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차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대체제로 떠오른 e퓨얼
탄소중립과 친환경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
복잡한 생산 과정과 높은 비용이 보급화의 걸림돌

[테크월드뉴스=김준혁 ] 지난 3월 27일,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휘발유, 경유 등 화석연료 기반의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35년부터 27개 유럽연합 회원국에서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자동차만 신규 등록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내연기관차를 완전히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이 이 같은 강수를 둔 것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5% 감축하고 2050년 완전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온실가스 감축 종합 대책 ’핏포 55(Fit for 55)‘의 일환 때문이다.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 본부. [사진=셔터스톡]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 본부. [사진=셔터스톡]

그러나 이 같은 대책에 모든 유럽연합 회원국이 동의한 것은 아니다. 특히, 내연기관차 관련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판매 비중이 높은 독일과 이탈리아가 줄곧 반대 의사를 보여왔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은 꾸준하게 비토권을 행사한 독일의 요구를 반영해 2035년 이후에도 e퓨얼을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독일의 요구에 따라 e퓨얼의 예외적인 허용 결과가 발표되자 전 세계가 새로운 대체 연료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주된 이유는 유럽연합의 강력한 탄소중립 전략에 부응할 만큼 e퓨얼이 친환경적인 연료인가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e퓨얼은 이론상 탄소중립적이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유럽연합이 인정한 e퓨얼은 무엇인가

포르쉐가 칠레에서 생산 중인 e퓨얼. [사진=포르쉐]
포르쉐가 칠레에서 생산 중인 e퓨얼. [사진=포르쉐]

 

e퓨얼의 정식 명칭은 ‘일렉트릭 베이스 퓨얼(Electric-based Fuel)’이다. 즉, 전기를 이용해 만드는 연료라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은 수소에, 대기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 등을 합성해 만든 연료다. 제조 방법과 반응 조건에 따라 메탄, 메탄올, 휘발유, 경유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어 활용도도 높다.

물론, e퓨얼도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그러나 기존 화석연료 대비 완전 연소 비율이 높다. 따라서 기존 화석연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20~40% 적다. 무엇보다 이론상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만큼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연료를 만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탄소 배출량 ‘0’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런 부분에서 e퓨얼은 기존 화석연료보다 친환경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유럽연합의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에도 어느 정도 부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퓨얼은 기존 내연기관차의 연료로 바로 적용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e퓨얼 제조 방식에 따라 자동차 외 선박, 중장비, 항공기 등의 연료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제작 과정은 기존 화석연료와 큰 차이를 보이지만 성분은 똑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e퓨얼을 쓰기 위해 기존 내연기관차에 별도의 장치를 부착하거나 구조 변경을 할 필요가 없다. 현재 널리 보급 중인 전기차나 수소전기차의 경우, 전기차 수소 연료를 사용하기 위해 자동차를 완전히 새로 제작해야 한다는 점과 크게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e퓨얼이 현재의 화석연료 수준으로 일반화된다면, 전기차 등과 함께 미래의 친환경 자동차로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친환경 가능성은 높지만 현실적 문제가 많은 e퓨얼

포르쉐의 칠레 e퓨얼 생산 설비. [사진=포르쉐]
포르쉐의 칠레 e퓨얼 생산 설비. [사진=포르쉐]

 

e퓨얼은 이론상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인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단 생산 과정이 대단히 복잡하다.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 분해하는 과정부터 쉽지 않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많은 전기 에너지를 사용한다. 일단 이 전기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는 현재의 전기차도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전기차 운용 과정에서는 온길가스 배출량이 ‘0’이지만, 정작 전기차를 사용하는데 필요한 전기를 생산할 때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과정 역시 쉽지 않다. 이산화탄소가 자연 분해되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에 외부에서 에너지를 가해야만 이산화탄소를 얻을 수 있다. 물에서 전기 분해해 얻은 수소에 이 이산화탄소를 합성하는 과정에서도 에너지가 소모된다. 따라서 e퓨얼 사용 과정에서는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지만, 정작 생산 과정에서 또 다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복잡한 생산 과정 때문에 현 시점에서 e퓨얼을 생산하는 곳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e퓨얼에 대한 본격적인 상용화 연구, 개발이 시작된 시점이 2010년대 중반 이후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생산 시설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e퓨얼 보급화에 앞장 서고 있는 독일 조차 지난 2021년 9월 포르쉐가 칠레에 e퓨얼 생산공장을 착공해 지난해 말 비로소 e퓨얼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정도다.

이런 이유로 현재 e퓨얼의 가격은 매우 높다. 리터당 가격이 약 4유로, 국내 기준으로 약 6,000원에 이른다. 물론 시간이 흘러 생산 시설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 시점이 언제일지 확실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당장 2035년부터 유럽연합에서는 내연기관차의 퇴출을 준비 중이기 때문에 그 시점까지 e퓨얼이 상용화되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은 지켜볼 필요가 있는 e퓨얼의 미래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e퓨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움직임은 2020년대 이후 활발해지고 있다. 2017년 독일 아우디가 e퓨얼 연구소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하반기에는 토요타, 닛산, 혼다 등 소위 일본 자동차 제조사 빅3가 e퓨얼 연구 개발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e퓨얼에 대한 연구 진행이 활발해지고 있다. 2021 11월 현대오일뱅크가 덴마크 할도톱소사와 e퓨얼 기술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2022년 초에는 산업통산자원부가 e퓨얼 등의 탄소중립연료 보급 활성화를 위한 R&D 및 워킹그룹 운영 연구회를 추진하기도 했다. 해당 연구회에서는 e퓨얼 관련 사업 추진 현황과 탄소중립연료 수송 부문 워킹그룹 활동 계획, 민군협력 e퓨얼 기술 개발 실증사업 추진 계획, 산업계의 e퓨얼 방향성 제언 및 확대 적용 전략 등이 논의됐다. 물론 e퓨얼 보급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e퓨얼의 탄소중립성과 친환경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생산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문제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e퓨얼의 보급이 활성화된다면 현재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기존의 내연기관차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게 사실이다. 내연기관차를 폐차하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여러 환경오염을 야기할 수 있는데, 이런 문제를 e퓨얼을 통해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렵다. e퓨얼이 보급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지켜볼 가치가 충분한 미래의 연료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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