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베이스·소프트웨어·하드웨어 고른 균형…’사회적 합의’도 필요해

[테크월드뉴스=양승갑 기자] 흔히 AGI(일반인공지능)는 이해, 추론 능력을 갖췄으며 전문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AI 기술의 결정체’라고 불린다. 업계 관계자들은 AGI의 도입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AGI 개발과 구현에는 여전히 많은 난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술 발전 외에도 AGI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려면 자율성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Playground AI로 생성한 이미지) 현재 AI는 글씨가 적힌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도 일부 오류가 있다. AGI는 'AI 기술의 결정체'라고 불리우며 특정 기능이 아닌 다양한 업무수행의 범용성과 기능 수준이 ‘최소한’ 인간 수준이다. [사진=Playground AI]
(Playground AI로 생성한 이미지) 현재 AI는 글씨가 적힌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도 일부 오류가 있다. AGI는 'AI 기술의 결정체'라고 불리우며 특정 기능이 아닌 다양한 업무수행의 범용성과 기능 수준이 ‘최소한’ 인간 수준이다. [사진=Playground AI]

 

AGI는 최소 인간만큼의 능력을 갖춰야

시점과 AGI에 대한 정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문가들은 AGI 등장 시기를 향후 5~10년 이내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서 AGI의 핵심적 정의는 그 깊이와 폭에 있다. 특정 기능이 아닌 다양한 업무수행의 범용성과 기능 수준이 ‘최소한’ 인간과 유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AGI를 두고 구글 딥마인드 연구진은 성능, 일반성, 자율성 수준으로 구분한 ‘AGI의 레벨’을 공개한 바 있다. 기능의 깊이(성능)와 폭(일반성)을 기반으로 AGI 레벨을 제안하고 특정 수준에 따라 AGI 모델의 동작과 기능을 정량화한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 AGI 단계를 정의함에 있어 ▲알고리즘 자체보다는 성능에 초점 ▲범용성과 성능 ▲메타인지 능력 ▲잠재력에 집중 ▲사람들이 가치 있게 여기는 과제를 우선하는 생태학적 타당성 ▲레벨 단위로 접근, 구분 체계 정립을 위한 논의 등 원칙을 정립했다.

당시 연구진은 “AGI는 열망과 현실적인 결과를 모두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 천문학적 비용·기술적 난제 등 산적한 과제

AGI 구현에는 여전히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렇지만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 CEO의 말에서 단서를 엿볼 수 있다.

지난 2월 허사비스 CEO는 IT 전문 팟캐스트 채널 ‘드와르케시’에서 “AGI에 도달하는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는 웹과 같이 현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지식과 우리가 수집한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모든 정보를 수집하는 트랜스포머와 같은 확장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AGI는 인간처럼 사고하고 세상을 인식해야 하므로 외부 환경과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이른바 인간처럼 시각·청각·촉각 등을 통해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구별할 수 있는 ‘감각적 지각’이 필요하다. 다만 AI 연구개발에 소모되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기술적 난제로 인해 AGI 달성은 아직 먼 이야기라는 분위기도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AGI 달성을 위해 데이터베이스·소프트웨어·하드웨어 등 전 영역에서 준비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전문가들은 AGI 달성을 위해 데이터베이스·소프트웨어·하드웨어 등 전 영역에서 준비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HW·SW·DB 등 다같이 어우러져야

국내 전문가들은 ‘데이터·알고리즘’과 ‘반도체’를 AGI 달성을 위한 핵심 요소로 언급하며 데이터베이스·소프트웨어·하드웨어 등 전 영역에서 준비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놨다.

