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안 나오는 노숙자용 미니 주택, 하루만에 ‘뚝딱’

[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세계 최초의 3D(입체) 프린팅 주택 단지는 어딜까. 9월 2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타임스는 멕시코의 사회 주택 회사인 에찰레(Echale)가 최근 미국 건설회사 아이콘, 비영리단체 뉴스토리와 빈민 지역인 타바스코주에 주택 500채를 지어 주민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집 하나를 짓는데 걸린 시간은 하루도 채 되지 않았다.

마을에 지어진 집 가운데 열 가구는 아이콘의 3D 프린터인 벌칸(Vulcan)II에서 ‘인쇄’됐다.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 제어되는 3D 프린터가 라바크리트(Lavacrete)라고 불리는 특수 콘크리트 혼합물을 바닥부터 차례로 붓는 방식이다. 투입된 인력은 프린터를 제어하는 사람 3명뿐이었다.  

2023년까지 시장 규모 연 평균 17%↑ 전망

이처럼 3D 프린팅 건축은 인구 급증으로 주택난이 우려되는 미래 사회에서 비싼 기존 건축물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세계 각지에선 다양한 기업이 해당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며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 8일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3D 프린터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126억 달러(약 14조 8302억 원)를 기록, 오는 2023년까지 17%의 연 평균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최근까지 3D 프린터 시장은 침체기를 겪어왔다.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나라는 일본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IDC 재팬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3D 프린터 시장은 같은 해 전년 대비 8.1% 줄어든 158억 3900만 엔(약 1628억 원)에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IDC 재팬은 3D 프린터의 주요 수요처는 행사용 샘플 제작이지만, 지난해에 코로나로 많은 행사가 취소되며 관련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재택근무와 휴업때문에 대면 영업의 횟수가 감소한 점도 수요가 줄어든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3D 프린터는 생산 비용이 감소하며 적용 분야가 넓어져 다시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마스크를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3D프린팅연구조합 등 4개 기관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마스크를 인도 시킴주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3D로 내 얼굴에 착 붙는 마스크팩 제작

이에 앞서 민간 기업에선 미용 제품으로 3D 프린팅 마스크를 개발해왔다. 선도적인 기업은 미국계 제약 회사인 존슨앤드존슨과 국내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이다.  

세계 3D 프린팅 산업 선도매체로 꼽히는 3D프린트닷컴이 지난 3월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존슨앤드존슨의 화장품 브랜드 뉴트로지나는 3D 프린팅 기술이 적용된 시트 마스크의 베타(시험) 버전인 ‘마스크 iD’를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존슨앤존슨의 사내 3D 프린팅 센터와 협력해 개발됐다. 

제품 출시 후 뉴트로지나는 매주 100명씩 베타 테스터를 선발해 3D 페이스 스캐닝 앱인 ‘뉴트로지나 스킨360’ 앱으로 사용자의 얼굴을 스캔, 관련 데이터를 쌓았다. 이어 자체 3D 프린팅 공정으로 사용자의 얼굴형과 피부 상태에 따라 각각 마스크를 인쇄했다. 해당 기술은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공개됐다. 

뉴트로지나의 3D 프린팅 마스크 '마스크 iD' 사진=뉴트로지나
뉴트로지나의 3D 프린팅 마스크 '마스크 iD' 사진=뉴트로지나

신제품의 가격은 뉴트로지나의 기존 고가 제품 수준에서 책정될 전망이다. 마이클 사우스올 존슨앤존슨 뷰티테크 리더는 매체에 “해당 제품의 가격을 뉴트로지나의 기존 제품 라인과 비슷하게 책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존슨앤존슨의 3D 프린팅 마스크는 21일 현재 정식 출시되지 않은 상태다. 아모레퍼시픽은 2019년 자체 개발한 관련 기술을 제품(랩 테일러드 3D마스크)에 적용해 지난 3월부터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다. 

3D 프린터로 건설하는 우주 신대륙

우주 공간의 패권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는 가운데 항공 분야의 3D 프린팅 기술도 각광받고 있다. 지난 8월 인도 일간지인 타임즈오브인디아는 로켓 제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아그니쿨 코스모스’가 독일의 산업용 3D 프린터 업체 EOS와 협력해 로켓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그니쿨은 이번 협력으로 저렴한 로켓을 설계하고 발사까지 소요되는 대기 시간을 줄인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EOS의 3D 프린터인 M400-4를 설치하고 관련 기술, 교육을 지원받기로 했다. 

미국의 항공 분야 스타트업인 ‘론처’는 3D 프린터 회사 EOS의 기술을 적용해 로켓을 개발했다. 사진=EOS 공식 홈페이지
미국의 항공 분야 스타트업인 ‘론처’는 3D 프린터 회사 EOS의 기술을 적용해 로켓을 개발했다. 사진=EOS 공식 홈페이지

21일 EOS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회사가 지원하고 있는 항공 분야 스타트업엔 미국의 ‘론처’도 있다. EOS는 론처가 자사의 기술로 로켓 내부를 빠르고 저렴하게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맥스 하우 EOS 설립자는 “로켓 내부에 필요한 부품(압력 조절 장치)을 제조하려면 수백만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3D 프린팅을 활용하면 연소실, (엔진) 분사구 등을 하나로 결합해 인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3D 프린팅은 달이나 화성 등에 인류의 식민지를 만드는데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인류가 다른 행성에 이주해도 현지에서 재료를 조달해 거주지를 건설할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로켓 엔진 제작사인 렐러티버티 스페이스(Relativity Space)가 세계 최초로 3D 프린팅 로켓을 만들고 있으며, 화성에 로켓 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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