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뿐만 아니라 규제와 보험 정비도 필수
상용화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돼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테크월드뉴스=주가영 기자]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오래 전만 해도 상상화 그릴 때나 꿈꾸던 꿈의 자동차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 발달로 인해 자율주행이 실현되고 있다. 자율주행(自律走行)이란 Autonimous diving 또는 Self-driving으로 교통수단으로 사용되는 자동차 등이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판단해 운행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운전자를 대신해 인지, 판단, 제어로 이어지는 동적운전업무(Dynamic Driving Task; DDT)를 담당한다. 운전석 탑승자는 전방주시 및 차량제어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Eyes-off & Hands-off). 운전 자체에 대해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지(Mind-off)는 자율주행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 4월 공개된 EV9은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인 고속도로 자율주행(HDP, Highway Driving Pilot)으로 화제를 모았다. EV9 GT-line에 적용된 HDP는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 본선 주행 시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Hands-Off) 앞 차와의 안전거리 및 차로를 유지하며 최고 80km/h의 속도로 주행하는 기술이다.  사진은 EV9 GT-line [사진=기아자동차]
지난 4월 공개된 EV9은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인 고속도로 자율주행(HDP, Highway Driving Pilot)으로 화제를 모았다. EV9 GT-line에 적용된 HDP는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 본선 주행 시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Hands-Off) 앞 차와의 안전거리 및 차로를 유지하며 최고 80km/h의 속도로 주행하는 기술이다. 사진은 EV9 GT-line [사진=기아자동차]

 

▶자율주행 기술, 어디까지 왔나?

자율주행은 기술에 따라 0단계부터 5단계까지 점진적인 단계로 구분된다. 미국자동차기술회 SAE(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을 총 6가지 단계로 세분화해 정의했다. 이는 현재 글로벌 기준으로 통용되고 있다.

0단계(비자동화)는 운전자의 개입을 필수로 하는 자율주행 시스템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다. 운전자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책임지며, 자율주행 시스템은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후측방 충돌 경고(BCW) 등의 긴급상황을 알려주는 단순 보조 기능만 수행한다. 다음 1단계(운전자 보조)에서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자를 조금씩 도와준다. 자동차의 속도와 거리를 유지하고 차선 이탈을 방지하는 등의 보조 역할을 한다. 아직은 운전자가 운전대를 반드시 잡고 조종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2단계(부분 자동화)는 마찬가지로 운전자가 운전대를 조작하고 상시 모니터링은 필수다. 자율 주행 시스템이 1단계에서 단순히 운전자를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면, 2단계에서는 자연스러운 커브에서 방향을 조종하거나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등의 보조 주행이 가능하다. 현재 새롭게 출시되고 있는 자동차들이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단계다.

3단계부터는 운전자의 개입이 확연히 줄어든다. 3단계(조건부 자율주행)로 들어서면서부터 자율주행 시스템이 주행 제어와 주행 중 변수 감지를 할 수 있다. 고속도로처럼 특별한 방해 없이 운전 가능한 구간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이 주행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2단계와 달리 상시 모니터링이 필요한 단계는 아니지만, 위험 요소나 변수가 발생할 시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자의 개입을 요청한다. 4단계(고도 자율주행)는 고속도로 같은 특정 조건의 구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주행 제어와 주행 책임 등 모두 자율주행 시스템에게 주어진다. 운전자의 개입은 악천후와 같은 상황을 제외하고는 불필요한 단계로 자율주행의 시스템이 점차 고도화되었음을 알려주는 단계다. 마지막으로 5단계(완전 자율주행)는 운전자가 없어도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단계다. 운전자가 아닌 탑승자가 목적지를 입력하면, 어떠한 개입도 필요 없이 자율주행 시스템이 전적으로 자동차를 운행한다. 운전석을 비롯해 모든 제어 장치도 필요하지 않는 단계다.

