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진행 중이었던 애플카 프로젝트
결국 발목 잡은 건 자율주행 기술의 미완성
성장세가 한풀 꺾인 전기차 시장도 중단 이유

[테크월드뉴스=김준혁 기자] 지난 2월 27일, 자동차 업계를 뜨겁게 달군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애플이 10년 가까이 개발을 진행해온 ‘애플카’의 개발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업계는 그동안 애플이 개발해 온 전기차 기반에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결합한 자동차를 멀지 않은 시일 내 공개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러나 최근 애플은 결국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 애플카 개발의 중단을 선언했다. 애플의 자동차 개발 중단은 생각보다 많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IT 업계를 넘어 자동차 업계, 그리고 미래를 위한 신기술 개발 분야까지 말이다. 그만큼 애플카의 개발 중단은 현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애플의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 애플카의 개발이 전격 중단됐다. [사진=애플 홈페이지]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애플의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 애플카의 개발이 전격 중단됐다. [사진=애플 홈페이지]

 

 10년 가까이 진행 중이었던 애플카 프로젝트

애플은 애플카 개발 초기에 테슬라의 인수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테슬라]
애플은 애플카 개발 초기에 테슬라의 인수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테슬라]

애플이 공식적으로 애플카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이다. 그러나 애플이 자동차에 관심을 가진 것은 그보다 수 년 전인 2010년부터다. 당시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자동차 개발에 관심을 보였고, 이 관심이 구체적인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와 전혀 관련이 없던 애플이 자체적으로 자동차를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때문에 초창기 애플은 기존 자동차 제조사와의 협업이나 인수 등의 방법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중에서는 꽤 구체적인 인수합병 진행 과정도 있었다. 바로 이제 막 전기차 제조업을 시작한 테슬라의 인수였다. 지금은 테슬라의 시가 총액이 700조 원을 넘어설 만큼 초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테슬라의 기업 가치는 40조 원도 되지 않았다. 실제로 애플의 인수합병 책임자와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인수를 위해 몇 차례 만남을 가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팀 쿡 CEO가 이를 반대했고, 결과적으로 애플의 테슬라 인수는 성사되지 못했다.

이후부터 애플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포드, 폭스바겐 등과 협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중 메르세데스-벤츠와는 꽤 긴밀한 협업 관계를 준비했었다. 벤츠가 애플카의 제조를 담당하고, 벤츠 차량에는 애플이 개발한 새로운 인터페이스와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협업은 성사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후부터 애플은 독자적인 애플카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 기존 자동차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준비한 애플

애플은 탑승객들이 애플카에서 애플의 모든 제품을 사용하는 완벽한 생태계 구축을 꿈꿨다. [사진=애플 홈페이지]
애플은 탑승객들이 애플카에서 애플의 모든 제품을 사용하는 완벽한 생태계 구축을 꿈꿨다. [사진=애플 홈페이지]

애플은 애플카 개발을 위해 2014년부터 매년 1조 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원도 2000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차별화된 디자인을 만들어내기 위해 포르쉐와 애스턴마틴 등에서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를 영입하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비용과 인력, 시간을 투자하며 애플이 꿈꿔왔던 애플카의 모습은 우리가 수십 년 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 속 자동차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애플카는 전기차와 완전 자율주행을 지향했다. 특히 자율주행과 관련해 애플이 제시한 청사진은 기존의 자동차와는 달랐다.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율주행차의 개발을 위해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 기존 자동차에 레벨 2 또는 레벨 3 수준의 반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해 다양한 기술을 시험 중이다. 때문에 현재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자동차는 기존처럼 운전대와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이 존재한다. 운전자가 언제든 운전에 개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애플은 처음부터 운전대와 페달이 아예 없는 자동차를 구상했다. 즉, 완전 자율주행이 적용된 애플카의 실내에서 탑승객들이 운전이 아닌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한 것이다. 탑승객들이 애플카에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애플TV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완벽한 생태계를 구상했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업계가 예상한 애플카의 모습은 참신하고 인상적이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같은 유려하고 매끈한 외관, 커다란 디스플레이가 가득하고 마주보는 시트 배열을 갖춘 실내 같은 모습이었다. 

 

▶ 애플카의 발목을 잡은 것은 결국 자율주행 기술의 미완성

애플은 렉서스 SUV에 자신들이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100만km가 넘는 실도로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사진=셔터스톡]
애플은 렉서스 SUV에 자신들이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100만km가 넘는 실도로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사진=셔터스톡]

이처럼 애플이 구상하는 애플카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완전 자율주행 기술의 구현이 선행되어야만 했다. 그러나 잘 알려진 것처럼 자율주행 기술의 개발은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 중이다. 애플이 꿈꿨던 완전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 5에 해당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주행 조건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자동차와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을 온전히 책임진다. 

그러나 현재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수준은 레벨 3에 머물러 있다. 이마저도 수 년 이상 레벨 2에 머물러 있다가 최근 들어 혼다와 메르세데스-벤츠 등에서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자동차를 일부 조건에서 선보이고 있을 뿐이다. 이 같은 현실은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 예산을 삭감하거나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있다. GM은 자율주행 자회사인 크루즈의 2024년 투자 금액을 10억 달러 줄였다. 심지어 포드는 레벨 4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완전히 포기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왔던 미국 앱티브 또한 투자를 중단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를 단 한 번도 만들어보지 못한 애플이 완벽한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꿈 같은 일이었다. 물론, 애플이 연구소에서만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왔던 것은 아니다. 애플은 렉서스의 SUV에 자신들이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해 실제 도로에서 100만 마일(160만km)이 넘는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또한 자율주행에 반드시 필요한 칩, 각종 센서, 클라우드 서비스, 소프트웨어 개발도 착실하게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수준 높은 반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조차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애플은 더이상의 프로젝트 진행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 성장세가 한풀 꺾인 전기차 시장의 흐름 또한 애플카의 중단 이유

애플이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빠진 전기차를 출시했다 하더라도 기존 프리미엄 전기차와 경쟁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게 업계 예측이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애플이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빠진 전기차를 출시했다 하더라도 기존 프리미엄 전기차와 경쟁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게 업계 예측이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물론, 애플은 완전 자율주행 기술은 잠시 내려놓고 전기차 기반의 애플카를 내놓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의 모습 또한 개발 의지를 꺾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전기차 시장의 열기는 빠르게 식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로모션이 발표한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순수 전기차 및 PHEV, HEV 포함) 판매량은 약 1360만 대였다. 2022년과 비교했을 때 약 31% 증가한 수치다. 단순 증가세만 놓고 보면 2023년 전기차 시장은 호황이었다. 그러나 2021년과 2022년 증가세를 비교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22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021년 대비 약 60% 가까이 성장했다.

결정적으로 최근 전기차의 흐름은 기존의 고성능 프리미엄 전기차에서 저가형 모델로 이동 중이다. 때문에 애플카의 기본 가격을 1억 달러(1300억 원) 이상으로 책정하려던 애플의 전략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고성능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이미 테슬라, BMW,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에서 내놓은 전기차를 두고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되지 않은 평범한 애플카를 구입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애플이 과감하게 애플카의 개발을 중단한 이유는 이런 시장의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완전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꿈꿔왔지만 상용화가 쉽지 않다는 게 곳곳에 증명되고 있다”며 “이번 애플의 애플카 개발 중단은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로 인해 완전 자율주행 시대의 개막은 적게는 수 년, 길게는 십수년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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