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 직접 진출 가능성 매우 높음
관계자 68%, 완성차 업체 반도체 산업 수직화 예상

[테크월드뉴스=박지성 기자] 

많은 산업들이 진화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수동에서 자동으로… 그리고 이런 변화는 단순히 채널과 작업 방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산업의 행태가 달라지면, 그 산업을 주도하는 플레이어 역시 바뀐다.

 

사례는 많다. 온라인 커머스가 확대되며, 기존의 월마트와 같은 유통업자들을 제치고 아마존이 패권을 장악했고 모바일을 통한 송금이 활발해지면서, 새롭게 부상한 핀테크 업계가 기존의 은행과 증권사들을 맹추격하고 있다. 산업의 진화는 경쟁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패러다임을 주도한 기업은 해당 산업의 대표주자가 된다.

 

자동차 산업이라고 예외가 될 순 없다. 아니 오히려, 자동차 산업이야말로 그 변화의 폭과 깊이가 다른 산업보다 더 넓고 깊다. AI를 활용한 자율주행차의 시대가 가까워지면서, 자동차는 기존의 전통적인 ‘메카닉’에서 새로운 ‘디바이스’로 재정의되고 있다.

 

달라지는 자동차 산업의 지형, 과연 어떻게 바뀌고 누가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인가?

 

이번 한장 TECH는 글로벌 전략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Mckinsey & Co.)의 ‘자율주행 시대를 위한 자동차용 반도체’ 보고서 분석을 통해 자율주행 시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미래를 살펴본다.

 

자율주행 반도체 시장, 2030년 290억 달러 도달

자율주행에 대한 자동차 업계의 관심은 막대하다.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2010년부터 현재까지 완성차 업체(OEM: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와 관련된 신생기업들의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투자규모는 무려 1천 60억 달러, 한화로 124조 4천 300억 원에 달한다. 이런 막대한 투자는 주로 제동, 물체 감지 및 차량 자율화를 지원하는 첨단운전자 지원시스템인 ADAS(Advanced Driver Assistant System)에 집중됐다.

 

이처럼 자율주행 역량 강화가 지속되면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부품인 반도체 산업 역시 변화하고 있다. 예측하지 못한 교통체증과 같은 상황에서 차량이 스스로 효율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차량의 각 부분과 긴밀히 상호 연결된 고성능 칩이 필요하다. 즉 기존 차량에 비해 더 중앙 집중화된 전기 및 전자 아키텍처와 보다 민감한 센서는 자율주행으로 진화하기 위한 필수재다.  

 

▲ [그림 1] 자율주행 관련 반도체 시장은 2030년까지 3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자료 = Mckinsey & Co, 테크월드 수정)
▲ [그림 1] 자율주행 관련 반도체 시장은 2030년까지 3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자료 = Mckinsey & Co, 테크월드 수정)

 

이에 따라 자율주행과 관련된 시장 역시 고속 성장을 지속할 예정인데,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그림 1]과 같이 2030년 전 세계 자율주행 차량 관련 반도체 산업의 시장 규모는 29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19년의 110억 달러에서 거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대부분의 수요는 5단계의 자동차 자율주행 레벨 중 레벨 2에 집중됐는데, 레벨 2의 시장 비중은 2019년 40% 미만에서 2030년 85%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레벨 3의 경우 2025년 순간적으로 시장의 수요가 상승하지만, 이후 더 높은 수준의 자율화 기술인 레벨 4의 수요 상승으로 이 후 기술 대체와 함께 비중이 감소될 것으로 전망됐다는 점이다.

 

반도체 세부 칩별로는 DCU(도메인 컨트롤 유닛) 및 센서와 같은 고성능 중앙 컴퓨팅 칩이 가장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해당 제품군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12%의 고속 성장을 지속해 2030년에는 전체 시장의 약 1/3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개별 부품과 요소에 대한 분산형 제어장치인 ECU(전자제어장치)는 2019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6%대의 다소 완만한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완성차 업체, 자율주행 반도체 직접 진출 카드 만지작

이와 같은 자율주행 반도체 시장의 성장과 함께 완성차 업체들의 고민 역시 깊어지고 있다. 과거 자율주행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레벨 0~2(초기)까지는 업계의 범용 칩으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 달성이 가능했지만, 다가오는 레벨 2(고급)~5의 진화된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에 특화된 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칩들은 차량 곳곳에 탑재된 다양한 센서를 융합하고 중앙에서 최적화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이 역량은 장차 자율주행차의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OEM들은 자사만의 차별화된 자율주행 시스템에 부합하는 반도체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제약에 직면해 일부 OEM들은 이미 자체적인 칩 설계를 시작했다. 테슬라는 이미 2019년에 자체 반도체 팀을 조직하고, 자사의 FSD(Full Self Driving)라는 시스템 칩 개발에 성공했으며, 2021년 5월 독일 폭스바겐(Volkswagen)의 최고경영자(CEO) 허버트 디에스는 “자율주행 차량의 주도권 장악을 위해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 칩을 직접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현대모비스를 통한 자체 반도체 개발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반도체라는 생경한 산업에 OEM들이 하루 아침에 뛰어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OEM들은 [그림 2]와 같이 4가지의 전략적 옵션 중에서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

