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세계 첫 AI 규제법 합의
유럽 일부 전문가 ‘AI 기술 혁신 저해’ 우려
영·프·독 AI 기업 내세워 자리싸움 치열

[테크월드뉴스=서용하 기자] 유럽연합이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에 대한 규제 법안을 확정했다. 겉으론 ‘안전한 AI’를 내걸었지만, 미국에 대한 견제용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유럽 내의 독일, 프랑스 등은 유럽연합의 AI 규제법 합의 소식에 달가워하지 않으면서도 AI 산업 패권에 도전하기 위한 치열한 자리싸움을 벌이고 있다.

티에리 브레튼 유럽집행위원은 자정 직전 "합의 성사"라고 트윗했다. 협상을 함께 이끌어온 의회 위원회도 유럽의회와 회원국들이 "마침내 인공지능법에 대한 정치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적었다. [사진=티에리 브레튼 X계정/티에리브레튼 집행위원(사진 중앙)이 참석자들과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티에리 브레튼 유럽집행위원은 자정 직전 "합의 성사"라고 트윗했다. 협상을 함께 이끌어온 의회 위원회도 유럽의회와 회원국들이 "마침내 인공지능법에 대한 정치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적었다. [사진=티에리 브레튼 X계정/티에리브레튼 집행위원(사진 중앙)이 참석자들과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 유럽연합, 생성형 AI에 대한 규제 확정··· 세부 법 조항 협상 필요

유럽연합이 지난 9일 생성형 AI에 대한 규제 법안을 확정했다. 유럽연합은 논의를 시작한 지 2년여 만에 세계 최초로 AI 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규제 법안을 이끌어 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비공개로 37시간이 넘는 마라톤협상 끝에 이뤄졌다. 1차 회의는 22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2차 회의가 8일 오전에 재개돼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유럽은 이번 규제안에서 AI 기술의 위험 정도에 따라 4가지 등급으로 나눠 규제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특히 가장 강한 등급인 ‘용인할 수 없는(unacceptable) 위험’으로 안면 인식 기술을 선정하고 기술 활용 분야를 테러 예방, 강력 범죄자 추적 등 국가 안보 등으로 제한했다.

유럽연합의 AI 규제안에서 안면 인식은 가장 큰 논란거리였다. 생체 정보 중 가장 민감한 부분으로 기업들이 이를 무분별하게 수집해 AI 개발에 활용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아울러 생성형 AI의 위험성을 분류하고 기술 개발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도록 했다. 유럽 역내에서 자율주행·의료장비 등과 관련한 ‘고위험’ 기술을 출시하려는 기업은 데이터를 공개하고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규정을 위반한 기업은 최대 3500만 유로(약 497억 원) 또는 전 세계 매출액의 7%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한다.

AI 규제를 둘러싸고 프랑스, 독일 등 일부 회원국들은 현지 기업들에 불필요하게 불이익을 줄 것이라며 규제에 반대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법안은 빨라야 2025년에 발효될 예정이다. 아울러 세부 법 조항에 대한 협상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예상되며 이 과정에서 로비가 더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챗GPT 출시 이후 생성형 AI가 봇물을 이루면서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 빅테크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유럽연합이 서둘러 규제의 칼을 뽑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11월 챗GPT 출시 이후 생성형 AI가 봇물을 이루면서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 빅테크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유럽연합이 서둘러 규제의 칼을 뽑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발등에 불 떨어져’ 사실상 미국 견제용 시각

업계에선 유럽연합의 AI규제법은 미국 IT 기업에 대한 견제용으로 보고 있다. 유럽 내의 스타트업 보호도 필요하지만, 미국 IT 기업의 견제가 그만큼 시급하다는 것이다.

유럽인들의 모든 인터넷 활동 기록들이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서버에 남아 ‘데이터’ 주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같은 우려는 유럽연합 행정부인 집행위원회가 지난 2월 19일에 공개한 데이터 시대의 전략백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백서에는 데이터 단일시장 구축, AI 및 안면인식 기술 규제 등을 담은 EU의 향후 전략이 담겨있다.

