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컴퓨팅 프로세서 시장 동향, 전망

[테크월드뉴스=서유덕 기자] 엣지 컴퓨팅은 클라우드보다 더 빠른 속도, 더 안정적인 보안성을 자랑한다. 데이터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클라우드보다는 엣지 컴퓨팅의 수요가 더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 그 근거다.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은 ‘엣지 컴퓨터 시장 조사 보고서’를 통해 2019년 28억 달러였던 엣지 컴퓨팅 시장이 향후 5년 동안 매년 26.5%씩 성장해 2024년에는 9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데이터를 중앙 클라우드로 보내지 않고 단말 인근에서 처리하는 엣지 컴퓨팅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프로세서의 성능이다. 그리고, 엣지에 들어가는 부품은 클라우드보다 전력공급 규모와 허용 공간이 작은 엣지의 특성을 만족할 수 있도록 낮은 전력과 작은 크기를 요구받는다. 즉, 엣지 컴퓨팅용 프로세서는 작은 크기, 적은 소모전력으로 필요한 성능 이상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엣지 컴퓨팅 하드웨어 시장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 경쟁은 점점 더 격화되고 있다. 성능은 높이되 전력과 크기는 줄여야 하는 모순적인 기술적 난제를 기업들은 극복해내고 있다.

 

 

성장 배경: 데이터량 증가와 IoT 확산

시장조사업체 IDC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은 2025년까지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통해 최소 18초에 한 번씩 디지털 데이터를 생성·공유할 것으로 예상되며, 엣지에서 생성된 데이터의 총합은 90제타바이트(ZB, 1021Bytes)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더군다나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인해 비대면 환경이 급격하게 확산되며 데이터 이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데이터 수집·분석업체 오픈볼트(OpenVault)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1차 대유행 시기에만 전 세계적으로 평균 광대역 데이터 사용량이 47% 늘었다. 인텔의 ‘엣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줌(Zoom)이 추산한 연간 미팅 시간은 올해 1월 말 1000억 분(minutes)에서 4월에는 2조 분 이상으로 20배 넘게 증가했고, 마이크로소프트 팀즈(Teams)의 6월 1일 기준 총 미팅 시간은 27억 분을 기록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존 중앙 집중식 데이터 처리(클라우드 컴퓨팅)를 IoT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개별 기기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모두 중앙 컴퓨터(서버 또는 데이터센터)로 보낸 후 이를 초고성능의 프로세서로 처리한 뒤 다시 개별 기기로 회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수많은 디바이스(센서)에서 생성돼 방대한 규모를 형성한 데이터를 중앙으로 옮기고 처리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수밖에 없으므로, IoT에는 데이터 생성 지점 또는 그와 가까운 곳(엣지, 일반적으로 디바이스나 하위 네트워크 위치)에서 처리하는 분산 컴퓨팅(엣지 컴퓨팅)이 유리하다. IDC는 전 세계 기업들이 2024년까지 엣지 컴퓨팅에 25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엣지 컴퓨팅 칩: SoC AI로…

IoT 엣지가 단순히 주변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서 스스로 데이터를 판단할 줄 안다면 클라우드에서의 데이터 처리가 더 간소해질 것이다. 데이터 수집과 전달 같은 단순한 수준 이상의 자율적이고 지능적인 판단력을 지닌 AI 반도체가 엣지에서의 프로세싱을 더 의미 있게 만든다.

엣지에 적용된 인공지능(AI) 칩은 엣지에서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일차적으로 분류해 네트워크 트래픽을 줄이고, 지연시간과 처리 비용을 절감하며, 보안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므로, 몇 년 새 엣지 컴퓨팅에 AI가 적용되는 사례는 급증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이트(Deloitte)의 ‘첨단기술, 미디어 및 통신 산업 예측(TMT Predictions) 2020’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엣지 AI 칩은 총 7억 5000만 개가 출하된 것으로 추정되며, 2024년 출하량은 16억 개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 스피커, 웨어러블에 탑재되는 엣지 AI 칩은 두 배, 엔터프라이즈 엣지에 적용되는 AI 칩은 5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2024년 응용처별 전 세계 엣지 AI 칩 출하량 전망(E: 전망, 단위: 백만 개, 출처: 딜로이트)
2020~2024년 응용처별 전 세계 엣지 AI 칩 출하량 전망(E: 전망, 단위: 백만 개, 출처: 딜로이트)

단, 엣지에서는 서버나 데이터센터만큼의 방대한 전력을 조달할 수 없으므로, 높은 연산 성능을 내기 위해 많은 전력을 요구하는 기존 AI 반도체와는 다른 설계가 엣지용 칩에 요구된다. 즉, 낮은 전력에서도 필요한 판단을 수행할 수 있는 엣지용 AI 칩에는 기존 AI 반도체와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엣지 컴퓨팅 칩의 대세 플랫폼은 시스템 온 칩(SoC)이다. SoC는 컴퓨터 시스템의 구성 요소를 통합하는 집적회로로, 설계 목적에 따라 프로세서, 컨트롤러, 타이밍 장치, 메모리, 트랜지스터, 주변 장치 등이 하나의 칩에 모두 포함될 수 있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탑재 가능하다.