 

▲ [그림 2] OEM 업체의 전략에 따라 자율주행 차량 반도체 생산을 위한 가치사슬은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자료 = Mckinsey & Co, 테크월드 수정)
▲ [그림 2] OEM 업체 전략에 따라 자율주행 차량 반도체 생산을 위한 가치사슬은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자료 = Mckinsey & Co, 테크월드 수정)

 

ⓛ 전통적인 가치사슬 활용

현재 OEM들은 자율주행 외에도 고민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전기차 시대를 준비한 배터리 역량 내재화, 모빌리티 서비스 확산으로 인한 세일즈 모델 재구축 등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런 여건 속에서 OEM 업체들은 당분간 기존의 가치사슬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OEM이 차량의 요구사항을 정리하면, 티어 1 부품 공급업체가 이에 부합하는 반도체의 기술 요소를 정리해 반도체 업계에 설계를 부탁하고, 반도체 생산 전문업체인 파운드리가 이를 생산해서 다시 티어 1 공급업체와 OEM이 이를 차량에 통합하는 모델이다. 이 모델은 기존의 가치사슬에서 큰 역할 변화가 없기 때문에 안정적이다. 그러나, 자율주행 시대의 급격한 도래가 현실이 될 경우 OEM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

 

② 티어 1 중심의 개발

티어 1 공급업체와 긴밀한 협업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강화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OEM이 개발하고자 하는 차량의 요구사항을 정리하면, 차량에 대해 상대적으로 이해도가 높은 티어 1 공급업체가 이에 부합하는 칩을 설계하고 직접 파운드리에 생산을 위탁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OEM은 반도체 산업 진출에 따른 투자금액을 줄이고, 자사 차량에 보다 적합한 칩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티어 1 공급업체에 주도권을 뺏길 우려 역시 상존한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혹은 '도요타와 덴소' 같이 OEM과 티어 1 공급업체 간 특수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OEM 업체 입장에서는 불안요소가 남게 된다.

 

③ 낮은 수준의 수직 계열화

이런 우려로 인해 OEM의 보다 주도권을 가지는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전략에서 OEM은 스스로 차량과 반도체 요구사항을 정의하고 IDM/팹리스 그리고 파운드리 업체를 직접 접촉해 반도체를 생산한다. 이 모델은 OEM의 제한된 반도체 내부 인력이라는 한계 속에서 반도체 생산 품질에 대한 부담은 반도체 설계업체와 파운드리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OEM 업체들에게 선호되는 방식이다.

 

실제로 맥킨지가 100명 이상의 글로벌 주요 자동차 및 반도체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68%가 ‘이 모델이 OEM 업체에게 가장 선호되는 모델’이라고 답변했는데 이는 아직 현 상황에서 자율주행 반도체 칩의 차별화 스펙트럼이 그렇게 넓지 않고, 자율주행차량의 보급률이 낮은 상황에서 소량의 전용 칩 생산에 따른 높은 생산 비용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④ OEM의 반도체 산업 직접 진출

그러나 향후 자율주행 역량이 차량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경우에는 ③ 전략만으로는 불안하다. 이에 따라 일부 OEM들은 완전한 수직계열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 모델의 경우에는 OEM들이 반도체의 생산만 파운드리에 위탁하고 반도체의 설계와 통합까지 직접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이 모델은 높은 수준의 독립성과 차별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해당 모델의 전략을 추진 중인 업체는 대표적으로 앞서 언급한 테슬라와 폭스바겐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높은 투자비용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OEM은 같은 OEM 업체들은 물론 반도체 기업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형태로 해당 산업에 진출하는 모델을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

 

 

어떤 전략이든, 반도체로 영역은 넓어졌고 준비는 필요하다.

 

자율주행 차량에 대한 각국의 제도적 여건 그리고 OEM별 상황에 따라 위의 4가지 중 최적의 시나리오는 각자 상이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시나리오가 됐든 다가오는 자율주행 차량 시대를 위해 맥킨지는 OEM 업체들이 ▲반도체에서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엔드 투 엔드 아키텍처에 대한 높은 이해 수준 확보 ▲반도체 관련 우수 인재 채용 증대 ▲채용된 인재의 파편화된 업무 투입 지양(예: ADAS 개발에만 인력 투입 등) ▲반도체 역량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파트너 발굴/접촉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해당 기사는 "자율주행 반도체 시장 전망 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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