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장인 美中 시장에서 고전 중
전통적 완성차 업체 아닌 전문업체 기반도 미약
현대차 All-in 모델보다 배터리 등 생태계 구축 시급

[테크월드뉴스=서용하 기자] 한국 전기차 수출은 세계 3위로, 양적으론 크게 성장한 듯 보이지만 글로벌 경쟁력은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다수의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이 앞다퉈 전장으로 투입되고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 전문 브랜드들도 선전을거듭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내에선 거의 현대차만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도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K-전기차 업계의 성과가 지속될 수 있을지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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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전기차 외형적 성장, 현대차 외 존재감 없어···

한국의 전기차 수출액은 2018년 11억 달러에서 4년 새 7.5배로 커졌다. 전통의 자동차 강국인 독일과 강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고속 성장 중인 중국과 견줄 정도로 외형상으로는 성장을 달성했다. 

한국무역협회와 유엔 컴트레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기차 수출액은 81억 7575만 달러(약 10조 8000억 원)로 집계됐다. 독일(264억 5524만 달러)과 중국(200억 8888만 달러)에 이은 세계 3위다.

불안한 점은 현대 자동차그룹이 거의 홀로 이뤄낸 성과라는 점이다. 일부 초소형 전기차나 전기버스 등을 수출하는 중소기업들이 있지만 존재감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전기차의 대명사가 된 테슬라 등이 전통적 OEM(완성차업체)이 아닌 점을 감안할 때, 여전히 국내 전기차의 혁신 동력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게 되는 부분이다.

아울러 국내 완성차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 소외됐다는 점 역시 아픈 부분이다. 2022년 현대차 중국 판매 비중은 6.4%, 기아는 3.1%에 불과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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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지는 글로벌 시장, 작아지는 K-전기차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비(非)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등록된 전기차는 총 118만 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증가한 가운데 현대차·기아 판매량은 북미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감소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현대차그룹 2022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 순위를 보면 테슬라(131만 대)와 비야디(93만 대)가 1·2위를 차지했고 상하이자동차(90만 대), 폭스바겐(57만 대), 지리자동차(42만 대), 르노닛산(39만 대)이 뒤를 이었다. 현대차그룹은 37만 대를 팔았다.

테슬라는 28만 6000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41.7% 늘었다.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22.4%에서 올해 24.2%로 소폭 상승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순수익에서도 테슬라가 1위를 차지했다. 2022년 3분기 기준 테슬라가 전기차를 한 대 팔 때 벌어들인 순수익은 9574달러다. 2위 GM(2150달러)과 3위 비야디(1550달러) 등 후순위 그룹과 격차가 상당하다. 현대차는 927달러로 3위 비야디에도 크게 못미친다.

테슬라의 1위 비결은 ‘기가프레스’라고 불리는 테슬라 고유 공법이 높은 마진의 비결이다. 테슬라는 차체 여러 부위를 용접해 이어 붙이는 것이 아닌 몸체를 한 번에 찍어낸다. 테슬라에 따르면 기가프레스 적용으로 제조 비용은 40%, 무게는 30% 줄었다. 필요한 용접 로봇 수도 3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여기에 차량 판매 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벌어들이는 수입도 있다. 당장 국내 차가 따라잡기에 힘겨운 까닭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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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시장에서도 고전, 문제는 가격 경쟁력

지난해 판매된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는 중국에서 655만 대, 유럽 258만 대, 미국 92만 대다. 중국에 전 세계 자동차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중국 전기차는 중국 현지에서도 지배적인 위치에 있지만 국내 전기차는 중국에서도 고전 중이다. 2022년 현대차 중국 판매 비중은 6.4%, 기아는 3.1%에 불과했다.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인 GM(38.8%), 폭스바겐(38.5%), 테슬라(33.6%)에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전기차 2위 비야디 등 중국 저가형 전기차 브랜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전 세계 70%를 차지하는 배터리 산업과 중국 현지 공급망, 거대한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 중이다.

전기차 선택 시 가격은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다다. 비야디 ‘시걸’의 예상 가격은 1만 달러(약 1300만 원)에 불과하다.

