회사는 유통업계 공룡인 아마존이다. 회사는 기계보다 정확도가 낮고 느리기까지 한 사람이 배송시스템 일선에 배치되는 것을 낭비에 가깝다고 봤다. 이에 2013년부터 ‘라스트 마일(last mile∙고객에게 가는 최종 구간)’의 기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물품 분류부터 택배 배송까지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했던 업무를 로봇과 드론으로 대체하고 있다. 

실제로 아마존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8월 미국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배달용 드론인 ‘프라임 에어(Prime Air)’의 운항 허가를 받았다. 아마존은 11월 초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보낸 성명에서 현재 프라임 에어 출시를 앞두고 FAA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프라임 에어는 로봇이 상품을 찾아 직원에게 전달하는 측면에서 아마존의 당일 배송 서비스인 ‘나우(now)’와 같다. 배송 방식은 아마존 직원이 회사 물류창고에서 포장된 상품을 드론에 붙이면 드론이 배송지로 운항해 낙하산으로 상품을 떨어뜨리는 식이다. 특정 표시가 된 지점에 상품을 착륙시킬 수도 있다. 다소 공상과학적으로 보이는 이 과정에서 사람은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프라임 에어는 장애물을 감지하는 센서를 달고, 시속 88킬로미터로 비행할 수 있다. 비행거리는 30분 거리인 16㎞로 작은 도시를 커버하는 수준이다. 

자동차 기업이 로봇을 만든다고?

미국 자동차기업 포드는 2019년 5월 22일 두 발로 걷는 배달 로봇인 ‘디지트’를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선 배송차가 집 앞에 멈추자 로봇이 차 짐칸에서 나와 두 팔로 물건을 들고 직립보행 하면서 계단을 올라 현관 앞에 놓는 모습이 시연됐다. 업계에선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로봇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이유도 물류 시장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월 24일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올해 3월에 출시한 외팔 로봇 ‘스트레치’는 팔로 23㎏의 물건을 옮길 수 있다. 시간당 800개의 상자를 나르며 숙련된 물류 노동자와 같은 속도도 낸다.

일본 항공사인 ANA홀딩스와 일본항공(JAL)은 도서 지역 거주자에게 드론을 이용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9월 3일(현지 시간) 일본 영자 신문인 재팬타임스에 따르면 ANA의 드론은 최고 시속이 100㎞에 이르기 때문에 물건을 몇 분 안에 배송할 수 있다. ANA는 내년까지 이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1∼6월) 국내 도서지역에 무인 배송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1월 10일 기재부는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에서 정한 운송수단에 드론과 로봇을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법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그동안은 택시, 승합차와 같은 기존 사업자들이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운송수단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한걸음 모델(신사업 타협 모델)’로 합의가 도출돼 드론과 로봇도 운송수단으로 인정받았다.

정부 관계자는 “업계와의 상생, 생활물류 종사자 보호,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구체적 지원 방안을 내년에 수립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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