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국가 AI를 차세대 동력원으로 지목
사우디·네이버 VS UAE·오픈AI 쩐의전쟁

[테크월드뉴스=서용하 기자] 국가 간 AI 패권 경쟁에 UAE, 사우디 등 중동 큰손들도 합류하는 모양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AI 투자를 위해 약 400억 달러(약 53조5800억 원) 규모의 펀드 조성에 나서며 국내 IT기업 네이버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UAE는 국영 투자사 MGX를 설립하고 오픈AI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막대한 오일머니를 쥔 중동 국가들이 AI에 관심을 보이면서 투자를 받으려는 글로벌 IT업체들의 경쟁에 불을 댕기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화두인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은 중동 시장에 깃발을 꽂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화두인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은 중동 시장에 깃발을 꽂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AI전쟁 기름 부은 오일머니

챗GPT 열풍 이후 AI 전쟁은 이미 국가 간 ‘쩐의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AI 경쟁의 핵심인 AI 반도체 확보 등을 위해 기업은 물론, 각국 정부도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AI 산업 주도권을 두고 벌어지는 각국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AI 국가주의 시대(the era of AI nationalism)’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엔 막대한 오일머니를 가진 중동 큰손들까지 경쟁에 합류하고 있어 이들 경쟁에 불을 댕기고 있다.

여기에는 AI가 국가 경제를 뒤바꿀 게임체인저가 됐다는 각국의 판단이 배경이 됐다. 막대한 오일머니를 확보한 중동 국가들 역시 AI에서 다음 세대 동력을 찾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진행된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IT전시회 LEAP 2024 팀네이버 부스에 방문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네이버]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진행된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IT전시회 LEAP 2024 팀네이버 부스에 방문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네이버]

▶ 사우디·네이버 VS UAE·오픈AI.. 쩐의 전쟁 시작되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인공지능(AI)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약 400억 달러(약 53조5천8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펀드(PIF)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탈(VC) 회사 중 하나로 꼽히는 앤드리슨 호로위츠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사우디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중동 맹주를 지키기 위해 AI시대 강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야망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앤스로픽이 사우디아라비아 머니에는 지분을 팔지 않기로 한 가운데 미국 AI 업체들은 사우디의 투자를 받는데 신중한 모습이다. 자국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심사하는 미국 외국투자위원회(CFIUS)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투자를 면밀히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우디와 중국의 우호 관계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업계 전문가는 사우디 국부펀드가 투자 내역과 운영 방식이 상대적으로 비공개적이어서 사우디가 관련 기술을 민간이 아닌 군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사우디 측은 아예 새로은 회사를 설립하는 방안과 함께 반도체 제조업체와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AI 관련 스타트업 다수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 AI관련 업체 중엔 네이버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사우디아라비아 행보에 맞서 이미 지난해 말부터 AI 기업 AI71을 설립하고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 ‘팰컨’ 시리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알 반나이 아부다비 첨단기술연구위원회 위원은 “지난 50년 동안 석유가 국가를 이끌었지만, 지금은 데이터가 새로운 석유”라고 강조했다.

UAE는 AI 분야 인재에게 ‘황금 비자’를 제공하고 대형언어모델(LLM) ‘팔콘’을 연구 및 상업용으로 개방해 오픈AI등 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우리는 초대규모 AI 기술뿐 아니라 도심 단위 정밀 디지털 트윈 기술과 매핑 장비,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를 모두 갖추고 있다”며 “이 같은 기술은 모두 자체 기술력으로 사우디 등 중동 지역에 응용 접목할 수 있어 경쟁력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IT전시회 LEAP 2024 팀네이버 부스에서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네이버]
네이버 관계자는 “우리는 초대규모 AI 기술뿐 아니라 도심 단위 정밀 디지털 트윈 기술과 매핑 장비,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를 모두 갖추고 있다”며 “이 같은 기술은 모두 자체 기술력으로 사우디 등 중동 지역에 응용 접목할 수 있어 경쟁력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IT전시회 LEAP 2024 팀네이버 부스에서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네이버]

①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꽃피우나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AI의 중장기 선행연구 등을 이끄는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 센터장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정부가 네이버 AI에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네이버의 초거대 AI 모델을 소개하고 협업 기회를 만들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네이버클라우드 관계자는 사우디 정부가 AI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 다양한 기회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방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지난 3월 말 사우디 정부와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협력하기로 한 바있다. 대표적으로 사우디 도시 단위 시뮬레이션 및 모니터링을 위해 네이버의 디지털트윈 기술 솔루션을 활용하거나 사우디 국민이 보다 쉽고 편리하게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구상 중인 '슈퍼앱(가칭)'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이다.

이 과정에서 사우디 정부는 네이버의 AI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전환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네이버는 기존의 초거대 AI 모델을 업그레이드한 '하이퍼클로바X'를 7~8월경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하이퍼클로바X의 해외 수출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총괄도 최근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각국의 정치 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맞춤형 AI 시스템을 갖추기를 희망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해외 진출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픈AI가 아랍에미리트(UAE)와 중동 시장 AI 발전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UAE의 두바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 세레브라스 등 미국 AI 기업과 잇달아 계약을 맺으며, 명실상부한 중동의 AI 거점으로 떠올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픈AI가 아랍에미리트(UAE)와 중동 시장 AI 발전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UAE의 두바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 세레브라스 등 미국 AI 기업과 잇달아 계약을 맺으며, 명실상부한 중동의 AI 거점으로 떠올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② 오픈AI, 자체 AI반도체 개발··· UAE에 도움요청

UAE는 국영 투자사 MGX를 설립하고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와 ‘AI 반도체 프로젝트’ 투자 계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UAE에 손을 내민 것이다.

올트먼은 엔비디아의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반도체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트먼 CEO가 새로운 AI 모델 훈련 및 구축에 필요한 반도체를 개발하고 이를 생산하는 공장을 짓기 위해 중동 지역의 부유한 투자자들과 자금 조달 관련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중심에는 무하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의 동생인 셰이크 타흐눈 빈 자예드 국가안보보좌관이 있다. 타흐눈 보좌관은 수도 아부다비에서 가장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타흐눈 보좌관은 8000억달러(약 1070조원) 규모의 아부다비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아부다비 국영 투자·지주회사인 ADQ를 관리하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올트먼 CEO가 목표로 하는 자금 조달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FT는 "반도체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것은 비용이 매우 많이 드는 작업"이라며 "시가총액이 1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엔비디아와 경쟁하려면 비용이 최대 7조달러(약 9375조 원)까지 소요될 수 있어 자금이 넉넉한 UAE에 손을 내민 것이라고 설명했다.

UAE는 지난 2017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AI 장관을 임명했으며 2년 뒤에는 세계 최초로 AI에 초점을 맞추는 대학원을 개설하는 등 이 분야에 관심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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