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LFP 배터리 생산을 준비 중인 LG에너지솔루션
신기술 개발 및 투자금 확보로 안정적인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SK온

[테크월드뉴스=김준혁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K-배터리가 중국 업체들의 추격으로 인해 위기 상황에 빠져 있다. 이에 따라 각 업체별로 각기 다른 대응 전략을 준비 중이다. 그중에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과 중저가 배터리 개발 같은 전략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K-배터리의 빅3 중 점유율 1, 2위를 기록 중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대응 전략이 눈에 띈다. K-배터리의 위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두 업체의 전략을 살펴 봤다.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호령했던 K-배터리 업체들이 다양한 형태로 반격을 준비 중이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호령했던 K-배터리 업체들이 다양한 형태로 반격을 준비 중이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점유율이 줄어든 K-배터리의 2023년

SK온은 2023년 역대 최대 연간 매출을 기록했지만 전 세계 점유율은 소폭 하락했다. [사진=SK온]
SK온은 2023년 역대 최대 연간 매출을 기록했지만 전 세계 점유율은 소폭 하락했다. [사진=SK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2023년 객관적인 성적은 2022년 대비 훌륭했다.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가 집계한 2023년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기준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대비 33.8% 성장한 95.8GWh의 사용량을 기록했다. SK온의 2023년 배터리 사용량은 34.4GWh로, 2022년 대비 14.4% 성장한 수치다. 

매출과 영업 이익에서도 두 업체는 웃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33조7455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2조1632억 원의 영업 이익을 기록했다. 2022년 대비 매출과 영업 이익은 각각 31.8%, 78.2% 증가한 수준이다. SK온은 2023년, 2022년 대비 약 70% 증가한 12조9000억 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하며 연간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다만, 영업 이익에서는 5818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2024년 하반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배터리 업체는 지난해 눈에 띄는 결과물을 보여줬다. 그러나 오히려 점유율에서는 소폭 하락했다.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 세계 배터리 사용량 기준, 2023년 13.6%의 점유율로 업계 3위를 기록했다. 2022년 업계 2위, 14.1%의 점유율 대비 하락한 수치다. SK온 또한 마찬가지다. 2022년 5.9%의 점유율에서 2023년 4.9%로 하락했다. 

반면 CATL과 BYD 등을 앞세운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점유율은 증가했다. CATL과 BYD의 합계 점유율은 2022년 50.1%에서 2023년 52.6%까지 늘어났다. 이 같은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전 세계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이 동반 성장한 가운데, K-배터리의 영향력과 점유율은 줄어든 반면,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 점유율 확대 위해 LFP 배터리 생산을 준비 중인 LG에너지솔루션

명실상부 전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였던 LG에너지솔루션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준비 중이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명실상부 전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였던 LG에너지솔루션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준비 중이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명실상부 K-배터리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한 때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 점유율 1위를 기록했으며, 현재도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전 세계 배터리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말은 곧, LG에너지솔루션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중국 시장 공략이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전기차에 주로 쓰이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 및 공급망 확대를 구축 중이다. 일례로 지난 2월 22일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의 양극재 생산 업체인 상주리원과 전기차 및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저장장치)를 위한 LFP 배터리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을 바탕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5년 동안 LFP 배터리에 쓰이는 양극재 약 16만 톤을 공급받을 계획이다. 해당 규모는 4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1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배터리 양이다. 

사실,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K-배터리 업체들은 LFP 배터리 기술 개발에 소극적이었다. 전 세계 전기차의 중심이 저가형 모델 대신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고성능, 고효율 모델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국산 업체들은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충방전 속도가 빠른 NCM(니켈, 코발트, 망간) 삼원계 배터리 기술 개발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전 세계 전기차의 중심이 저가형 모델로 이동하면서 에너지 밀도와 성능이 낮더라도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말 중국 난징 공장에 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시장 변화를 따라잡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해당 공장에서 올해 말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중국 상주리원과의 양극재 공급 계약 체결 또한 이런 계획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처를 확대 중인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점유율 확대를 위해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다양한 업체와 북미에서 생산공장을 합작해 운영 중이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점유율 확대를 위해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다양한 업체와 북미에서 생산공장을 합작해 운영 중이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공급처 확대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폭스바겐, 르노닛산, GM 등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판매되는 테슬라에도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다만, 기존에 배터리를 공급 중인 제조사 대부분이 저가형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하면서 속속 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LG에너지솔루션과의 동행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뜻이다.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에 손잡지 않았던 자동차 제조사들과의 동행을 준비 중이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자동차그룹과 토요타다. 지난해 하반기,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그룹과 함께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하기로 한 배터리 합장 공장에 약 2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한다고 밝혔다.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합작 공장은 연간 30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전망이다. 이는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토요타와도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까지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연간 2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10년 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하반기 진행한 투자 및 공급 계약으로 인해 LG에너지솔루션은 전 세계 톱 5 자동차 제조사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다시 말해 향후 몇 년 동아은 안정적인 매출 및 영업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 신기술 개발 및 투자금 확보로 안정적인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SK온

SK온은 기존에 주력했던 파우치형 배터리에서 벗어나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사진=SK온]
SK온은 기존에 주력했던 파우치형 배터리에서 벗어나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사진=SK온]

지난해 연간 최대 매출을 기록한 SK온은 다른 두 K-배터리 업체에 비해 뚜렷한 미래 전략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업계는 SK온의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 이익이 흑자로 돌아서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SK온은 현재 신기술 개발 및 투자금 확보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SK온이 개발 중인 대표적인 신기술은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다. 그동안 SK온은 파우치 형태의 필름에 배터리 소재를 탑재한 파우치형 배터리만을 개발해 왔다. 그러나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흐름이 각형과 원통형으로 이동하면서 SK온 또한 이 같은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 다만, SK온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화된 것은 많지 않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나 협력사 구축 등도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SK온은 대규모 투자금을 모으며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2023년 약 5조 원의 투자금을 마련했으며, 올해는 약 7조5000억 원의 설비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SK온은 지난해 북미 지역에서 포드 및 현대차그룹과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또한 중국과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을 증성할 계획까지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SK온은 2025년까지 연간 22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K-배터리 업체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각기 다른 전략을 준비 중이다. 물론, 이 같은 준비가 미래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 업계 관계자 또한 “중저가 배터리 기술 개발 및 투자 확대 같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의 미래 전략은 중국 업체들을 비롯해 다른 곳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은 게 사실이다”라며 “향후 몇 년 동안 눈에 띄는 기술 개발이나 공급망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K-배터리의 미래가 지금처럼 밝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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