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핵심사업으로 AAM 낙점
자동차와 항공기 만난 ‘S-A2’ 공개
2028년 상용화 목표

[테크월드뉴스=박예송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설립한 도심항공교통 독립법인 슈퍼널(Supernal)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차세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기체 S-A2의 실물 모형을 최초 공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AAM 기체는 미래에 구현될 핵심 이동수단으로 현대자동차 그룹이 첨단 항공 모빌리티의 비전을 선보인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독립법인 슈퍼널이 CES 2024에서 AAM 기체 S-A2 실물 모형을 공개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의 독립법인 슈퍼널이 CES 2024에서 AAM 기체 S-A2 실물 모형을 공개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항공 모빌리티 전략 구현된 ‘S-A2’

이번에 공개된 S-A2는 현대차그룹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 : 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2020년 CES에서도 첫 번째 비전 콘셉트 모델 S-A1을 선보인 바 있다. 그 다음해인 2021년 CES에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직접 항공 모빌리티(UAM)를 미래의 중요한 영역 중 하나로 지목한 후 3년 만에 실제 기체와 생태계 등을 구체화한 것이다.

슈퍼널은 S-A2 기체가 최대 400~500m의 고도에서 시속 200km의 순항 속도로 비행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1시간 반~2시간 만에 도달할 수 있는 속도다. S-A2는 상용화 시 도심 내 약 60km 내외의 거리를 비행할 예정이며 소음도 최소화하기 위해 전기 분산 추진 방식을 활용했다. 운항 시 소음은 45~65데시벨로 유지하도록 설계됐으며 이는 식기 세척기의 작동 소음 수준에 불과하다.

신재원 현대차·기아 AAM 본부장 겸 슈퍼널 CEO는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이번 신규 기체 공개는 미래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하겠다는 슈퍼널과 현대차그룹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최적의 시점에 최고의 기체를 선보인다는 전략을 이어가고 관련 업계와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AAM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슈퍼널이 공개한 S-A2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슈퍼널이 공개한 S-A2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안전에 집중한 다중화 설계 돋보여

슈퍼널이 새롭게 공개한 S-A2는 ‘틸트 로터(Tilt-Rotor)’ 추진 방식이 적용됐다. 로터(프로펠러)가 상황에 따라 상하 90도로 꺾이는 이 기술은 이착륙 시에는 양력을 얻기 위해 로터가 수직 방향을 향하다가 순항 시에는 전방을 향해 부드럽게 전환된다.

슈퍼널의 틸트 로터는 수직 이착륙시 8개의 로터 중 전방 4개는 위로, 후방 4개는 아래로 틸트되는 구조다. 이는 수직 비행을 위한 별도의 로터가 필요하지 않아 설계 복잡성을 줄이고 기체의 무게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또한 이착륙 시와 순항 중에 8개의 로터가 모두 추진력을 제공해 전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슈퍼널은 S-A2의 안전성에 큰 중점을 두고 있다. S-A2에는 여러 개의 로터를 독립적으로 구동하는 분산 전기추진과 각 로터에 이중 모터를 배치하는 등 안전기술을 적용했다. 배터리 제어기, 전력 분배 시스템, 비행 제어 컴퓨터 등에는 비상 상황에 대비한 다중화 설계를 도입했다. 8개의 개별 배터리 장치가 동체 후면에 분리된 상태로 장착돼 있어 한 배터리 유닛이 작동을 멈추더라도 다른 배터리 유닛이 차량에 전력을 계속 공급할 수 있다.

슈퍼널은 야간 및 다양한 기상 조건에서도 계기와 관제 지시에 따라 안정적인 운항이 가능하도록 제작해 2028년까지 상용 항공업계와 동등한 안전 기준을 만족하는 기체를 출시할 계획이다. 추가 연구 개발을 거쳐 2028년부터 상용화해 AAM 생태계 구축을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신재원 본부장은 AAM 대중화 시점에 대해 “상당히 빠를 것”이라며 “그러려면 고품질 대량 생산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슈퍼널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협업하고 있기 때문에 차별화를 지녔다”고 말했다.

S-A2의 창문 설계는 꿀벌에서 영감을 얻고 내부는 자동차 디자인을 기반으로 구현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S-A2의 창문 설계는 꿀벌에서 영감을 얻고 내부는 자동차 디자인을 기반으로 구현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자동차와 항공기가 만난 디자인 구현

S-A2 기체는 슈퍼널과 현대차·기아 글로벌디자인 본부가 협업한 결과물이다. 모든 엔지니어링과 통합 기체 디자인은 슈퍼널이 담당했으며 내·외관 스타일링은 현대차·기아 최고창의책임자(CCO)인 루크 동커볼케 사장의 주도 하에 현대차·기아 글로벌 디자인 본부가 맡았다.

