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뉴노멀 코로나 특수로 고공성장… 이제 살 사람이 없다
가성비에서 프리미엄 전략으로… '수요' 보다 '욕망' 자극
'접으면 노트북, 펼치면 태블릿' 폴더블 노트북으로 혁신 경쟁
생성형 AI 기본 탑재 'AI 노트북' 게임 체인저 되나?

레노버가 AI 노트북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레노버]
레노버가 AI 노트북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레노버]

[테크월드뉴스=김승훈 기자] 20여년 전만 해도 노트북은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은 아이템이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학생들이 원하는 입학 선물 상위권에는 노트북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세월동안 노트북 시장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해 왔으나 최근들어 성장의 폭이 줄어들고 있으며, 브랜드에 따라서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곳도 생기고 있다.

지난 1985년 세계 최초로 노트북을 출시했던 일본 도시바가 12월 상장 폐지된다는 소식은, 물론 기업 내부의 다른 문제가 원인이겠으나, 노트북 산업의 현실에 대한 기시감이 들게 한다.

노트북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어느 순간 바닥 모를 침체의 늪에 빠진 데스크탑 PC와 같은 운명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도약할 수도 있다. 

 

비대면 뉴노멀 코로나 특수로 고공성장… 이제 살 사람이 없다

올해 초 노트북 시장에는 전례 없는 한파가 불었다. 세계 1위인 레노버는 물론이고 애플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노트북 PC 출하량은 5670만 대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약 28% 감소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초기로 모든 것이 멈췄던 2020년 1분기를 빼면 최근 10년 중 가장 적은 출하량이었다.

국내만 놓고 보면 지난해 2분기를 시작으로 올해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역성장 중이다. 3분기 국내 노트북 출하량은 약 59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1.8%가량 줄었다.

이러한 부진은 코로나19 탓이 크다. 코로나로 비대면이 뉴노멀이 되면서 재택근무와 학습을 위한 노트북은 필수 아이템이 됐다. 

2021년에는 전 세계에서 2억6830만대의 노트북이 팔렸다. 이는 전년 대비 19% 증가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급격한 노트북 판매 확대는 곧 후폭풍으로 다가왔다. 많은 이들이 노트북을 구입한 여파로 일반적인 노트북 판매, 교체주기가 무너지면서 출하량이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고금리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로 소비심리도 하락했다.

2022년 노트북 출하량은 1억8천600만 대로 전년보다 약 25% 줄었고, 올해도 12.2% 감소한 1억6300만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HP 엔비무브 24 [사진=HP]
HP 엔비무브 24 [사진=HP]

가성비에서 프리미엄 전략으로… '수요' 보다 '욕망' 자극

이처럼 노트북 시장이 쪼그라들자 관련 기업들은 발상의 전환을 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이른바 '가성비' 경쟁을 펼쳤다. 브랜드보다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수요층 상당수가 '가성비 노트북'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 전략은 유효하지 않다. 이에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 '프리미엄 노트북'이다. 단순히 노트북 자체의 필요를 자극하기보다 '누가 봐도 갖고 싶은 노트북'을 제시하는 것이다. 초창기 노트북이 '프리미엄 IT 기기'였다는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레노버는 올해 프리미엄 노트북 브랜드 요가(Yoga) 7세대와 8세대를 잇따라 출시했다. 특히 8세대 '요가북 9i'는 세계 최초로 전면 OLED 듀얼 스크린을 탑재한 컨버터블 노트북으로 북 모드, 디스플레이 모드, 태블릿 모드 등 사용 환경에 맞는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A/S도 프리미엄을 지향한다. '레노버 프리미엄 케어 서비스' 및 '우발적 손상 보장(ADP)' 서비스가 각각 최대 3년 간 제공된다. 또 365일 실시간 전문 엔지니어 관리를 비롯하여 연 1회 PC 정기 점검을 받을 수 있고, 고객 과실로 인한 제품 파손도 무상 수리가 가능하다.

HP는 최근 세계 최초의 QHD 이동식 일체형 PC 'HP 엔비무브 24'를 출시했다. HP 엔비 무브 24는 높은 휴대성을 자랑하는 이동식 일체형 PC다. 23.8인치 QHD 터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최대 4시간까지 무선 사용이 가능한 내장 배터리를 장착했다. 제품 후면부의 포켓에는 키보드와 서류 등을 넣을 수 있게 설계했다.

HP는 해당 제품을 집에서 사무용 컴퓨터로 사용하다가 캠핑장 등 야외에서도 자유롭게 연결이 가능한 점을 강조했다. 키보드와 전원선을 제외한 기기의 무게는 4.1㎏이다.

