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디지털화를 가속화할 기술,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의 정의와 현황

[테크월드=배유미 기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바람이 온 세계와 업종을 휩쓸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그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제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생산라인 관리부터 제조 과정까지 디지털화되고 있는 가운데, 제조 자체를 디지털화한 디지털 패브리케이션(Digital Fabrication) 기술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특히 생산라인과 공급라인이 중단됐을 때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기술은 무엇이며, 현재 관련해서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제조업과 유통업체에 대한 피해는 말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 가장 치명적이었던 요소는 ‘생산, 공급라인의 중단’이었다. 부품이나 제품이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다음 단계의 제품을 생산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유통도 세계 통로가 모두 폐쇄, 차단되면서 제품을 납품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기술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와 함께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은 제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디지털 패브리케이션(Digital Fabrication)이라는 단어를 직역하면 ‘디지털 제조’다. 즉,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은 기존의 제조업을 디지털화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모든 수작업이나 물리적인 공장 가동으로 이뤄지던 제조업이 이제는 컴퓨터로 제품을 디자인한 후, 이를 기반으로 같은 제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종류와 기기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은 컴퓨터 상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서 디자인은 제품의 외형, 구성 재료, 제조공정 등을 모두 고려해 밑그림을 구상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모든 공정을 의미한다. 주로 사용되는 기법으로는 ▲프린팅 ▲커팅 ▲조각 ▲모형화 등이며, 높은 강도의 육체노동이나 복잡한 산업기계를 필요로 했던 작업을 해결해줄 수 있다.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에 주로 사용되는 기기는 3가지로, ▲CNC 밀링머신(CNC Milling Machine) ▲레이저 절단기(Laser Cutter) ▲3D프린팅이 이에 해당된다. 먼저, CNC 밀링머신은 가공물을 원하는 형상대로 소성 절삭하는 기기인 일반 밀링 머신에 수치 자동 제어 기술이 탑재된 자동 가공 장비를 말한다. 해당 기기는 컴퓨터 디지털 신호 로 제어되며, 기존에 제조를 위해 사용되던 밀링 머신과 기능은 동일하다.

레이저 절단기는 레이저 광선을 통해 재료의 일부분을 녹이거나 증발시켜 절단하는 기기다. 높은 정확성을 가지고 있어 결과물 상에 흠집이 거의 나지 않으며, 섬유 끝단을 봉합해 주기 때문에 풀림 현상이 없고, 후 처리 과정이 필요 없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마모가 발생하지 않아 운영 유지 시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기체, 무기체를 망라해 많은 유형의 재료에 사용할 수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3D 프린팅은 물질을 겹겹이 프린팅해서 3차원의 물체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이 중에도 종류는 ▲FDM ▲SLS ▲SLA&DLP ▲폴리젯 ▲종이프린트 등으로 나뉜다. 먼저, FDM(Fused Deposition Modeling)은 열가소성 플라스틱 소재를 실타래처럼 뽑아 쌓는 프린트 기법이며, SLS(Selective Laser Sintering)는 분말 상태의 재료를 분사해서 굳히는 기술을 말한다. SLA&DLP (Stereolithography, Digital Light Processing)는 빛에 반응하는 액체형태의 원료가 들어 있는 수조에 레이저를 쏴 굳히는 과정으로 모형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폴리젯은 잉크젯 프린트처럼 재료에 접착제를 뿌리고 컬러 잉크를 분사해 굳히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종이 프린트는 종이를 쌓아 올린 후 색상을 프린트하고, 출력된 종이를 다시 조각해내는 방식의 3D 프린트다.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이 상용화된 세상에서는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기술이 활성화되면 제조업 과정이 전반적으로 간편해지고, 제조 시간이 단축되는 등 여러 이점이 생긴다. 먼저, 같은 디자인으로 기계가 생성해 내기 때문에, 사람의 개입이 대폭 줄어든다. 이를 통해 효율적인 제조업이 가능해진다.

또한, 변화는 제조업의 과정에서도 일어날 전망이다. 기존의 제조업은 생산, 유통, 소비의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이 상용화된 세상에서는 유통 과정이 생략된다. 원래 사람의 손으로 한 땀 한 땀 제작하고 소비자에게까지 전달해야 했던 제품을, 이제는 디자인과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기기만 가지고 생산해낼 수 있는 것이다. 재료와 기기, 디자인만 있으면 소비자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에 따라 어떤 제품이든 생산할 수 있으며, 제조업은 ‘유통’ 과정이 빠진 생산-소비의 형태를 갖출 것이다.

