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에도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되는 전기차 시장
기술 개발 및 평준화로 인한 저가 전기차의 보급
저가 전기차 보급의 또 다른 원동력, 리튬인산철 배터리

[테크월드뉴스=김준혁 기자] 올해 자동차 산업 성장의 핵심은 누가 뭐라 해도 전기차다.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고는 하지만 미래의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를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2024년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저가형 전기차가 이끌 것이며, 실제로도 가격이 저렴한 전기차가 전 세계 곳곳에서 출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4년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저가형 모델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테슬라]
2024년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저가형 모델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테슬라]


▶ 2024년에도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되는 전기차 시장

가장 큰 전기차 시장으로 등극한 중국은 수많은 브랜드의 통합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세가 전망된다. [사진=BYD]
가장 큰 전기차 시장으로 등극한 중국은 수많은 브랜드의 통합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세가 전망된다. [사진=BYD]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023년 같은 기간 대비 약 49% 성장했다. 이 기간, 전기차의 전체 판매량은 약 620만 대였다. 전 세계 승용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16%였으며, 이는 2022년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약 12.4% 증가한 수치다. 

국가별로 전기차 시장 성장률에 다소 차이가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전기차 시장은 모두에게 매력적인 블루오션임이 분명하다. 이 같은 모습은 2024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그 핵심은 중국 시장의 잠재력이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동시에 전기차 시장이다. 카날리스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절반이 넘는 약 55%에 달했다. 물론,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는 매년 조금씩 하락 중이다. 그러나 절대적인 시장 규모가 워낙 거대한 탓에 전체 시장의 성장세를 이끌기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 같은 전망이 가능한 것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의 통합이다. 현재, 중국 내에는 수많은 전기차 브랜드가 난립하고 있다. 그러나 2024년에는 이런 모습이 바뀔 것으로 예측된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중국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전기차 브랜드와 차종이 존재하지만, 대형 브랜드를 제외하면 어느 곳 하나 웃을 수 없는 치킨게임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2024년에는 BYD, 상하이자동차(SAIC), 지리자동차 등의 대형 브랜드들이 중소 브랜드를 통합하며 해결하려는 모습이 예측된다”는 전망을 내놨다.

 

▶ 기술 개발 및 평준화로 인한 저가 전기차의 보급

테슬라는 성능을 포기하는 대신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탑재로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사진=테슬라]
테슬라는 성능을 포기하는 대신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탑재로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사진=테슬라]

앞서 언급한 중국 전기차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세 예측은 전기차의 보급과도 맞닿아 있다. 전기차 보급 초기에는 고가의 고급 전기차를 중심으로 몸집을 키웠다면 이제 시장 수요의 중심은 저가형 전기차, 진정한 의미의 양산형 자동차를 원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사실은 전기차 성장세를 주도한 테슬라의 변화에서 엿볼 수 있다. 

테슬라는 2023년 하반기부터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저가형 모델 3와 모델 Y의 생산을 시작했다. 기존 모델 3와 모델 Y 대비 성능은 떨어지지만 원화 기준 가격이 수백만 원 이상 저렴한 덕분에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한 바 있다. 

그 결과, 테슬라 모델 Y는 시장 조사 기관 클린테크니카(CleanTechnica)가 공개한 2023년 1~11월 기준 판매량에서 유일하게 70만 대 이상 판매되며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여줬다. 이 같은 모습은 대다수의 소비자들의 전기차를 구매할 때 주행거리나 성능보다 가격을 최우선 가치로 고려한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대다수의 전기차 제조사들은 기존의 고가형 모델 대신 저가형 모델의 개발 및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 규모의 전기차 제조사로 등극한 중국 BYD의 저가형 전기차 개발 전략은 말할 필요도 없다. 테슬라는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하기 앞서 현재 판매 중인 전기차의 가격을 공력적으로 인하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폭스바겐 또한 마찬가지다. 기존의 중저가형 모델인 ID.3와 ID.4에 이어 ID.5와 ID.6, ID.7까지 크기와 성능 대비 가격이 저렴한 전기차를 차례로 출시하고 있다. 

기아는 기존의 고성능, 대형 전기차 대신 중저가형 전기차 개발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기아]
기아는 기존의 고성능, 대형 전기차 대신 중저가형 전기차 개발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기아]

이 같은 모습은 현대자동차그룹에서도 찾을 수 있다. 특히 기아는 기존의 EV6, EV9와 같은 고성능, 고급 전기차 외 경차인 레이 기반의 레이 EV를 통해 저가형 전기차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 11월 2023 LA 오토쇼에서는 EV3와 EV4 콘셉트카를 공개하며, 가까운 미래에 중저가형 전기차 시장에 집중하려는 전략을 밝히기도 했다. 

 

▶ 저가 전기차 보급의 또 다른 원동력, 리튬인산철 배터리

세계 최대의 리튬인산철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은 유럽의 중심부 독일에 공장을 세우며 현지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사진=CATL]
세계 최대의 리튬인산철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은 유럽의 중심부 독일에 공장을 세우며 현지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사진=CATL]

테슬라의 사례를 통해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2023년에는 전기차의 구동용 배터리로 널리 쓰인 리튬이온 방식 대신 리튬인산철 방식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뜨거웠다. 지금까지는 전기차를 개발할 때 가격 경쟁력보다는 내연기관 자동차 수준의 주행거리와 성능 확보에 집중해 왔다. 때문에 리튬이온 배터리의 탑재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소비자들 입장에서 전기차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면 가능한 저렴한 전기차를 선택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모습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곳은 유럽 전기차 시장이다. 시장 분석 기관 슈미트 오토모티브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유럽 내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점유율은 0.5%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3년 상반기에는 점유율이 8.2%까지 크게 확대됐다. 전체 시장 점유율로 보면 미미하지만,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중국산 전기차가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스텔란티스는 그룹 내 여러 브랜드의 전기차에 CATL의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사진=푸조]
스텔란티스는 그룹 내 여러 브랜드의 전기차에 CATL의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사진=푸조]

더욱 인상적인 점은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생산하는 CATL을 필두로 한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의 유럽 시장 내 점유율 확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의 점유율은 10%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3년 상반기 기준으로는 점유율이 40%까지 증가했다. 한 때 유럽 시장 점유율 70%를 자랑했던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57%까지 크게 줄었다.

이 같은 점유율의 역전은 유럽 소비자들이 고가의 전기차 대신 저가 전기차를 선호하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업계 전문가들은 가격이 저렴한 배터리를 탑재한 저가형 전기차를 원하는 시장의 모습이 2024년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한 전문가는 “전 세계 주요 전기차 제조사들이 수익을 어느 정도 포기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변경한 지 오래다”라며 “제조사들의 이 같은 전략에 주요 국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더해지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저렴하게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저가형 전기차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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