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정보 독점, 음란물 다운로드 내역 등 애플도 관련 이슈서 자유롭지 못해

[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시가총액(2조 3392억 달러) 1위 기업 애플이 하루 이용자 20억 명을 가진 페이스북과의 프라이버시(개인 사생활) 전쟁에서 승기를 굳혀가고 있다. 페이스북이 해당 이슈로 수익과 여론 등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으면서다. 그러나 양사 간의 수익 구조 차이 등으로 인해 승패가 정해진 게임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새로운 아이폰(아이폰13)의 개인 정보 보호 기능으로 페이스북을 공격하려는 애플의 계획은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4월 애플은 자사 운영체제(OS)에 ‘동의 없는 이용자 추적 차단’ 기능을 적용, 해당 기능으로 돈을 벌던 페이스북에 악영향을 끼친 바 있다. 

페이스북 맞춤형 광고 수익, 총 매출의 100%에 달해

세계 모바일 시장의 선두주자인 애플의 관련 기록 추적이 차단되면 페이스북은 맞춤형 광고를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어렵다. 맞춤형 광고는 사용자의 개인 정보에 기반해 그가 구매하려는 상품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뜻한다. 최근 페이스북이 공개한 지난 2분기 사업 부문별 실적을 바탕으로 해당 콘텐츠의 수익(285억 달러)을 계산하면, 총 매출의 98%가 넘는다. 

페이스북의 상황은 말 많고 탈 많았던 지난주에 특히 더 나빠졌다. 전직 데이터 전문가의 내부 고발과 서버 마비 사태, 노벨평화상 수상 언론인의 비판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다. 

이에 페이스북은 지난 11일 자사 감독위원회 공식 사이트에 “내부 고발자를 만나 그의 경험을 종합해 회사에 더 큰 투명성과 책임감을 촉구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앞서 5일 열린 페이스북 청문회에서 내부 고발자가 “페이스북에 프라이버시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자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암시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해오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애플 CEO “페이스북, 개인정보 상업적 무기로 남용”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이 프라이버시 이슈를 부각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2018년부터다. 미 CNBC방송에 따르면 그는 같은 해 10월 열린 데이터보호·프라이버시 커미셔너국제콘퍼런스(ICDPPC) 기조연설에서 “매일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여러분이 클릭하는 선호도(좋아요)·친구·대화가 수십억 달러에 거래된다”며 페이스북 등 빅 테크(거대 기술 기업)가 개인정보를 상업적 무기로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정보를 이용해 광고를 파는 사업은 ‘데이터 산업 콤플렉스’로 커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가 말한 데이터엔 웹 사이트 방문∙앱 사용 내역, 구매∙검색 정보 등 이용자의 기호가 포함된다. 

지난해 말 팀 쿡 애플 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보호 정책 반대 입장과 관련해 "페이스북은 예전처럼 이용자 정보를 추적할 수 있다. 다만 사전에 동의만 받으면 된다"고 대응했다. 사진=팀 쿡 트위터 캡처
지난해 말 팀 쿡 애플 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보호 정책 반대 입장과 관련해 "페이스북은 예전처럼 이용자 정보를 추적할 수 있다. 다만 사전에 동의만 받으면 된다"고 대응했다. 사진=팀 쿡 트위터 캡처

쿡이 관련 이슈에서 드러낸 자신감은 같은 해 ‘프라이버시 포털’ 서비스로 강화된 정보보호 정책에서 기인한다. 프라이버시 포털은 사용자에게 수집된 자신의 개인정보를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도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해왔다. 지난 2016년 미 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그가 같은 해 열린 회사의 연례 개발자 행사에서 이른바 ‘차등 사생활(differential privacy)’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쉽게 말해 사용자의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정확한 데이터 값 대신 근사치로 데이터를 모아 사용하자는 뜻이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말 각 언론사에 게재한 애플 비방 광고. 사진=페이스북 홈페이지
페이스북이 지난해 말 각 언론사에 게재한 애플 비방 광고. 사진=페이스북 홈페이지

페이스북, 프라이버시 강화 흐름 인정하기로

애플로 인해 점점 개인정보수집이 어려워진 페이스북은 올해 초만 해도 사생결단의 소송을 검토해왔다. 지난 1월 미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이와 관련해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었다. 애플이 시장 지배적인 지위를 악용해 자사 앱엔 혜택을, 페이스북엔 강도 높은 프라이버시 규제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플의 조치가 이어지며 프라이버시 강화라는 대세를 인정하는 식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런데 이처럼 애플이 프라이버시 문제를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한 점은 윤리적인 이슈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다. 애플은 기본적으로 하드웨어(기기) 제조사이므로, 페이스북처럼 개인정보를 이용한 광고로 수익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애플은 하드웨어 매출과 애플 뮤직, 애플 아케이드 등 기기 기반의 구독 서비스를 수익 모델로 한다. 

이와 같은 분석은 외신 보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NYT는 “싸움의 핵심은 양사가 돈을 버는 방식이 반대라는 점에 있다”며 “어떤 기업이 이기느냐에 따라 향후 수년간 인터넷의 모습이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양사 간의 프라이버시 전쟁은 처음부터 애플에 더 유리했다. 페이스북이 애플의 플랫폼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점도 회사에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 요소다. 

애플, 16억 대가 넘는 자사 기기로 프라이버시 데이터 독점

애플이 페이스북을 상대로 이와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엔 역설적으로 프라이버시 정보를 독점하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 다시 말해 16억 대가 넘는 자사 기기(지난달 기준)의 빅데이터를 타 업체가 접근할 수 없게 해 인공지능(AI)을 학습시키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애플이 수집한 자료 중 향후 사업에서 활용도가 높은 것은 매우 높은 수준의 프라이버시로 평가받는 신체 관련 데이터다. 해당 분야의 시장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데다 타 기업보다 자사 기기로 인체 데이터를 측정∙수집하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독점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의미한 연구 결과를 도출하고 이에 기반해 새로운 시장을 열 수도 있다. 

실제로 애플은 자사의 스마트워치로 수년간 이용자의 움직임, 수면습관, 심박수, 심전도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해왔다. 에어팟(무선 이어폰)으로 신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소리를 모을 수도 있다. 

애플, 채혈 없이 의료 빅데이터 수집 가능

애플은 앞으로 더 다양한 데이터를 자사의 기기로 수집할 계획이다. 지난 4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록클리 포토닉스의 신고서와 6월 회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보도자료를 종합하면, 애플은 지난 2년간 록클리 포토닉스의 최대 고객사였으며 록클리 포토닉스는 최근 개발한 디지털 건강 센서에 사용자의 체온∙혈압∙신체 수분∙알코올 농도∙젖산∙혈당 수치 등을 채혈 없이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을 적용했다. 

이런 정보 수집 외에 애플이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는 또 있다. 최근 아동 성착취 비디오에 관한 단속 강화를 요구받으면서 프라이버시 감시 기능의 일부를 허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우리의 기능(성착취 비디오 감시)은 사용자의 사생활 보호를 염두하고 설계됐다”며 “사용자의 사진(전체)은 스캔하지 않고 데이터베이스의 이미지와 일치하는지만 스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애플에 이어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조하고 나선 기업은 구글이다. 지난 4일 구글은 개발자 공식 블로그에서 개인 정보 보호에 방점을 둔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구글에 따르면 해당 프로젝트에 적용된 기능인 ‘프라이버시 대시보드’를 이용해 개발자는 설치된 앱이 어떤 데이터에, 얼마나 자주 접근하고 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앱의 접근 권한도 손쉽게 제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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