IT 기업들이 의료, 치안, 교통, 법률 등의 분야에서 유럽 내의 데이터를 사용할 경우 유럽연합의 기준에 충족해야 하고 유럽 시장에 적용하기 전 테스트와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유럽연합의 AI규제법이 내부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스트랄AI(프랑스), 알레프알파(독일) 등 유럽 AI 기업의 기술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기업 모임 ‘디지털유럽’의 사무총장 세실리아 보네펠드 달은 “기업들이 AI 엔지니어 대신 변호사를 고용할 판이다”고 즉각 반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유럽연합의 AI규제법이 내부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스트랄AI(프랑스), 알레프알파(독일) 등 유럽 AI 기업의 기술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기업 모임 ‘디지털유럽’의 사무총장 세실리아 보네펠드 달은 “기업들이 AI 엔지니어 대신 변호사를 고용할 판이다”고 즉각 반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영국 ‘유연’, 프랑스 ‘AI 허브’ , 독일 ‘네트워크’ 강조

영국, 프랑스, 독일은 모두 AI 시장에서 세계의 중심에 서길 원한다. 영국은 AI 시장에서 세계를 선도하려 하고 있고, 프랑스는 유럽의 AI 산업 생태계를 자국에서 만들려 하고 있다. 또한 독일은 유럽 집행위원회의 AI 전략과 일치하는 AI 네트워크를 자국이 담당하려 하고 있다.

블레츨리 선언문에서는 두 의제로 ▲공통의 AI 위험을 식별하고 과학적 이해를 공동 구축▲국가별 위험 기반 정책을 수립하고, 각국 상황 여건에 따라 접근방식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 국제 협력을 추진하는 것을 담았다. 여기에는 민간의 AI 역량과 평가지표 및 테스트 도구 등도 포함된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AI위험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며 어떤 나라도 혼자서는 이일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사진=UK Prime Minister/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블레츨리 선언문에서는 두 의제로 ▲공통의 AI 위험을 식별하고 과학적 이해를 공동 구축▲국가별 위험 기반 정책을 수립하고, 각국 상황 여건에 따라 접근방식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 국제 협력을 추진하는 것을 담았다. 여기에는 민간의 AI 역량과 평가지표 및 테스트 도구 등도 포함된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AI위험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며 어떤 나라도 혼자서는 이일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사진=UK Prime Minister/ 리시 수낵 영국 총리]

① 유럽연합에서 자유로운 영국... 규제와 혁신 조화 노력

브렉시트 이후 유럽 내 입지가 불안해진 영국은 AI 시장에서 세계를 선도해 중심에 서길 원한다. 유럽연합이 제정한 규제 중심의 법안보다는 자유와 유연성에 초점을 맞춰 자국 내 AI 산업을 빠르게 육성한다는 복안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 3월 AI 규제 백서를 발표했다. 이 백서에 따르면 AI 규제에 있어 원칙에 기반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규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일한 규제 기관을 만드는 대신 기존 관련 기관이 상황별 맞춤형으로 접근한다는 내용이다.

영국 정부는 유럽연합의 AI 규제법은 부담스러운 규제 체제를 규정하고 있다며 자국의 방식이 ‘유연한’ 접근이라고 선전한다.

영국 정부는 AI 스타트업들에 더 자율적인 환경을 보장해 준다면, 프랑스 독일 등의 국가를 상대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아울러 영국은 새로운 규정 개발을 주도하기 위한 노력에도 앞장서고 있다. 영국은 지난 달 1일 AI 안전 정상회담을 개최해, G7을 포함한 세계 28개국으로부터 안전한 AI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블레츨리 선언’을 끌어냈다.

이 블레츨리 선언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통제하기 위한 최초의 국제 선언이다.

