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전력 고성능 ARM 서버 개발 및 제작
[테크월드뉴스=김경한 기자] 영화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서 등장인물들을 가장 긴장하게 만드는 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와 벨로시랩터다. 특히 벨로시랩터는 공룡으로썬 꽤 작은 편에 속하지만 빠른 두뇌회전과 군집생활로 주인공을 항상 곤경에 빠트린다. 영화 속에선 여러 마리의 벨로시랩터가 몸길이 10m, 몸무게 5톤에 이르는 티라노사우루스와 대등하게 싸우는 걸 보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엑세스랩(XSLAB)’은 이처럼 여러 개의 ARM 칩으로 거대 공룡인 인텔 칩에 맞먹는 성능을 보여주는 ARM 서버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768개의 코어 탑재한 저전력 고성능 ARM 서버
엑세스랩의 ARM 서버 브랜드 명은 벨로시랩터(Velocirator)를 줄여 쓴 브이랩터(V-raptor)다. 유명환 엑세스랩 대표는 “똑똑하고 빠른 벨로시랩터가 뭉쳐 싸워서 티라노사우루스와 맞서 싸울 수 있는 것처럼, 크기도 작고 저전력이라 다수의 카드를 꽂을 수 있는 ARM 서버로 고사양의 인텔 서버를 이기겠다는 취지에서 브이랩터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브이랩터는 크게 브이랩터 SQ 및 eMAG 등 두 가지 사양이 있다. 브이랩터 PEC는 1㎓ 24코어 엣지 컴퓨팅용 ARM 서버 카드이고, 이를 최대 32개까지 탑재 가능한 블레이드형 ARM 서버가 브이랩터 SQ다[그림 1]. 결국 1개의 ARM 서버에서 운용할 수 있는 코어 수는 768개(= 24 ⅹ 32)다. 브이랩터 SQ는 크기를 작게 만들어 인텔보다 성능은 다소 떨어져도 현장에 있는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의 컴퓨팅을 제공하는 엣지 컴퓨팅용 ARM 서버다. 브이랩터 SQ의 크기는 기성 서버 대비 약 1/10로 한 손에 들어올 만큼 작으며, 전력 소모량은 전구 하나 수준(15W)에 불과하다.
![[그림 1] 브이랩터 SQ](https://cdn.epnc.co.kr/news/photo/202111/216242_216511_1944.jpg)
브이랩터 eMAG은 3㎓ 32코어의 고성능 ARM 칩을 탑재한 데이터센터용 ARM 서버다. 엑세스랩은 향후 3㎓ 80코어를 갖춘 초고성능의 ARM 서버인 브이랩터 알트라(Altra)도 선보일 예정이다.
브이랩터는 사용자가 관리하기 편하도록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우선 케이스의 전면부에는 전자잉크 패널이 있어 손쉬운 관리가 가능하다. ▲전원 공급과 상관 없이 서버 상태를 확인 가능하며 ▲자세한 서버 상태를 버튼 클릭으로 확인할 수 있고 ▲이메일(E-amil) 전송도 가능하다.
서버 컴퓨터에서 가장 많이 전력을 소비하는 것 중 하나가 컴퓨터의 열을 식히는 팬(Fan)이다. 인텔 칩이 들어간 컴퓨터는 열이 어느 정도의 선을 넘으면 성능이 확연히 저하되므로, 이 칩을 탑재한 데이터센터 내에서는 온도가 30℃ 이상 넘어가지 못하게 계속 에어컨을 켜야 한다.
브이랩터는 이 문제를 ARM 서버로 해결했다. 유 대표는 “ARM 칩 기반의 브이랩터는 심지어 50℃가 넘어도 컴퓨터가 멈추지 않는다”며, “핵심은 열이 쌓이지 않게 열을 배출 시킬 정도로만 팬을 작동시키는 엑세스랩만의 기술력에 있다”고 자평했다.
브이랩터 SQ는 탈부착이 손쉽다는 장점도 있다. PEC 카드를 뽑거나 꽂을 때 굳이 서버 전원을 끄지 않아도 돼, 가동 중지 시간에 따른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
브이랩터는 언제 어디서나 원격 관리도 가능하다. SQMP는 엑세스랩이 개발한 ARM 서버 원격 관리 솔루션으로, 별도 프로그램 없이 웹 브라우저만으로도 원격 접속해 누구나 쉽게 서버를 관리할 수 있다.
![[그림 2] 보드 하나만 선택해서 포즈를 취해달라고 요청하자, 유명환 대표는 “보드 하나하나에 제 혼이 담겨 있어서, 이게 나을 것 같다”며 진열장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https://cdn.epnc.co.kr/news/photo/202111/216242_216513_216.jpg)
본격적인 매출 확보에 나서다
엑세스랩은 지난 해까지 브이랩 개발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터 본격적인 매출 확보에 나서고 있다. 서버는 영업이 성사되는 데에만 1년이 걸리는 어려움이 있다. 먼저 예상 고객사를 확보한 후, 1년여 간 사전 테스트를 거쳐 제품의 품질을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약을 채결한 고객사는 한 번 납품에 100억 원 단위로 거래를 하고, 한 번 쓴 제품을 계속해서 쓰는 특징이 있다.