국내에는 레벨3 자율주행차가 곧 상용화될 예정이다. 레벨3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만 자율주행이 가능하고 도심 자율주행은 불가능하다. 자동차로유지기능(Automated Lane Keeping System; ALKS)으로 제한돼 차선을 변경하려면 수동주행을 해야 한다. 정부는 오는 2027년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고, 대중교통 부문에서는 이르면 2025년부터 레벨4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각종 이동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SAE 자율주행 단계 [자료=국토교통부]
SAE 자율주행 단계 [자료=국토교통부]

 

▶제도적 인프라, 새로운 관점의 검토 필요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핵심 요소는 자율주행 관련 기술의 고도화이다. 자율주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통신 및 도로 인프라도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자율주행차 제작, 운행, 사고 보상과 관련된 제도적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레벨3와 레벨4의 핵심적인 차이는 위기 대응(Fall-back)을 시스템이 담당하는지 운전자가 담당하는지 여부다.

보험연구원 황현아 연구위원은 ‘자율주행차사고 책임법제 및 보험제도’ 연구보고서에서 제작기준, 운행기준 및 보상기준을 레벨4의 관점에서 점검하고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레벨3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제도 정비에 소요된 기간을 고려하면,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 일정에 맞춰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관련 연구와 논의를 부지런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레벨4부터는 무인자율주행이 가능해져 레벨3에서는 문제 되지 않았던 이슈들이 새롭게 제기된다. 따라서 레벨4 자율주행차 관련 법제 마련을 위해서는 자율주행차의 안전한 제작을 위한 제작기준(자동차관리법), 안전한 운행을 위한 운행기준(도로교통법), 사고 시 피해자 구제 및 손해 분담을 위한 보상기준(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등 새로운 관점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보상기준의 경우 현재 자동차사고에 적용되고 있는 보상기준이 레벨4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해서도 적용이 가능한지, 타당한지가 문제될 수 있다. 자율주행차의 ‘운전행위’는 자율주행시스템이긴 하지만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은 여전히 보유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가 고도화될수록 협력시스템의 결함, 해킹 등 사고원인은 다양해지고 책임주체는 소프트웨어 개발사, 통신사 등 네트워크 관리자, 도로관리자, 자동차제조사 등 확대된다.

우리나라와 보상기준이 유사한 독일과 일본은 최근 무인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종전에 자동차사고에 적용되던 보상기준을 무인자율주행차사고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영국은 자율주행차 이용자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보험회사가 1차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했다. 미국은 주별로 제도가 상이하지만 대체로 종전의 보상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국들은 레벨4 자율주행차에 대해 기존의 보상기준을 유지하거나 자동차보험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사고 관련 책임은 형사책임, 행정책임, 민사책임으로 구분된다. 자동차사고가 발생하면 사고를 일으킨 자는 기소돼 처벌을 받고(형사책임), 면허취소나 과태료 처분도 받게 되며(행정책임), 피해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한다(민사책임). 책임의 주체, 요건, 효과, 범위 및 이를 규율하는 근거 법령은 책임의 유형에 따라 상이하다. 이 중 자동차보험에서 담보하는 책임은 민사책임이다. 민사책임에 대해서는 민법 및 보험법 분야에서 주로 논의되고 있고, 형사책임과 행정책임에 대해서는 법철학, 형법 및 행정법 분야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사고 보상기준은 자동차사고 피해자의 신속・적정한 구제 및 자동차 이용자의 보호가 목적”이라며 “자율주행차 사고의 경우 사고원인과 책임주체가 다양해지는데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데다 나오더라도 전체 차량이 자율주행 차량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소재 구분이나 위험 정도 등이 파악돼야 상품개발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율주행차의 사고율 및 손해액에 대한 평가 및 적정 보험료 산출 문제, 시스템 오작동이나 정보유출 등 자율주행차 고유의 위험에 대한 특약 마련 문제, 해킹사고에 대한 정부보장사업 확대 적용 문제 등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자율주행차사고 피해자와 이용자를 보호하면서 자율주행차 기술 및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보험제도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회원가입 후 이용바랍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