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뉴스=김준혁 기자] 자동차의 미래가 자율주행 기술에 있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2027년까지 운전자 개입이 필요하지 않은 레벨 4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2035년까지 레벨 4 자율주행차의 보급률을 5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포함됐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같은 계획은 불가능해 보일 것 같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자동차가 잇따라 발표되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어 그 실현 가능성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그렇다면 레벨 3 자율주행은 무엇이며,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과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자동차의 미래는 자율주행 기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셔터스톡]
자동차의 미래는 자율주행 기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셔터스톡]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중간 과정, 레벨 3

자율주행 단계는 6가지로 나뉘며 현재 중심을 이루는 기술은 ADAS 같은 레벨 1과 레벨 2다. [사진=기아 유튜브 영상 캡처]
자율주행 단계는 6가지로 나뉘며 현재 중심을 이루는 기술은 ADAS 같은 레벨 1과 레벨 2다. [사진=기아 유튜브 영상 캡처]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총 6단계로 나뉜다. 레벨 0은 운전자가 운전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비자동 단계다. 레벨 1은 운전자 지원에 해당한다. 운전자가 행하는 조향과 가/감속 과정에 자동차가 개입해 편하고 안전한 운전을 돕는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유지 보조가 여기에 해당한다.

레벨 2는 부분 자동화다. 조향이나 가/감속 과정에서 운전자가 관여하지 않더라도 자동차 스스로 동작을 수행한다. 다만 지속 시간이 몇 십초에 불과하고,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시스템이 경고를 한 뒤 시스템을 해제한다. 때문에 운전자가 항상 전방을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을 레벨 2로 볼 수 있다. 

레벨 3에서는 고속도로 등의 일부 조건에서 조건부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사진=기아 유튜브 영상 캡처]
레벨 3에서는 고속도로 등의 일부 조건에서 조건부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사진=기아 유튜브 영상 캡처]

레벨 3부터는 자율주행에 접근하는 단계다. 고속도로 등의 일부 조건에서 시스템이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운전을 주도하기 때문에 조건부 자동화로 볼 수 있다. 덕분에 운전자의 개입이 크게 줄어들고, 이 순간만큼은 운전자가 운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자율주행 구현 시간이 매우 짧은 레벨 2와 달리 레벨 3에서는 제한이 없다. 물론, 시스템이 운전 조작의 모든 과정을 제어하는 과정에서 운전자 개입을 요청하면 운전자가 운전을 직접 해야한다는 한계도 있다.

래벨 4부터는 완전한 자율주행 단계로 접어든다. 특정 조건을 제외한 거의 모든 주행 상황에서 시스템이 운전을 수행하고 책임지는 게 레벨 4다. 레벨 5는 완전 자동화다. 조건과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시스템이 운전을 온전하게 책임진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내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의 현주소

해외에서는 레벨 3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해외에서는 레벨 3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얼핏 봐서는 레벨 2와 레벨 3 사이에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사실, 기술적인 차이는 대동소이하다. 레벨 2 자율주행 기술을 좀 더 고도화하고 정교화시키는 것만으로도 레벨 3를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문제는 각종 법규와 사고 시 책임 소재다.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자동차가 운전자 개입 없이 스스로 주행을 하고 있을 때 사고가 난다면 사고 책임은 자동차 제조사에게 돌아간다. 반면, 시스템이 운전자 개입을 요청했을 때 운전자가 즉시 개입하지 않아 사고가 난다면, 모든 책임이 운전자에게 전가된다. 문제는 시스템의 운전자 개입 요청 시기와 그로 인한 사고 발생 유무의 인과 관계다. 시스템이 자율주행인 순간에 사고가 난다면 모든 책임은 제조사에게 돌아가지만, 사고 발생 과정에서 운전자가 잠시라도 개입한다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레벨 3 자율주행의 구현에는 기술적인 문제 외에도 법규가 크게 작용한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레벨 3 자율주행의 구현에는 기술적인 문제 외에도 법규가 크게 작용한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이 같은 이유로 각국 정부과 자동차 제조사는 레벨 3를 구현할 수 있는 속도를 시속 100km 이하로 낮게 규정하고 있다. 속도가 낮을수록 사고 발생 확률이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혼다의 경우, 이미 2021년 일본 내수 전용  차량인 '레전드'에 일찌감치 레벨 3 기술을 적용한 바 있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의 레벨 3 허용 속도가 시속 50km 이하라는 점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5월 독일에서 판매된 S-클래스와 EQS에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했었다. 독일 아우토반과 도심 일부 구간에서 조건부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한 것인데, 문제는 허용 속도가 시속 60km로 낮았다는 점이다. 이미 메르세데스-벤츠의 레벨 3 기술력은 그 이상의 속도에서도 구현 가능했지만, 독일 정부의 자율주행 관련 법안이 시속 60km 이하로 제한된 탓이었다. 