이처럼 생산품보다 디자인이 더욱 중요해진다면, 기업도 더 이상 제품을 제조하지 않고, 디자인을 만들어 파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이와 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디지털 상으로 디자인을 변형하거나 생성할 수 있어, 소비자의 수요에 맞는 온디맨드(On-demand)로 제품이 제작될 것이다. 특히, 오픈소스 디자인 제품은 고객이 머무는 지역에서 생산되고 온디맨드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아지고 각 소비자의 취향에 최적화된 제품 생성이 가능해진다. 이뿐만 아니라, 제조 과정에서 일어나는 환경파괴도 대폭 줄어들 수 있다.

한편,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이 상용화된 시장에서, 이해당사자는 총 세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이는 ▲디자인을 독립 적으로 제작하는 디자이너 ▲디자인을 사고팔 수 있는 사이트 ▲각 지역의 기기 보유자 혹은 지역 제조업자다. 디자이너가 사이트를 통해 디자인을 팔면, 각 지역의 기기 보유자나 제조업자가 이를 구매한 후, 찍어 내는 과정으로 운영될 것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속 연구·개발 중

해외에서는 이미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기술이 건설을 비롯한 현장에 도입되고 있다. 스위스의 ETH 취리히 연구그룹은 설계와 시공으로 나뉘었던 기존의 건설 방식에서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으로의 전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요리스 라만 랩의 메이커체어스 (자료출처=요리스 라만 랩)

또한, 네덜란드 출신 디자이너 요리스 라만(Joris Laarman)은 과학자와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예술가 등과 함께 디자인과 기술이 결합된 스튜디오 요리스 라만 랩(Joris Laarman Lab)을 설립했다. 요리스 라만 랩은 2004년에 설립됐으며,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의 시초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 메이커 체어스, 그래디언트 체어 등 요리스 라만 랩에서 공개한 제품들은 무상 공개한 설계 도면에 각자의 아이디어를 덧입히는 메이커 무브먼트(Maker Movements)가 적용된 사례라고 볼 수 있으며,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을 예술적으로 활용한 사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관련 연구를 지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우선, 지난 2019년 11월 말에는 성균관대학교와 건설 3D 기술 제공업체 트림블코리아가 디지털 패브리케이션과 3D 빌딩 설계, 지속가능한 건설 환경에 관한 교육과 연구를 확대하기 위해 ‘트림블 테크놀로지 랩(TTL, Trimble Technology Lab)을 개소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발전된 관련 교육 과정을 이수할 수 있고, 트림블은 미래 디지털 패브리케이션과 건축·엔지니어링·건설(ACE) 부문의 인재를 육성하고 확보할 전망이다.

또한, 서울시립대학교에서는 지난 7월 23일 온라인 시리즈로 신제조업 현장 토크쇼 ‘신제조업의 영민한 루키들’을 진행한 바 있다. 본 행사에서는 샌드3D 프린터 제공업체 삼영기계, 제조업 기반 스타트업 더하이브,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기술기업 B.A.T 등이 출연해 제조업의 스마트화에 대해 논했다.

서강대학교는 2016년 특성화학과 아트&테크놀로지 전공을 개설했다. 본 학과에서는 먼저 창의성 함양을 위한 문학·역사 교육을 진행하고, 이후 예술 디자인의 기초와 컴퓨팅 기초에 대해 다루는데, 이 때 디지털 패브리케이션과 프로그래밍 등에 대해서도 배우게 된다.

한편, 디지털 패브리케이션과 관련해 국내 디지털 건축연구소 위드웍스도 주목받고 있는 곳 중 하나다. 해당 업체는 비정형 건축물 시공 관련 컨설팅을 진행하고, 또 시공을 진행한다. 특히, 현재는 3D프린팅을 건축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이젠 소프트웨어 개발도 필요해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때, 많은 사람들이 기기와 재료에 초점을 맞추곤 했다. 실제로 3D 프린터와 레이저 컷, 대형 CNC 장비 등 관련 기기와 스마트 재료 등 관련해서는 다양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디자인을 디지털화하고 제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수적이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3D로 모델을 미리 제작해 보는 ‘3D 모델링’ 기술이 필요하다. 다음 편에서는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열쇠를 쥐고 있는 3D 모델링 프로그램의 종류와 각 프로그램 특징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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