엑세스랩은 현재까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고객사를 두 곳 확보했다. 그 중 한 곳은 SK브로드밴드로 이미 지난 해 11월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에는 VDI(가상 데스크톱 인프라) 클라우드 사업에 적용되는 미니 컴퓨터를 이미 납품 중이다. SK브로드밴드는 올해부터 이 미니 컴퓨터를 금융권에 공급하기 위해 본격 영업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카카오와는 올해 7월 계약을 체결했다. 1년 간 테스트 및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고, 내년 하반기부터는 ARM 서버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고객사를 추가 확보하기도 했다. 엑세스랩은 NHN의 마켓플레이스 파트너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으며, 제조 클라우드(스마트 팩토리)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계약은 유명환 대표의 독특한 이력도 한몫 했다. 그는 10년 간 산업 현장에서 개발을 했고, 이후 10년은 서버 클라우드를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클라우드를 잘 아는 이들은 제조 현장을 모르고, 제조 쪽을 잘 아는 사람들은 클라우드를 잘 모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유 대표는 양쪽에서 경력을 쌓아왔기에 NHN의 다양한 스마트 팩토리 관련 요구사항을 구현할 수 있었다. 엑세스랩은 연구개발부서 자체도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 팀을 모두 갖춰 SW와 HW 분야를 균형있게 개발할 수 있는 올인원 기업이다.

흔한 FUN이 아닌 ‘X-WAY’
한때 펀(Fun) 문화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1990년대까지 고속성장만 추구했던 폐해로 인해 상명하달식 명령체계와 인간성 말살 등의 여러 가지 폐해가 발생했기에, 즐겁게 일하는 기업 문화로 바꾸자는 취지에서 2000년대에 유행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때의 ‘공허한 울림’으로만 끝나고 말았다. 목표 없이 그저 재미만 추구했기 때문이다.
엑세스랩의 일하는 방식(X-WAY)인 ‘FUN’은 다르다[그림 3]. 먼저 ‘F’의 Funny는 ‘즐겁게 가슴이 뛰는 일을 하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 유명환 대표는 “일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난이도가 쉬운 일은 재미있지 않다. 진짜 재미는 도전할만한 일에서 나온다. 따라서 엑세스랩은 재미없는 일을 억지로 하지 않고, 스스로 가슴이 뛰는 일을 찾고 즐기며 업무에 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사람과의 관계에 고민할 시간에 프로젝트를 고민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는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그 사람이 상사든 그 누구든(유 대표 본인 포함) 아무 눈치 보지 말고 의견을 개진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가라는 의미다.
![[그림 3] 엑세스랩의 구성원인 ‘XSER’들의 일하는 방식 ‘X-WAY’](https://cdn.epnc.co.kr/news/photo/202111/216242_216514_2149.png)
‘U’의 Useful은 세상에 이로움이 되는 회사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ARM 서버를 개발한 계기도 전력을 적게 쓰기 때문에 환경을 지키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 일환으로 엑세스랩은 국가연구기관인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슈퍼컴퓨터 9800대의 모니터링을 돕는 소프트웨어를 국산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한양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임베디드 강의를 하고 있는 유 대표는 시간이 날 때마다 직원들에게 멘토링을 해주고 있다. 회사 한 켠에는 그가 멘토링하는 이들의 과제물들이 수행되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N’의 New는 남들과 똑같이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ARM 서버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것도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보단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기 위해서였다. 대신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하다. 흔히 서버 개발자는 기존 레퍼런스를 그대로 복붙(복사&붙여넣기)를 한 후 짜깁기하고 끝낸다. 반면, 엑세스랩은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새로 판을 짜가며 구성해 간다. PCB를 제작하며 직접 경우의 수를 줄여나가다 보면 두 개로 압축된다. 그러면 엑세스랩은 두 방향을 모두 진행해 가장 합리적인 결과값을 뽑아낸다. 따라서 첫 보드가 나오기까지는 타 회사보다 조금 늦지만, 결과적으로 총 개발 기간은 오히려 짧다.
![[그림 4] ‘브이랩터’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굿즈들](https://cdn.epnc.co.kr/news/photo/202111/216242_216515_2212.png)
최종 목표는 자체 칩 개발
유명환 대표는 국내에서 서버 산업의 생태계가 조성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ARM 서버를 비롯한 서버 제작은 국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썬 국가 차원의 든든한 지원을 앞세운 대만 기업을 이길 수 없다. 유 대표는 서버 업체 및 관련 유통업체가 많이 분포한 서울 구로디지털단지나 가산디지털단지에 체험존(전시관)을 개관함으로써 서버 생태계 조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이 ‘공공의 장’에서 예비 고객사를 대상으로 서버나 컴퓨터 제품을 전시하고 세미나실에선 신제품과 신기술도 발표한다면, 생태계 조성은 급진전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생태계 조성이 지지부진하다 보니 엑세스랩과 같은 스타트업들은 자체적으로 매출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유명환 대표의 올해 사업 목표는 ‘자립자존(自立自存)’이다. 유 대표는 “그 동안 사업을 하며 수많은 고비를 넘기면서도 끊임없이 연습장에 써왔던 글자가 ‘자립자존’이다. 이를 위해 올해는 영업을 통해 얻은 한 달간의 순이익이 비용과 거의 일치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올해 두 군데 고객사만 확보하자고 추진했던 곳이 카카오와 NHN이었다. 카카오는 계약이 성사됐고, NHN과의 계약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더 나아가 엑세스랩은 11월 중으로 사업설명회를 진행해 대대적으로 대리점과 총판을 모집하고자 한다. 유 대표는 향후 인텔 서버 시장의 최대 30% 정도를 ARM 서버로 대체하길 희망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매출이 늘고 해외에 진출하는 등 회사가 성장하면, 5년 안에 코스닥에 상장할 계획도 갖고 있다. 코스닥 상장은 단지 몸집 불리기에 있지 않다. 이를 통해 자금이 생기면 최종적으로 엑세스랩만의 전용 칩을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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