SNE리서치는 "중국 시장에서 검증된 상하이자동차, 니오, 지리, BYD 등 전기차가 내수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테슬라 비야디 등이 ‘가격 경쟁’에 나서고 있는 무기는 ‘배터리 내재화’다. 테슬라는 자체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해 원가 절감 효과는 물론 배터리를 공장까지 가져오는 물류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전기차 모델 설계에 따라 맞춤형 배터리를 생산하기 때문에 효율도 극대화된다. 비야디는 100% 자사에서 만든 배터리를 사용 중이고 폭스바겐 역시 배터리 직접 생산을 추진 중이다. BMW는 파나소닉과 손잡고 북미 배터리 합작 공장을 논의 중이다. GM과 포드는 배터리 조인트벤처 설립을 넘어 양극재와 광물까지 직접 조달하는 계획을 밝히는 등 배터리 밸류체인 수직계열화를 추진 중이다.

반면 현재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에서 배터리를 납품받는다. 전기차 원가 40%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외부에서 공급받아 원가나 생산 효율 측면에서 경쟁사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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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중국 대안 될까? 새 개척지 모색

인도 자동차 시장의 지난해 내수 판매 규모는 472만 5000대로 일본을 제치고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할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특히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의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현대차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10% 중후반대로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2위이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9.4% 증가한 55만 2511대를 판매했다.

현대자동차는 인도에 향후 10년간 3조 2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고전 중인 중국을 벗어나 수출 다변화 전략 차원에서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이 된 인도의 자동차 시장 성장 전망이 매우 밝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11일(현지시간) 인도 타밀나두주와 올해부터 10년간 2000억 루피(약 3조2400억원)를 투자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밝혔다. 타밀나두주의 첸나이에는 현대차 1, 2공장이 있다. 두 공장의 연간 생산 규모는 76만 대 수준으로, 이 중 15만 대가량은 수출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MOU 체결에 따른 투자액을 전기차 생태계 구축과 생산 시설 현대화 등에 투입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첨단시설을 갖춘 전기차 배터리팩 조립공장을 짓는다. 이 공장의 연간 생산 규모는 17만 8000개가 될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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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전기차 공장 신설··· 투자도 확대

현대차는 울산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약 2조 원이 신규 투자되며 7만 1000평의 건축 면적으로 올해 4분기 본격 착공해 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전기차 전용 공장은 2025년 하반기 양산에 돌입해 연간 최대 15만 대까지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현대차그룹은 유연 생산, 저탄소, 지능화, 인간 친화를 추구하는 혁신 공장으로 국내 미래 차 생산의 대표적인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전기차 분야 투자도 이어간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총 3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고, 국내 전기차 분야에 총 24조 원을 투자한다. 전기차 생산량을 연간 151만대로 확대해 이 중 60%인 92만 대를 수출하고,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도 364만 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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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전기차 국가전략 기술 포함, 전기차도 스타트업 등장해야

정부는 전기차 공장 건실 및 유치에 국가적 차원의 투자와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기업이 전기차 공장 설비에 투자할 경우 최대 25%까지 세액공제를 지원한다. 반도체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전기차도 투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기획재정부는 9일 국가전략 기술·시설 투자 세액공제에 기존 반도체 외에 전기차·수소 등을 추가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구체적으로 투자 세액공제를 받는 기존 국가전략기술(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백신·미래자동차)에 전기차 생산 시설, 전기차 충전 기술 및 시설과 청정수소 생산 기술 및 시설 등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기존 시행령은 전기차 구동·충전 시스템과 자율주행차 센서 등 기술만 전략기술에 포함시켰는데 개정안은 자동차 업계 숙원인 전기차 생산 시설(공장)도 전략기술에 포함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에 따라 전기차 생산 시절에 투자할 경우 세액공제율이 대·중견기업은 기존 8%에서 15%, 중소기업은 기존 16%에서 25%까지 올라간다. 투자 증가분에 대해 적용하는 10%의 임시 투자 세액공제까지 더하면 대·중견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35%까지 세액공제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개정안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전기차 스타트업에도 과감한 투자가 나올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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