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4개 분기 연속 역성장··· 아이폰만으론 한계
애플, 혁신 회피··· 안정만 추구 비판
애플, 멈칫하는 사이 추격자들 턱 밑까지

[테크월드뉴스=서용하 기자] 역사상 가장 높은 기업 가치를 달성하고 있는 애플의 입지가 최근 흔들리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정체와 중국 정부의 ‘아이폰 금지령’ 등으로 관련 제품 판매 부진이 애플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인공지능 등을 무기로 한 경쟁업체의 공세도 애플이 넘어야 할 쉽지 않은 도전과제 중 하나다.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혁신의 이미지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스마트폰 이후 찾아오는 AI의 시대에는 왕좌의 자리에서 추종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월스트리저널은  '투자자들은 애플의 새로운 아이폰을 사지 않는다'는 기사를 내고 3분기 실적은 최신 아이폰이 힘차게 출발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월스트리저널은  '투자자들은 애플의 새로운 아이폰을 사지 않는다'는 기사를 내고 3분기 실적은 최신 아이폰이 힘차게 출발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애플 4개 분기 연속 역성장··· 위기가 현실로?

애플이 지난 2일 공개한 3분기 실적을 보면 4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4개 분기 연속 매출 감소는 2001년 이후 무려 22년 만에 처음이다.

최근 중국 정부의 ‘아이폰 금지령’으로 인한 악재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에 드리운 먹구름이 장기화할 수 있다면서 애플이 그동안 가을에 아이폰 등 신제품을 출시하며 주목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애플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전했다.

업계에선 올해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기는 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1%가량 줄어든 것에 주목한다.

특히 애플의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반(反)아이폰 정서가 강한 데다 경기 침체 우려마저 있어, 추후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제품별 매출 동향을 보면 아이패드 매출은 64억 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 급감했다. 노트북과 PC 등 맥(Mac) 매출은 76억 1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무려 34% 급감했다.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 역시 93억 2000만 달러로 월가 예상치(94억 3000만 달러)보다 적었다.

3분기 아이폰 매출은 438억 1천만 달러로 1년 전 동 분기 대비 2% 늘어나며 일단 성장의 모양새는 유지했다. 다만 애플은 3분기가 끝나기 약 일주일 전 아이폰15 시리즈를 출시해 관련 제품의 실질적 판매율은 4분기에나 확인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새롭고, 잠재적이고, 장기적인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애플에 새로운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구글의 반독점 소송 재판에서 구글이 애플에 지급하는 비용이 법 위반이라는 미국 정부의 공세가 이어지는 점도 애플의 수익성을 위협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구글의 반독점 소송 재판에서 구글이 애플에 지급하는 비용이 법 위반이라는 미국 정부의 공세가 이어지는 점도 애플의 수익성을 위협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새로운 것 회피··· 한 박자 늦는 애플

① 애플, 뒤늦은 구조조정··· 상대적으로 소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은 지난 3분기 높은 매출 성장세를 거뒀다.

이들 기업의 3분기 평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3% 증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매출이 전년 대비 13% 늘어나 각각 565억 달러(약 76조 원), 1431억 달러(약 193조 원)를 기록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매출은 11% 증가한 767억 달러로 집계됐다.

업계에선 이러한 매출 상승은 최근까지 인력을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맨 노력이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0일(현지시간) “기술 업계는 팬데믹 성장 급증 이후 인력을 감축하고 기타 비용을 절감하는 등 2년 가까이 경기 둔화와 씨름한 끝에 다시 도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비용 절감을 위해 노력하기는 했으나 다른 빅테크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조조정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혁신 논란은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15 신제품을 두고 '전작과 가격이 동일한 것이 아이폰15의 유일한 혁신'이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애플의 혁신 논란은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15 신제품을 두고 '전작과 가격이 동일한 것이 아이폰15의 유일한 혁신'이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② 아이폰15, 혁신은 어디에?

제품 리뷰 전문 웹사이트 ‘퍼펙트렉’에 따르면 69만 건 이상의 사용자 리뷰를 종합한 결과, 아이폰 15 프로 모델에 대한 리뷰로 별점 5점 만점을 부여한 사용자들의 비중은 전체 리뷰어 중 73%였다. 

그러나 이 수치는 실망스럽다. 역대 아이폰 시리즈의 프로 모델을 비교하면, 아이폰 15 프로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는 최근 5년 출시된 아이폰 프로 모델 중 가장 낮다.

애플은 아이폰 15 프로·프로 맥스 등 고급형 모델에 역대 아이폰 최초로 티타늄 프레임을 적용하며 전작보다 향상된 내구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사용자 및 IT 업계 관계자들의 리뷰에선 새롭게 적용된 프레임의 변색 및 도색의 벗겨짐, 후면 유리의 낮은 강도 등의 문제를 지적한다.

미국에 스마트폰 전문매체 샘모바일도 아이폰 15프로맥스 내구성 및 성능이 삼성 갤럭시 S23울트라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공개했다.

심지어 일각에선 애플이 새로운 소재를 적용하면서 충분한 품질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아이폰 15시리즈 중 프로·프로 맥스 2개 모델에서 고사양 게임은 물론, 통화, SNS 앱, 사진 촬영 등 일상적인 작업에서도 다른 아이폰 모델보다 기기 온도가 과열되는 문제가 노출됐다.