▶규제 완화와 함께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는 레벨 3 자율주행 기술

주요 국가에서 자율주행 관련 법규가 완화되면서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차가 속속 등장 중이다. [사진=BMW]
주요 국가에서 자율주행 관련 법규가 완화되면서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차가 속속 등장 중이다. [사진=BMW]

지난해까지 꽉 막혀 있던 레벨 3 관련 규제는 올해 들어 전 세계적으로 완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시속 60km 이하를 내세웠던 독일의 경우, 올해 초 속도 제한을 시속 130km까지 상향시켰다. 이에 맞춰 메르세데스-벤츠의 레벨 3 자율주행 기술 제한 속도도 상향 조정됐으며, BMW의 신형 5시리즈에 적용된 자율주행 기능 또한 시속 130km 범위 내에서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의 규제 완화와 보급은 국내에서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해당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등의 첨단 센서를 바탕으로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고속도로주행 파일럿(Highway Driving Pilot, HDP)’ 기술을 제네시스 G90, 기아 EV9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최신 차종에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사진=기아]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최신 차종에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사진=기아]

당초 해당 기술을 적용한 제네시스 G90과 기아 EV9이 상반기 내 출시 예정이었지만, 기술적인 문제 조율로 현재는 연기된 상태다. 관건은 제한 속도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당초 HDP의 최고속도 제한을 시속 80km로 설정했지만, 소비자 만족도와 안전 성능 향상을 위해 시속 100km로 상향 조종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의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완성된 상태이며, 올해 하반기 내 기아 EV9 GT를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완전 자율주행을 위한 교두보, 레벨 3 자율주행 기술

레벨 3 자율주행의 발전과 보급은 향후 완전한 자율주행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사진=셔터스톡]
레벨 3 자율주행의 발전과 보급은 향후 완전한 자율주행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사진=셔터스톡]

앞서 자율주행 기술의 단계에서 설명했듯이 레벨 3와 레벨 4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 레벨 3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고속도로 같은 특정 조건이 필요하지만, 레벨 4에서는 그런 제한이 크게 사라진다. 그만큼 필요한 기술도 다양하고 해결해야할 법규와 규제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와 보급은 레벨 4를 넘어 완전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할 단계다. 센서 및 제어 기술 같이 자율주행을 위한 필수 기술의 발전은 물론, 레벨 3 보급을 통해 법규 완화도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업계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오랜 시간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온 업계 관계자는 “레벨 5라는 완성 기술을 가정했을 때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은 반드시 필요하고 거쳐야만 하는 단계다. 걸음마를 떼지 않고서는 달리기를 배울 수 없듯이 레벨 5 완전 자율주행 구현을 위해서는 오늘날의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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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의 선결과제, 규제와 보험
어떤 기술이 사회에 정착을 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진화도 필요하지만 이를 사회에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 정비가 필수적이죠. 자율주행 3단계에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건 사실 기술 그 자체보다도 규제와 이에 수반되는 보험 문제들입니다. 좀 더 보험의 관점에서 해당 기술을 살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