SoC는 소비 전력과 필요 공간이 개별 시스템을 설치할 때보다 대폭 절감되므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초기 휴대용 전자제품에 사용돼 왔으며, 최근 IoT 장치를 비롯해 엣지 컴퓨팅이 요구되는 단말에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나비오(Technavio)에 따르면, 전 세계 SoC 시장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5.4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엣지 컴퓨팅의 대표적인 응용처 중 하나인 IoT에는 다중 무선 접속과 다중 프로토콜·주파수 대역이 지원되는 SoC 솔루션이 선호돼, 혼합 신호 SoC는 2023년 전체 SoC 시장의 41%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연구소를 넘어 시장으로

엣지 컴퓨팅이 등장한 지 어느덧 30년이 돼간다. 1990년대에 영상 등 캐시된 콘텐츠를 최종 사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더 가까운 위치에 노드를 도입했던 것에서 출발한 엣지 컴퓨팅은 2001년 P2P(Pear-to-Pear) 오버레이 네트워크 형태로 서비스되며 최종사용자의 폭을 넓혔다. 이윽고 2012년 시스코에 의해 지능형 엣지 노드를 사용하는 분산 클라우드인 ‘포그 컴퓨팅’이 등장했고, 현대 사회는 통신 기술의 발달과 개인용 디바이스의 확산으로 비로소 엣지 컴퓨팅의 세상이 됐다. 아직 중앙 클라우드 기반 서버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지만, 향후 엣지 단말과 네트워크가 증가하면 지능 처리 기반 엣지 컴퓨팅이 주류가 될 것이다.

 

단말기에 이식되는 엣지 AI 코어

디바이스 엣지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판단하기 위한 AI 코어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먼저 엣지 컴퓨팅의 가장 전형적이고 근원적인 응용처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 AP에 AI 플랫폼이 탑재되고 있다. 퀄컴은 2013년에 모바일용 신경망처리장치(NPU)인 ‘제로스’를 발표했고, 화웨이는 2017년에 추론 가속 코어를 탑재한 상용 모바일 AP ‘기린 970’을 출시했다. 이어 퀄컴 스냅드래곤, 애플 A시리즈, 삼성 엑시노스 9시리즈에도 AI가 탑재됐다.

인텔은 CPU 등 과거의 하드웨어 기술을 응용해 클라우드에서 엣지에 이르는 AI 컴퓨팅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일례로, 엣지 AI용 ASIC(주문형 반도체)인 모비디우스 VPU(비전처리장치)는 센서가 수집한 영상 데이터를 분석·판단함으로써 자율주행시스템의 시각 역할을 수행하는데, 삼성전자의 로봇청소기에 탑재되기도 했다.

 

미니서버용 데이터 처리 칩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3대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은 단말기와 가까운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크 엣지의 소규모(미니) 서버에서 동작하는 엣지 컴퓨팅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특히 구글은 자사의 AI 모델인 ‘텐서플로우’ 기반의 머신러닝을 IoT 엣지 기기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 AI 칩 ‘엣지 TPU’를 2018년 발표한 바 있는데, 이는 데이터센터용 머신러닝 가속 하드웨어 칩 ‘TPU’를 엣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그 성능과 요구자원의 규모를 줄인 칩이다.

한편 자일링스를 인수한 AMD와 알테라·베어풋 등을 인수한 인텔은 데이터센터와 디바이스 간 네트워크에서 데이터 송수신을 주로 처리하는 DPU(데이터처리장치) 개발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모바일 통신 칩 개발사인 브로드컴과 퀄컴까지 DPU 시장을 노리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는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개발한 DPU를 출시하는 등 네트워크 엣지용 칩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엔비디아는 네트워크 처리 기술을 보유한 멜라녹스를 인수한 뒤 첫 DPU인 블루필드 2를 2020년 10월 발표했고, 올해 4월에는 차기 버전인 블루필드 3을 선보였다.

 

엣지 코어 아키텍처, ARM vs RISC-V

엣지 컴퓨팅용 AI 반도체는 대부분 ARM Cortex-M 기반으로 설계되는데, 현재 IoT 프로세서 시장에서 ARM 코어의 점유율은 90%에 이른다. 특히 AI 적용이 가능한 IoT용 경량 AP는 대부분 ARM-Cortex-M4 코어에 센서, 메모리, 전력과 그 외 특수 목적의 기능 칩이 포함된 SoC로 제작되고 있다. ARM 코어 기반 IoT 엣지용 칩을 생산하는 기업에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NXP 반도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이 있다.

한편, 미국 UC버클리가 개발한 프로세서 아키텍처 ‘RISC-V’는 ARM의 대체 기술로 언급된다. 2015년 하반기에 구글, HP, IBM, MS, 오라클, 퀄컴 등이 연합해 RISC-V 재단을 설립, 해당 기술을 무료로 오픈한 후 RISC-V 생태계가 대폭 늘고 있다. 세미파이브, 넥스트칩, 파두 등 중소 팹리스와 스타트업을 포함한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업계는 칩 개발에 ARM뿐만 아니라 RISC-V 아키텍처 사용을 늘려가고 있다. 다만, 아직 국내 시장에서도 ARM 코어의 점유율은 90% 이상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엣지용 칩 시장의 미래는?

앞서 살펴봤듯, 엣지 컴퓨팅에서 엣지에 적합한 AI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 수년 후에는 대세로 굳어질 전망이다. 다만 아직 대부분의 반도체는 범용으로 제작돼 엣지에서의 효율적인 컴퓨팅을 제한하고 있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는 “현재 엣지 컴퓨팅에 적용되는 하드웨어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범용 반도체를 주로 사용한다”며 “특화된 전용 반도체가 더 많이 만들어져야 최적화된 엣지 컴퓨팅이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물인터넷이 확산하고 데이터의 규모가 점점 더 증가하는 지금은 초연결 사회의 발전을 가속할 칩 메이커가 등장할 시기다. 앞으로 범용 칩을 제작하는 반도체 대기업이 클라우드부터 엣지에 이르는 칩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인지, 엣지에 특화된 칩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후발 주자가 새로운 시장의 강자로 부상할지 두고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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