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아산시·원주시, 첨단산업으로 인구 증가 효과 '톡톡'
정부, 디지털혁신으로 인구감소·지역소멸 해법 찾는다
대기업, 디지털 인재 부족한 지방 중소기업 디지털 전환 지원
인구감소 시대, AI와 로봇이 대안

저출산·고령화 대응 포스터 [사진=반크]
저출산·고령화 대응 포스터 [사진=반크]

[테크월드뉴스=김승훈 기자] 합계출산율 0.7명. 우리나라의 인구감소 속도는 어느덧 전 세계의 관심사가 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섯은 "한국은 선진국들이 겪고 있는 인구 감소의 놀라운 사례연구(case study) 대상"이라며 "한국에서 인구가 감소하는 속도는 14세기 흑사병으로 유럽에서 인구가 감소했던 때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합계출산율이 0.7명이라는 것은 200명이었던 인구가 다음 세대엔 70명으로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두 세대를 거치면 200명이 25명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이는 스티븐 킹의 소설 '스탠드'에 나오는 가상의 슈퍼독감으로 인한 인구 붕괴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러한 인구감소는 지방소멸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일부 지자체는 인구가 줄어들면서 생활 필수 인프라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2월 기준으로 소멸위험지역도 전국 228곳 시·군·구 가운데 118곳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이러한 현상은 '디지털 인재' 부족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지난 202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SW, AI 등 디지털 역량 보유 인력 수요는 약 73만8000명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양성될 디지털 인재는 약 49만명에 그쳐 필요 인력의 66%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됐다.

디지털 인재 부족은 수도권 보다 지방에 소재한 기업들에게 보다 직접적인 생존위협이 되고 있다.

지역SW산업발전협의회가 서울과 경기 기타 지역을 제외한 전국 IT·SW 사업체 1만8548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년 지역 IT·SW 산업 생태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지역에서 인력 부족 현상이 확인된다.

대표적으로 광주는 SW 인력이 풍부하다는 응답은 8.1%였던 반면, 공급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57.5%로 나타났다. 공급이 수요에 비해 49.6% 부족한 셈이다. 전남도 공급이 수요 대비 48% 달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호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산업정책연구실 실장은 "지역의 SW 관련 학과 졸업자는 전국 대비 58%이지만, 지역에 정착한 비율은 28%에 불과하다"면서 "수도권에 디지털 서비스 기업의 76%가 몰려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한국은 인구소멸만이 문제가 아닌 지방소멸 문제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구를 늘려 봐야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지방소멸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방소멸을 막고 오히려 인구를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바로 첨단 산업으로 전환 속도를 올리는 것이다.

 

화성시·아산시·원주시, 첨단산업으로 인구 증가 효과 '톡톡'

대표적인 사례로 경기도 화성시를 꼽을 수 있다. 화성시는 최근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경기도 수원, 고양, 용인, 경남 창원에 이어 다섯 번째로 인구 100만명의 대도시가 됐다.

군에서 시로 승격한 2001년만 해도 당시 인구는 21만명에 불과했다. 이후 2010년 9월 50만명을 넘어서면서 대도시로 성장했고, 시 승격 22년 만에 100만 도시로 성장했다.

지금도 화성시의 인구는 하루 50~100명 정도 늘어나고 있다. 덕분에 화성시 거주자의 평균 연령은 38.8세로 전국 기초지자체 중 가장 젊다. 전국 평균인 44.6세보다는 무려 5.8세나 차이가 난다. 아동 인구 비율은 20%나 된다.

이는 화성시에 양질의 일자리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화성시에 소재한 기업은 무려 2만7000여곳으로 경기도 내에서 가장 많은 기업이 몰려 있다.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닌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기아 오토랜드 화성 공장, 한미약품 등 반도체·차·바이오 등 첨단 미래 산업 기반이 자리하고 있다.

화성시 관계자는 "자동차,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 미래 산업이 집중돼 있다 보니 젊은 인구 유입이 많다"며 "그만큼 인구 구조에도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청남도 아산시와 강원도 원주시도 인구가 증가하는 곳 중 하나이다.

충남 아산시와 강원 원주시는 1993년부터 31년 간 매년 인구가 늘었다. 2023년 10월 기준 아산시 인구는 33만4539명, 원주시는 36만807명이다.

아산시에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메카라 불리는 아산디스플레이시티가 있다. 아산디스플레이시티에는 세계적 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와 글로벌 기업 코닝 등 첨단 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원주시는 최근 부론산단 착공을 시작했다. 대규모 신규 산업단지에는 반도체를 비롯해 디지털 헬스케어, 이차전지, 이모빌리티, 첨단국방 과학산업 등 미래 첨단산업을 유치할 계획이어서 앞으로 인구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 로봇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산업 로봇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 디지털혁신으로 인구감소·지역소멸 해법 찾는다

정부는 '지역 디지털 혁신'이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보고 '새로운 경제 창출', '균형 있는 국가 발전'을 목표로 지역 디지털 혁신 거점 구축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이 디지털 혁신 사업을 주도해 기획하면 정부가 이를 컨설팅하고 성과평가 결과를 기획에 포함하는 등 지역 정책·사업 기획 추진 체계를 확립하는 방식이다.

