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디지털 전환 가속은 우리 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익숙했던 환경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생활TECH]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던, 쉽게 접할 수 있는 IT 기술을 소개하고 어떤 원리로 동작하는지, 그리고 개선할 부분은 없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AI에 대한 고민은 앨런 튜링의 의문에서 시작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I에 대한 고민은 앨런 튜링의 의문에서 시작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테크월드뉴스=양승갑 기자] 생성형 AI 서비스 ‘챗GPT’가 선보인 지도 벌써 1년이 흘렀습니다. AI에 대한 관심은 챗GPT 이전과 이후로 나눠도 될 만큼 크게 달라졌는데요. AI에 대한 기업 및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그동안 AI의 성능과 기술에 가려진 AI 역사에 대해서도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 AI 탄생을 위한 고민

현재 우리는 AI에 대한 보편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있지만 이전에는 개념 정립에도 많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이는 AI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생각에서도 잘 드러나는데요.

AI에 대한 고민은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앨런 튜링(Alan Turing)의 의문에서 시작합니다. 1950년대 튜링은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컴퓨터가 지능이 있는지 판별할 수 있는 ‘튜링 테스트’를 고안했다고 합니다. 만약 ‘컴퓨터가 인간처럼 행동하는데 사람이 이를 구분할 수 없다면 컴퓨터는 생각이 가능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인데요.

현대 AI 연구에서 튜링 테스트가 AI 측정의 직접적 지표로 활용되지는 않지만 상징과도 같은 의미는 여전히 매우 큽니다.

기계가 지능을 갖는다는 것에 대한 정의는 튜링만 한 것이 아닙니다. 1956년 미국 다트머스 학회에서 컴퓨터 과학자 존 매카시(John McCarthy)는 AI라는 용어를 창안했습니다.

그는 AI를 두고 ‘지능형 기계, 특히 지능형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학 및 공학”이라며 “컴퓨터를 사용해 인간의 지능을 이해하는 유사한 작업과 관련이 있지만 AI는 생물학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방법에만 국한될 필요가 없다”고 정의했습니다.

쉽게 말해 사람의 지능을 기계나 프로그램에 인공적으로 구현해 사람처럼 지능이 필요한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 튜링 테스트 도전과 철학적 질문

당시 일부 과학자들은 ‘일라이자(Eliza)’, ‘패리(PARRY)’ 등 프로그램을 만들어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려 시도했습니다. 패리의 경우 편집성 정신분열증 환자의 반응을 모방하도록 설계됐는데 정신과 의사들이 패리와 실제 환자를 구분하는 경우는 48%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조건이 있었지만 인간처럼 보이게 성공한 것입니다.

특히 AI에 대한 고민은 ‘인간처럼 행동하는 시스템’이라는 문제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철학자 존 설(John Searle)의 ‘중국어 방’ 사고실험입니다.

예를 들어 방 안에 영어만 가능한 사람이 있고 이 사람에게 미리 만들어 놓은 중국어 질문과 질문에 대한 답변이 주어졌을 때, 방 밖의 중국인이 질문을 써서 방으로 전달하면 방 안의 사람은 미리 준비된 답변에 따라 대응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방 안의 사람은 중국어를 전혀 못하지만 방 밖의 중국인은 방 안의 사람이 중국인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컴퓨터가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더라도 ‘기계가 지능을 갖고 있다는 AI의 본질과 맞느냐’라는 조건에는 부합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일라이자를 만든 조셉 와이젠바움(Joseph Weizenbaum)은 질문에 단순한 호응만을 하는 일라이자가 사람을 속이는 것에 회의를 느껴 AI 비판자로 돌아서기도 했습니다.

애플과 IBM의 데스크톱 컴퓨터는 리스프 기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능이 높았습니다. [사진=IBM]
애플과 IBM의 데스크톱 컴퓨터는 리스프 기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능이 높았습니다. [사진=IBM]

 

▶ AI 황금기와 암흑기

그럼에도 AI는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AI가 사람의 지능을 대체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 때문인데요. 1950년대 중반부터 1974년까지 AI 황금기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현재에도 종종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 ‘리스프(Lisp)’ 뿐만 아니라 앞서 서술한 일라이자, 리스프로 프로그래밍 된 최초의 자율 이동식 로봇 ‘셰이키(Shakey)’ 등이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AI 발전은 곧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아직 AI를 활용한 보편적인 서비스가 나온 것도 아니며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 개발도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제한적인 데이터, 컴퓨팅 파워 부족 등도 문제가 됐습니다. 학계에서는 1987년부터 1993년까지의 이 시기를 ‘인공지능의 겨울’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또한 리스프의 기계당 가격만 하더라도 10만 달러(약 1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즉각적인 결과물을 원했던 투자자 입장에서는 성과 도출이 장시간이 소모될 것으로 예상되는 AI 연구에 언제고 기다릴 수는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애플과 IBM의 데스크톱 컴퓨터가 보다 우월한 성능을 내기 시작한 까닭에 상대적으로 비용 성능 측면에서 뒤떨어지는 리스프 기계는 경쟁 대상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는 “전문가 시스템(리스프 기계)이 목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함에 따라 AI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약화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랜스포머를 정의한 공동저자 한 명인 에이단 고메즈가 제시한 모델의 세부 모습 [사진=엔비디아]
트랜스포머를 정의한 공동저자 한 명인 에이단 고메즈가 제시한 모델의 세부 모습 [사진=엔비디아]

 

▶ 기술 발전, AI 암흑기에서 벗어나다

고비도 있었지만 AI는 주변 생태계의 발전과 함께 진정한 ‘AI’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간 컴퓨팅 파워 부족 능력은 고성능을 가진 GPU의 확산으로 일부 해소됐으며 데이터 문제 역시 인터넷의 발달, 빅데이터의 대중화로 인해 수급이 가능해졌는데요.

직접적인 AI 기술 발달도 이어졌습니다. AI 학습을 위해서는 인간의 지식을 공부해야 했고 따라서 인간의 지식을 담은 언어를 이해해야 했습니다. 이런 언어의 이해에는 어순과 맥락이 중요하므로 딥러닝 구조를 활용한 개선 과정이 중요했는데요.

구글은 기계학습 접근 방식 ‘seq2seq(Sequence to Sequence)’와 트랜스포머(Transformer) 구조를 통해 문장 속 단어와 같은 순차 데이터의 관계를 보다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는 언어모델이 현재 대형언어모델(LLM)의 형태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AI 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AI 시장 규모는 4541억 달러(약 590조 원)로 평가됐으며 연평균 약 19% 성장해 2023년에는 약 2조 5700억 달러(약 334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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