포스텍 서영주 인공지능연구원장 겸 인공지능대학원장은 “우선 순위를 매길 수 없다. 고도화된 알고리즘,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 이를 감당할 반도체 수급 등 모두가 중요하다”며 “AI 촉각의 경우 (연구 진행이) 잘 안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의 기술이 가속화되고 눈·귀·촉각 등을 구현하는 기술력이 사람을 따라갔을 때 진정한 의미의 AGI라고 할 수 있다”며 “특히 이 분야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가 몰리고 있다. 어마어마한 돈이 모이니까 발전이 더 빠르고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거나이즈 이창수 대표는 “최종 지향점이 AGI라면 훨씬 고도화된 알고리즘이 필요하다”며 “B2B 솔루션을 개발해 온 입장에서 말하면 실험실 데이터와는 다른 현장의 데이터도 제대로 반영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직군·기업별 문서 스타일을 이해하고 전문 용어를 이해하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고품질 현장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데이터를 인간이 아니라 AI를 통해 생성하고 처리하는 방법도 고도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뤼튼테크놀로지스 현지웅 연구원은 “단기적인 상황으로는 이를 모두가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컴퓨팅 자원이 부족한 것이 크다”며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컴퓨팅 자원들을 구매하고 있고 자체 반도체 칩을 만드려는 움직임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알고리즘의 한계도 마주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AGI에 가까운 AI로 평가받는 챗GPT를 비롯한 LLM은 다음 단어를 확률적으로 예측하는 방식으로 생성한다”며 “결국 높은 확률로 판단한 데이터가 생성되는 일이 더 많아지고 지금 당장 최선의 수가 아니라 몇 수 앞을 봐야 하는 부분에서 한계점을 마주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업스테이지 박찬준 수석연구원은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사회적 합의’라고 생각한다. 대체로 예상 시점에 차이가 있을 뿐 AGI의 도래는 필연적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기술적으로 얼마나 그 시기를 앞당기냐보다는 우리 사회가 AGI를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성을 갖추었느냐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피규어 01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접시와 컵, 빨간 사과, 건조대 등을 정확히 인식한다. [사진=피규어 AI 유튜브 갈무리]
피규어 01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접시와 컵, 빨간 사과, 건조대 등을 정확히 인식한다. [사진=피규어 AI 유튜브 갈무리]

 

▶ 임보디드 AI, AGI 가능성 엿볼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임보디드(Embodied) AI’로 AGI 단초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임보디드 AI는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하고 학습할 수 있는 체화형 AI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로봇이 인간과 같은 신체적 능력으로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습득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실체화된 것이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가 오픈AI의 AI를 탑재해 선보인 ‘피규어 01’이다.

지난 14일 피규어 AI가 공개한 영상에서 피규어 01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접시와 컵, 빨간 사과, 건조대 등을 정확히 인식한다. 사람이 ‘먹을 것을 달라’고 하자 왼팔을 뻗어 사과를 전달한다. 이후 ‘왜 그랬는지 설명할 수 있나요’고 질문하자 ‘그것이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사람이 ‘앞에 있는 접시들이 어디로 가야할까’라고 묻자 ‘접시들은 건조대에 놓일 수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피규어 AI는 “오픈AI를 통해 피규어 01은 이제 사람들과 완전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며 “오픈AI 모델은 높은 수준의 시각 및 언어 지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는 고도화된 AI가 탑재된 로봇은 ‘먹다’와 ‘정리’ 같은 구체적 동작을 이해할 수 있으며 주변 상황 파악과 물체를 정확히 구별할 수 있는 기초적인 AGI 가능성을 엿본 셈이다.

 

▶ 윤리적 관점에서 AGI ‘자율성’ 고민 필요해

한편 AGI가 기술적으로 상용화 되기 위해서는 삶의 전반에 개입돼야 하는 만큼 인격성 부여, 자의적 판단 등 세부적인 자율성 기준을 성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한 인류에게 정말 혜택을 주는 본연의 목적으로 쓰일 수 있을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IAAE) 전창배 이사장은 “AGI가 기술적으로 구현이 가능하더라도 AGI에 자율성을 부여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자칫 오류와 편향이 있는 AGI에 자율성을 부여한다면 인간에게 예측할 수 없는 큰 피해를 끼치게 되므로 AGI에 AI 윤리 적용이 어렵다면 자율성을 부여하지 말고 지금처럼 일일이 통제 관리하면서 사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류태준 부회장은 “AGI 전제조건이라면 정말 인류 삶의 효율성 극대화라는 본연이 목적으로 쓰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해소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AGI가 저작권에 대해서도 자의적으로 판단해 침해하거나 개인정보도 필요성에 따라 스스로 가치판단을 하는 행위가 우려되기에 윤리적인 기준점이 글로벌 차원에서 명확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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