김대환 HP코리아 대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집에 대한 개념이 변화했다"며 "사무실은 물론 게이밍 공간, 학교를 대신하는 교육시설, 영화관 등의 역할을 한 후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었으나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는 대신 하이브리드 형태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올해 초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갤럭시 북3 시리즈'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전략에 동참하고 있다. '갤럭시 북3 시리즈'는 모두 프리미엄군으로 구성됐다.  가격은 세부사양에 따라 다르지만 '울트라' 모델은 300만원이 훌쩍 넘는다. 통상 노트북 업계에서 800달러(약 100만원) 이상을 프리미엄군으로 분류하므로 가격만 놓고 보면 프리미엄 중의 프리미엄 노트북이라 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북3 시리즈'를 통해 프리미엄 노트북 시장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이민철 삼성전자 MX 사업부 팀장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노트북 프리미엄 제품군의 10%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프리미엄군이 삼성 노트북 전체 판매 비중의 50%를 차지하는 만큼, 프리미엄 제품군을 확대하는 게 MX사업부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2023년형 그램 신제품에 성능과 디자인을 한층 앞세운 프리미엄 라인 '그램 스타일'을 추가하며 시장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 갤럭시북3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삼성 갤럭시북3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접으면 노트북, 펼치면 태블릿' 폴더블 노트북으로 혁신 경쟁

제품 포지셔닝 전환 외에 폼팩터의 혁신도 주목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개척한 '폴더블' 시장이 노트북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2020년 레노버가 폴더블 노트북 시장을 개척하는 실험을 한 뒤 올해 LG전자와 HP에서 폴더블 제품을 내놨다.

폴더블 노트북은 여러 가지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접었다 펼 수 있고, 세우거나 눕힐 수도 있고, 책을 보듯이 세워 접을 수도 있다. 화면을 180도로 완전히 펼치면 커다란 태블릿이나 모니터가 된다. 접은 상태로는 위아래를 분할한 모니터가 되고, 블루투스 키보드를 장착해 노트북처럼 쓸 수도 있다.

현재 폴더블 노트북 시장에서 앞서가는 곳은 에이수스(ASUS)다. 에이수스는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17인치 폴더블 OLED 노트북인 '젠북 17 폴드 OLED'를 출시했다.

HP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 17인치 폴더블 노트북 'HP 스펙터 폴더블'을 공개했다. 제품을 180도 펼쳤을 때 제품 두께는 8.5㎜로, 세계에서 가장 작고 얇은 17인치 폴더블 PC다.

국내 출시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미국 현지에서 약 5000달러에 출시돼 국내에서는 650만원 수준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LG전자는 한국 기업 중 처음으로 폴더블 노트북 'LG 그램 폴드'를 선보였다. 디스플레이를 접으면 12인치 노트북, 펼치면 17인치 태블릿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노트북이나 태블릿 등 제품군으로 폴더블을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다. 애플 역시 2026년쯤 폴더블 맥북을 선보인다.

 

생성형 AI 기본 탑재 'AI 노트북' 게임 체인저 되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4년 글로벌 노트북 출하량은 올해 대비 3.2% 증가한 1억7200만개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의 근거는 AI 노트북의 등장이 신규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10월 실적 발표에서 "AI PC의 등장은 PC 산업의 변곡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AI 노트북은 생성형 AI와 유사한 기능을 노트북에 기본 탑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생성형AI의 핵심인 대규모언어모델(LLM)과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의 AI 반도체가 탑재된다.

인텔은 이달 중 14세대 CPU '메테오레이크'를 공개한다. 연산 기능에 특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내장한 제품으로 PC에서 네트워크 연결 없이 AI 연산이 가능하다.

AMD도 CPU '라이젠 7000' 시리즈 일부 모델에 NPU를 내장한 바 있으며, 퀄컴도 '스냅드래곤 X 엘리트' 칩을 최근 공개했다. 이는 CPU와 NPU,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통합해 시스템온칩(SoC) 형태로 만든 플랫폼이다. 130억개 이상 매개변수를 보유한 LLM을 네트워크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서 '온디바이스' 방식으로 실행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북4' 시리즈에 인텔의 메테오레이크 프로세서가 내장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에이수스와 에이서는 최근 인텔 행사에서 메테오 레이크를 탑재한 AI 노트북 시제품을 공개하며 텍스트로 이미지를 설명하면 AI 일러스트가 생성되는 기능과 이미지를 고해상도로 빠르게 확대하는 기능 등을 시연했다. 레노버도 지난달 말 AI PC 시제품을 공개하고, 내년 9월쯤 정식 판매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HP·델·LG전자도 AI 노트북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달부터 'M365 코파일럿'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 워드·엑셀·파워포인트 등 업무용 프로그램에 오픈AI의 생성형 AI 기술을 더한 도구다. AI가 이메일 초안을 작성해주고, 화상회의 내용을 요약해주기도 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내년에 AI를 탑재한 PC용 프로세서가 출시되면 고성능 AI PC 시장 기반이 다져질 것"이라며 "AI PC의 출시 초기 가격대가 높게 설정되는 만큼 시장 개화 시기에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원가입 후 이용바랍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