슈퍼널의 기체는 전통적인 항공기 디자인 틀을 벗어나 자동차 디자인 프로세스를 접목해 경쟁사들과 차별화를 뒀다. S-A2는 조종사를 포함해 총 5명이 탑승할 수 있다. 경량화된 탄소섬유 소재의 탑승 공간은 조종석과 4인 승객석을 분리해 조종사가 안전한 비행에 집중하고 추가적인 수하물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인체공학에 기반한 시트는 수직 비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설계가 돼있다. 시트 사이에는 자동차와 같은 센터 콘솔이 적용돼 있다.

또한 S-A2의 승객 좌석은 필요에 따라 2인석이나 화물칸으로도 바꿀 수 있다. 정해진 노선과 스케줄에 따라 운행하는 항공기와 달리 AAM은 다양한 사용 목적에 따라 실내 공간을 쉽고 빠르게 변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창문 설계는 가능한 한 넓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헬리콥터나 VTOL을 타고 비행할 때는 조종사뿐만 아니라 승객도 아래를 내려다보기 때문이다.

동커볼케 사장은 꿀벌에서 영감을 얻어 S-A2의 창문 배치와 디자인을 착안했다고 밝히며 “마치 꿀벌의 머리가 속도에 의해 변형된 것처럼 역동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S-A2의 조명 시그니처를 디자인하고자 한다. 자동차 조명 클러스터처럼 사람들이 공중에서 슈퍼널 eVTOL을 조명 시그니처로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는 “S-A2는 ‘자동차와 항공기의 만남’을 진정으로 표현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상용화 위한 협력 및 생태계 구축

슈퍼널은 미래 항공 모빌리티의 상용화를 위한 협력 계획도 발표했다.

전기 수직이착륙기인 S-A2가 하늘로 뜨려면 최대 출력이 30초 이상 나와야 하기 때문에 배터리 성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캘리포니아의 슈퍼널 연구개발(R&D) 부문과 현대차·기아 배터리개발센터, 현대모비스가 함께 협력해 우수한 충전 성능, 경량화, 안전성을 두루 갖춘 AAM용 배터리를 개발할 계획이다.

슈퍼널은 모빌리티 관련 산업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전세계 항공 산업의 최상위 파트너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AAM이 성공적으로 상용화될 수 있는 기반을 선제적으로 다진다는 계획이다.

슈퍼널은 유럽 최대 방산업체인 BAE 시스템즈와 협력해 비행 제어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항공기 부품 생산 업체인 GKN 에어로스페이스와는 경량 기체 구조물 및 전기 배선 계통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미 항공우주국(NASA) 및 연방항공청(FAA)과 협력으로 교통 생태계와 AAM을 안정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은 기체 이륙 전 안전 점검에 활용된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이 항공 분야로 진출해 개인용 항공기 사업에 주력하는 것은 단순한 자동차 기업을 넘어 모빌리티와 관련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하는 새로운 전략의 일환이다.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19년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 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며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 그룹 미래 사업의 30%는 UAM이 맡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 그룹 미래 사업의 30%는 UAM이 맡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 외 CES에서 보인 도심항공 모빌리티

올해 CES에서 AAM 기체를 선보인 기업은 슈퍼널만이 아니다. 중국 샤오펑의 에어로HT 사업부는 올해 말부터 사전 주문이 가능한 모듈형 플라잉카 ‘육지항공모함’을 공개했다. 이 차량은 설계가 두 부분으로 구성돼 사용자가 지상과 에어 모드를 전환할 수 있다. 지상모듈은 3축 6륜 하이브리드로 4~5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추고 있다. 에어 모듈은 2인승 eVTOL로 수동 및 자동 주행 모드를 모두 갖추고 있다.

피보탈은 조종사 자격증이 필요 없는 1인승 전기 개인용 항공기인 ‘헬릭스’를 소개했다. 이 이동식 기체는 보관소에서 하늘까지 30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주행거리는 8킬로와트시 배터리로 32km이며 75분 안에 20~100%까지 최대 충전이 가능하다. 순항 속도는 약 100km다. 또한 헬릭스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8개의 로터 중 하나 없이 비행이 가능하다.

신재원 본부장은 “2명정도 탑승하는 기체는 사업성이 낮다”며 “결국 시장의 승자는 효율성과 안전에서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널은 대중화 시점에는 배터리 성능의 개선 등으로 탑승 인원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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