올해 상반기 진행된 지역 디지털 혁신 거점 '시범 사업' 공모에는 10개 지역이 신청해 대구와 부산이 최종 선정됐다.

일례로 대구는 '국가 디지털 혁신지구' 조성을 추진한다. 국가 디지털 혁신지구는 지역 디지털 혁신 거점 사업을 발전시킨 개념이다. 이를 위해 지역 디지털 혁신 거점 시범 사업에 선정된 수성알파시티를 국가 디지털 혁신지구로 확대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수성알파시티에 글로벌 연구센터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CDC), 지역기반 공동 캠퍼스, 기업지원센터 등을 구축한다. 특히 CDC 구축을 위해 SK(주) C&C와 SK리츠, 아토리서치 등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추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국가 디지털 혁신지구를 오는 2025년부터 2031년까지 7년 간 조성하고, 오는 2030년까지는 디지털 혁신지구를 5개 이상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는 지역 디지털 혁신과 이를 위한 거점 구축이 지역 소멸, 저성장,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국가 경제를 이끌어갈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인재 양성에도 예산을 확대한다. 고용노동부는 정부 훈련사업 'K-디지털 트레이닝(KDT)'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14.41% 늘려, 인력난을 겪고 있는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나노 등 첨단산업 분야 인재 20.56%를 추가 육성한다고 밝혔다.

 

대기업, 디지털 인재 부족한 지방 중소기업 디지털 전환 지원

디지털 인재가 부족한 지방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과 스마트 공장 도입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이 들다 보니 아예 엄두도 못내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면서 상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중소기업 제조 현장을 지능형 공장으로 고도화하는 '스마트공장 3.0' 사업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공장 3.0 사업을 통해 해마다 100억 원씩 3년 간 300억 원을 투자해 600개 중소기업에 스마트공장 구축·고도화를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기초적 데이터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업체들을 대상으로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 경상북도 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공장 사업을 시작해 2016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했고 지난해까지 모두 3000여 곳 중소기업에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했다.

특히, 인구소멸 위험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매출 증가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 인재의 취업 기회도 확대해 지역이 다시 활기를 찾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자체도 스마트공장 구축에 힘을 보탠다. 전라북도는 2024년부터 전북형 스마트공장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도내 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 구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신청 기업이 자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일부 지원했다.

KT가 선보이는 로봇 라인 [사진=KT]
KT가 선보이는 로봇 라인 [사진=KT]

인구감소 시대, AI와 로봇이 대안

AI와 로봇을 적극 활용해 노동을 자동화·지능화해야 인구 감소로 인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생산인구가 급감하는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로봇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2030년까지 3조원을 투자하고 모든 산업 영역에 로봇 100만대 이상을 보급하기로 했다.

특히, 제조업뿐만 아니라 농업, 물류센터, 택배 배송, 음식점 조리·서빙 등 일손 부족 문제가 커지는 분야에 로봇 투입을 확대해 생산인구 감소 공백을 메우고, 'K-로봇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용과 비교해 시장 형성 초기 단계인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도 총 32만대의 로봇 보급이 추진된다. 급식을 돕는 '취사병 로봇'을 보급하고, 감시·정찰 등 위험 임무에도 로봇을 활용한다. 경찰의 일상 순찰도 로봇이 돕는 등 국방·안전 분야에만 2만대의 '로봇 군경'이 투입된다.

정부는 병원, 요양원, 가정에 걸쳐 30만대의 돌봄·의료 로봇 보급을 목표로 제시하고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나선다. 재활 로봇 의료수가 반영, 의료 취약 지역의 수술 로봇 실증, 고령층 인공지능(AI) 반려 로봇 보급, 돌봄 로봇 공적 급여 제공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로봇 활용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나타난다.

SK커뮤니케이션즈 (이하 SK컴즈) 시사 Poll 서비스 '네이트Q'가 최근 성인남녀 3,478명을 대상으로 '서빙, 순찰, 배달 등 다양한 분야 내 로봇의 인력 대체'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65%가 '위험하거나 사람들이 기피하는 업무에 투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지지 의견을 표했다.

안지선 SK컴즈 미디어서비스 팀장은 "국가적 재앙으로까지 언급되고 있는 인구감소에 대한 우려 속 부족한 노동인력이나 기피업무를 대체하는 로봇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기술적 안전성이나 인간들의 일자리 감소 등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여전한 만큼 최근 주목받고 있는 AI나 드론, 로봇 등 새로운 기술수단의 도입에 앞서 철저한 검증 작업들을 통해 사회적 수용성을 높여 나가야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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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생각해 보면, 인구 감소가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을 대체하는 AI들과 로봇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죠. 인구가 늘어야 한다 혹은 유지돼야 한다는 우리의 생각도 일종의 선입견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