특히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자국 내 반대에도 회담에 중국 대표 초청을 강행해 진영을 넘어 ‘세계의 AI 중재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파리에 기반을 둔 미스트랄 AI 회사는 구글 딥마인드와 메타의 연구원 출신들이 공동 설립했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억만장자 그자비에 니엘이 '유럽 간판 AI 회사'로 밀어주고 있다. 6월 당시에는 설립한 지 불과 4주 만에 대형언어모델(LLM)을 출시하겠다는 계획만으로 1억 1300만달러(약 1445억 원)의 시드 펀딩에 성공하며 화제가 됐다. [사진=미스트랄 AI / 미스트랄 AI 임직원들]
파리에 기반을 둔 미스트랄 AI 회사는 구글 딥마인드와 메타의 연구원 출신들이 공동 설립했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억만장자 그자비에 니엘이 '유럽 간판 AI 회사'로 밀어주고 있다. 6월 당시에는 설립한 지 불과 4주 만에 대형언어모델(LLM)을 출시하겠다는 계획만으로 1억 1300만달러(약 1445억 원)의 시드 펀딩에 성공하며 화제가 됐다. [사진=미스트랄 AI / 미스트랄 AI 임직원들]

② 프랑스 AI 인재 및 기업의 ‘허브’ 생태계 구축

프랑스는 유럽에서 AI 산업의 인력과 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생태계를 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자국은 미·중이 선점한 AI 시장을 따라잡기 위해 2018년에 15억 유로 규모의 AI 전략 5개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해당 부문에 돈을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AI 혁신에 도움이 되는 전체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I의 학술 및 상업 부문을 모두 강화해 프랑스를 AI 인재 및 기업의 매력적인 목적지로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 프랑스에는 구글과 페이스북 AI 연구 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 파리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캠퍼스 ’스테이션 F‘를 오픈해 3000여 개의 업무 공간과 20여 개의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 중이다.

독일은 2019년 설립한 알레프 알파가 있다. 알레프 알파는 특히 미국이 아닌 유럽에 기반을 둔 데이터를 사용해 AI 모델을 구축하는 ‘데이터 주권’ 개념을 강조한다. 로버트 하벡 독일 부총리도 “AI 분야에서 주권을 갖는다는 생각은 매우 중요하다. EU가 최고의 AI 규제안을 갖추고도 최고의 기업을 갖추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며 알레프 알파를 지지했다.[사진=알레프 알파]
독일은 2019년 설립한 알레프 알파가 있다. 알레프 알파는 특히 미국이 아닌 유럽에 기반을 둔 데이터를 사용해 AI 모델을 구축하는 ‘데이터 주권’ 개념을 강조한다. 로버트 하벡 독일 부총리도 “AI 분야에서 주권을 갖는다는 생각은 매우 중요하다. EU가 최고의 AI 규제안을 갖추고도 최고의 기업을 갖추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며 알레프 알파를 지지했다.[사진=알레프 알파]

③ 독일 유럽 집행위원회와 발맞춘 AI 네트워크 구성 노력

독일 연방정부는 지난 2018년 11월 15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 연구, 개발 및 응용 분야 강화를 담은 ‘인공지능 전략(KI-Strategie)’을 채택했다.

독일 최초의 AI 전략이며, 6개 포럼과 109명의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완성했다. 세계 최고의 AI 국가 건설을 목표로 2025년까지 30억 유로 투입해 ▲기업 ▲스타트업 ▲인재 양성 ▲데이터 활용 ▲AI 법제도 등 12개로 분야를 나눠 AI 개발과 이용을 활성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독일 정부 관계자는 이러한 투자의 주요 목적은 AI를 통해 새로운 산업 분야를 개척하고 기존 산업을 혁신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독일은 자국이 ‘유럽 AI’를 선도하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정부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독일·프랑스 별로 나뉜 AI 연구소를 ‘공동 AI 연구 및 기술혁신센터’ 형태로 재편성하고 유럽 집행위원회의 AI 전략과 일치하는 AI 네트워크를 자국이 담당하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프랑스 외에 캐나다, 일본 등과도 협력해 AI 네트워크를 형성, 세계의 중심에 서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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