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국가 대비 모호한 반도체 포지셔닝
다종 소자 및 기술 포괄 ‘포트폴리오 접근’ 필요
국가 시스템반도체 전략 서둘러야

[테크월드뉴스=박규찬 기자] 세계 비메모리 시장에서 한국의 비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이 3.3%로 반도체 주요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에서는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이 같은 기록은 처참한 수준이다.

(사진 왼쪽부터)삼성전자 경계현 대표,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장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최시영 사장이 지난해 7월 차세대 트랜지스터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제품 출하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사진 왼쪽부터)삼성전자 경계현 대표,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장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최시영 사장이 지난해 7월 차세대 트랜지스터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제품 출하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총 6000억 달러(약 780조 원)로 이중 메모리 비중은 23.88%, 비메모리 비중은 76.12%를 기록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메모리의 약 세 배 수준으로 집계됐다.

 

▲메모리는 ‘선두’, 비메모리는 ‘꼴찌’
한국은 메모리 분야인 D램 및 낸드 시장점유율이 각 70%, 50%로 선두위치를 유지하고 있으나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글로벌 가치사슬 구성 주요국 중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나노 GAA(Gate All Around) 공정 양산에 성공했지만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대만 TSMC에 이어 점유율 2위다. 기타 공정 모두에서는 TSMC와 상당한 매출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2022년 기준 5나노 공정 매출액에서 TSMC와 삼성파운드리 간 차이는 약 20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도 국가별 비메모리 점유율 및 TSMC vs. 삼성 공정별 매출액 비교 [사진=산업연구원, Market Share: Semiconductors by End Market, Semiconductor Foundry, Worldwide]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지형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도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총 593조 원으로 국가별 점유율은 미국이 323조 원, 54.5%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유럽은 70조 원, 11.8%로 2위, 대만은 61조 원, 10.3%로 3위, 일본은 55조 원, 9.2%로 4위, 중국은 39조 원, 6.5%로 5위를 각각 차지했다. 한국은 20조 원, 3.3%로 6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반도체 가치사슬 참여 주요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LX세미콘, SK하이닉스 등 3개사, 한국 비메모리 매출 90% 차지
지난해 한국 비메모리(자체 및 파운드리 위탁 생산 물량 합산) 반도체 매출 총액 151억 달러(약 20조 원) 중 삼성전자가 112억 달러(약 15조 원), 73.9%로 1위, LX세미콘이 17억 달러(약 2.2조 원), 11.2%로 2위, SK하이닉스가 8억 9000만 달러(약 1.2조 원), 5.9%로 3위를 기록해 상위 3대 대기업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도 한국 비메모리반도체 기업별·소자별 매출액 구성비 [사진=산업연구원, Gartner(2023. 3), Market Share: Semiconductors by End Market, Worldwide]
2022년도 한국 비메모리반도체 기업별·소자별 매출액 구성비 [사진=산업연구원, Gartner(2023. 3), Market Share: Semiconductors by End Market, Worldwide]

그러나 이들 대기업이 안정적 글로벌 판로를 확보한 스마트폰, 텔레비전 등 ICT 최종재 투입 소자를 제외하고는 세계 비메모리 시장 내 한국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이는 최근 수년 간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산업 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판로 확보의 부진함과 높은 세계 시장의 벽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미·일·대만 등 전략적 포지셔닝 뚜렷, 한국은 ‘?’

비메모리 반도체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일본, 대만 등 주요국들을 살펴보면 각국은 모두 상이하지만 뚜렷한 전략 유형을 통해 세계 반도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각국의 반도체 산업 전략을 구분하는 핵심 가늠자는 2가지다.

우선 주력생산 반도체 품목(Y축)에 따라 범용과 특수목적용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반도체 산업의 핵심 목표(X축)도 눈여겨봐야 한다. 개별적인 단독 산업으로 반도체를 육성해 이를 통해 수익창출을 중시(시장형)하거나 혹은 주력산업과 시너지 창출 관점에서 반도체를 육성(전략형)하는 유형이 있다. 