이에 애플은 iOS 17 소프트웨어 업데이트(iOS 17.0.3)를 배포하며 발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한 듯 보이지만 일부에선 애플이 A17 프로를 설계하는 데서부터 치명적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여전히 칩셋 자체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른여덟 살의 샘 알트먼(Sam Altman)은 챗GPT를 개발한 인공지능 회사 오픈AI를 이끌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는 지난 2008년 6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에서 스티브 잡스를 만난 것을 기억하며 가장 좋아했던 순간 중 하나로 꼽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른여덟 살의 샘 알트먼(Sam Altman)은 챗GPT를 개발한 인공지능 회사 오픈AI를 이끌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는 지난 2008년 6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에서 스티브 잡스를 만난 것을 기억하며 가장 좋아했던 순간 중 하나로 꼽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③ 허 찔린 생성형 AI 혁명 애써 애면? MR에만 집착

전 산업군에 AI의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전방위 공격에 밀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월가에선 애플이 IT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이지만, AI 분야에선 후발주자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쟁사들이 이미 AI 인프라에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마쳤고, 차기 투자 계획도 나오고 있는 까닭이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글로벌 테크기업들의 생성형 AI 연구개발 경쟁 심화에도 무관심한 듯 기존의 애플 생태계 구축에 더 중점을 뒀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6월 5일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개최해 혼합현실(MR)을 활용한 헤드셋 비전 프로 제품을 소개했지만, 2시간 동안의 애플의 기조연설에서 생성 AI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월가의 분석에 따르면 애플 MR 헤드셋은 2024년부터 2028년 애플의 전체 매출에서 비중이 5%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는 제품이다.

한 업계전문가는 “AI에 대한 구글의 기술이 반영된 제품이 발표될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혼합현실과 VR기기, 머신러닝에 대한 발표가 이어져 실망이 컸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말 애플은 생성형 AI에 대한 갑작스러운 업계 관심에 허를 찔렸다”며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뒤늦게 생성형 AI를 접목한 제품 개발과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애플이 야심차게 내놓은 시리(SIRI)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놓지 못한 채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생성형 AI라고 하는 강력한 도구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러나 애플에서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시총 약 2.57조)의 주가 상승이 지속돼 2일 현재 애플(2.72조달러)을 맹추격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이크로소프트는 생성형 AI라고 하는 강력한 도구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러나 애플에서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시총 약 2.57조)의 주가 상승이 지속돼 2일 현재 애플(2.72조달러)을 맹추격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애플, ‘부자 몸조심’ 사이 추격자들 턱밑까지 쫓아와

① 마이크로소프트 AI로 시총 1위 넘봐

3분기 기대 이상의 성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총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 매출은 29% 증가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애저의 성장세는 올해 초부터 집중적으로 투자한 생성형 AI에 대한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울러 마이크로소프트는 내달 1일 M365 코파일럿(Copilot)을 공식 출시한다.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이번 코파일럿 출시는 생성 AI의 선두 주자 이점(선점 효과)을 활용하기 위한 핵심 단계”라고 평가했다.

시장조사기관 썬더마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애플의 AI 연구 경쟁력 순위는 글로벌 14위로 삼성전자(10위)에 뒤처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장조사기관 썬더마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애플의 AI 연구 경쟁력 순위는 글로벌 14위로 삼성전자(10위)에 뒤처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② 삼성 ‘온디바이스 AI’ 출시··· AI로 애플 정조준

삼성은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을 내년 출시해, AI 경쟁력이 약하다 평가받는 애플을 정조준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되는 ‘갤럭시S 24’가 사상 처음으로 ‘온디바이스AI’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폰이 될 전망이다.

온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에서 전송받은 데이터를 단말기 내에 탑재된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을 활용해 최적화된 답변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클라우드만을 활용해 생성형 AI 답변을 내놓을 경우 복잡한 추론 과정 등에 따라 답변 시간이 지연될 수 있고, 상당한 전력이 소모된다. 반면 온디바이스AI를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연산 과정만으로 최적화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온디바이스AI 시장 진출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 견제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애플 사용 금지 등의 정책과 자체 기술 개발 등의 노력에 힘입어 중국에서만큼은 애플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는 진단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애플 사용 금지 정책과 자체 기술 개발 등의 노력에 힘입어 중국에서만큼은 애플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는 진단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③ 화웨이 “집에서는 내가 王”

화웨이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 60시리즈는 출시 6주 만에 약 160만 대가 판매됐다. 전작 대비 두 배 이상 규모다.

미국의 제재에도 화웨이가 메이트 60에 5세대 통신(5G) 칩과 7나노(nm·nm=1억분의 1m) 반도체를 탑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애국 소비’의 영향도 있었지만,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반(反)애플 정책에 기댄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내 소비자들은 화웨이가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라 애플이 열등한 것이라며 애플의 USB-C 전환에는 깊은 인상을 받지 못했으며, 아이폰15가 샤오미·오포·화웨이 등 중국폰과 거의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면서 가격은 매우 비싸다고 비판했다.

카운터포인트는 미국의 규제에 따른 공급 제한에도 불구하고, 화웨이의 올해 메이트 60 프로 판매량이 최소 500만 대에서 최대 6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화웨이가 총판매한 스마트폰이 2200만 대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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