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화·소비자 보호·규제 당국을 통해 ‘규제된 미래’ 필요

[편집자주] 테크월드 뉴스가 국내 매체로는 유일하게 아시아의 금융 허브 홍콩에서 개최되는 '홍콩 핀테크 위크'에 초청을 받았습니다. 금융허브를 벗어나 이제 IT와 스타트업 육성의 최전선으로 거듭나고 있는 현장의 분위기를 단독 취재합니다.

[테크월드뉴스=양승갑 기자] 비트코인이 3만 달러(약 3900만 원)를 돌파하고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내년 초 출시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법제화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내비쳤지만 실질적인 방안은 논의되지 못했다. 11월 2일(현지시간) ‘홍콩 핀테크 위크’의 연사로 참여한 전문가들은 토론 자리에서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거시경제와 금융 안정성이 결합된 제도를 구축해야 된다고 역설했다.

(왼쪽부터) 홍콩 대학교 더글러스 아너 부학장, 국제통화기금 동 허 통화 및 자본시장 부서 부국장, 암호화 위원회 린다 젱 글로벌 웹3.0 전략 책임자[사진=홍콩 핀테크 위크 유튜브 갈무리]
(왼쪽부터) 홍콩 대학교 더글러스 아너 부학장, 국제통화기금 동 허 통화 및 자본시장 부서 부국장, 암호화 위원회 린다 젱 글로벌 웹3.0 전략 책임자 [사진=홍콩 핀테크 위크 유튜브 갈무리]

 

▶ 가파른 상승하는 가상자산, 다시 재도약 하나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우려와 사고는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한때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70% 이상을 처리하는 거래소 마운트곡스의 실패, 테라·루나 사태와 FTX 파산까지 가상자산 겨울을 의미하는 ‘크립토 윈터’는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변동성이 높기는 하지만 테라·루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은 4700만원 선을 지키고 있다. 또한 실물 경제에 가상자산을 편입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국내 부산·인천시 등 지자체는 금융, 공공, 물류에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산업과 연계해 실증 아이디어를 도출하겠다는 목표다.

지난 1일은 비트코인 백서가 발행된 지 15주년을 맞이한 날이었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존재 이유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투기성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의 효율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리·시간적 제약 없이 이체가 가능하고 지급거래의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가격의 급변성, 보안 취약성 등으로 인해 안정적인 지급수단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홍콩 핀테크 위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이 이론적 가능성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실제 지급거래 수단으로 발전하기 위한 법제화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중요한 것은 법제화·소비자 보호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가상자산과 관련한 ‘법제화’다. 규제 마련을 통해 서비스 전반에 걸쳐 일관성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기업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가상자산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대학교 더글라스 아너(Douglas Arner) 부학장은 “그동안의 실패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었으며 규제 접근의 관점에서 방향은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며 “가상자산 산업이 안전하고 건전한 공공정책 목표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규제된 미래에서 공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보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FTX 파산 이후 이와 관련된 채권자는 100만명에 달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보안기업 코인커버에 따르면 1만 6000명의 응답자 중 19%는 암호화폐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25%의 경우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요 이유는 가상자산과 범죄 활동의 연관성, 거래소 파산 등이다. 자연히 투자자들은 소비자 보호 제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동 허 부국장은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거시 경제와 금융 안전성의 관점을 결합한 프레임워크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진=홍콩 핀테크 위크 유튜브 갈무리]
동 허 부국장은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거시 경제와 금융 안전성의 관점을 결합한 프레임워크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진=홍콩 핀테크 위크 유튜브 갈무리]

 

국제통화기금 동 허(Dong He) 통화 및 자본시장 부서 부국장은 “거시 경제와 금융 안전성의 관점을 결합해 프레임워크를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서비스 제공업체가 면허를 받거나 등록하고 적절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모든 사항이 고려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는 중앙은행과 규제 당국이 가상자산 산업에서 나오는 방침을 매우 환영하며 중요한 것은 공공의 이익이다”며 “가상자산 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이런 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부각되며 탈세의 원천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 규제 당국의 적극적 참여가 관건

암호화 위원회 린다 젱(Linda Jeng) 글로벌 웹3.0 전략 책임자도 같은 의견을 내비쳤다. 다만 젱 책임자는 가상자산 업계에서의 제도화 마련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규제 당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했다. 규제를 적용할 수 있는 단일 중개자가 존재하지 않는 탈중앙화된 구조로써 여러 중개자가 개입하는 기존 자본 시장과 다른 이유에서다.

젱 책임자는 “명확한 규칙이 있어야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며 “이제 문제는 어떤 종류의 규제가 실제로 안전과 건전성, 소비자 보호를 보장하는 동시에 혁신을 촉진할 수 있을지 알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젱 책임자는 “공익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를 육성하는 데 규제 당국이 매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법제화가 마련될 경우 기존 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지도 이목이 쏠린다. 허 부국장은 “디지털 시대에도 중앙은행 화폐가 모든 경제 거래와 금융 거래의 최종 결제 자산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중앙은행이 단위를 정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을 중앙은행들이 어떻게 잘 활용하는지도 중요하다”며 “토큰화, 새로운 디지털화된 시스템이 잘 작동하려면 정책에 의해 정의된 통화 앵커(Monetary Anchor)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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