주요국 비메모리 반도체산업의 포지셔닝 [그래픽=테크월드뉴스, 자료=산업연구원]
주요국 비메모리 반도체산업의 포지셔닝 [그래픽=테크월드뉴스, 자료=산업연구원]

이런 관점에서 미국은 집적회로는 물론 PC 및 스마트폰의 발원 국가로서 CPU 및 AP 등 범용 프로세서, 유무선 통신 및 GPU, FPGA 등 거의 대부분의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으며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반면 유럽은 자동차 및 산업용 로봇 등 주력 수요산업 내 임베디드 시스템 관련 소자인 MCU, 이산형과 전력제어(PMIC) 및 광학/비광학 센서류와 같이 광범위한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지만 산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보다는 권역 내 주요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너지 관점이 강하다.

일본 비메모리 산업의 특징은 ‘선택과 집중의 전략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유럽과 비슷하게 자동차, 정밀 기계 등 자국이 강점을 보유한 특정 산업에서 수요가 강한 MCU 및 이산형 반도체, CMOS 이미지센서, 정밀 통신소자에 특화된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제안보 보장을 담보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은 ‘선택과 집중’이지만 반도체 산업 그 자체를 통해 수익을 창출,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투입 수요가 큰 일부 소자군에 강점을 갖고 있으며 전 세계의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상의 시스템 반도체 선도 4개국은 사분면 상에서 뚜렷한 포지셔닝을 점유하고 있지만 한국과 중국은 그렇지 못하다. 

중국은 폭넓은 제조업 포트폴리오에 기반으로 다양한 소자 전반에 걸쳐 기업군을 보유하고 있으나 아직 반도체 산업의 자체적 성과도 미진하고 수요산업과의 시너지 창출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주요 소자분류별 매출에서 1위를 차지한 분야는 없으며 주요 기업 수 역시 타 국가 대비 매우 적다. 향후 국가의 시스템반도체 전략 수립과 포지션 식별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방향 모색을 위한 다각적 실태 진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가 시스템반도체 전략 마련 시급

미·중 패권경쟁으로 촉발된 ‘반도체 전쟁’의 시대를 맞아 우리 정부와 기업 역시 비메모리 산업 발전을 목표로 자원 투입 확대를 꾀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경희권 부연구위원은 “많은 재원을 투입하더라도 우리 기업들의 시장 개척 가능성이 낮거나 성공하더라도 단일 소자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 예산 사용의 타당성 및 경제안보 레버리지 확보 목표와의 괴리가 우려된다”며 “한정된 국가 자원의 낭비 예방과 목표 달성을 위한 실체적 대안 모색을 위해서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복합적 다양성과 메모리와의 차별점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국내 역량의 다각적 실태 파악에 기반한 국가적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민·관, 다종 소자 및 기술 포괄하는 포트폴리오 접근 필요
비메모리 반도체는 범용성이 높은 메모리와는 달리 투입 수요산업과 제품별로 각 소자의 용도 및 특성, 그리고 경쟁우위 구성요소가 완전히 다른 시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며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소자가 존재한다.

현재 주요 글로벌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고객사 제품 즉 ‘시스템’의 요구 실현을 위해 개발 단계부터 오랜 기간 협력을 거듭해 왔으며 이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이를 적용하는 기술(OT : Operational Technology)에서도 고도의 기초 및 응용과학 지식을 체화한 인력풀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비메모리의 경우 메모리와 같은 상대적으로 정형화된 접근 방식만으로는 시장 공략에 한계가 분명하며 장기간에 걸친 목표 대상 분야 실력 배양과 네트워크 형성이 필요한 분야다.

이에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 주요 기업이 판로를 이미 확보한 분야의 경쟁우위를 고도화하는 한편 개척 목표 분야를 대상으로 소자뿐만 아니라 투입 제품 및 ‘시스템’ 전체 이해도 제고는 물론 시장 구도와 경쟁우위 요소에 대한 종합적 정보 수집과 분석이 필요하다.

정책 관점에서는 국가 전략의 실행 및 검증 단계이자 기업 관점에서는 실제 사업 단계에서 정보 함량이 높은 인텔리전스의 생산이 요구된다.

산업연구원 경희권 부연구위원과 김상훈 선임연구위원은 한목소리로 “반도체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수종 사업의 성공률은 높지 않으며 주요 기업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다종 소자 및 기술을 포괄하는 포트폴리오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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