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산업 성장에 진화하는 ‘푸드 테크’

[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이스라엘의 알레프 팜은 지난 28일(현지시각) 공식 홈페이지에 한국의 CJ제일제당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올렸다. 알레프 팜은 음식을 조리하지 않고 3D(입체) 프린터로 ‘인쇄’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푸드 테크(식품+기술) 기업이다. 이날 쓰 코테탄 CJ제일제당 부사장은 “세포 배양육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협약을 체결했다”며 MOU의 배경을 설명했다.

알레프 팜의 3D 프린팅 기술은 조리 도구와 요리사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기술의 원리는 복잡하지 않다. 인쇄 카트리지에 넣는 물질의 식용 가능 여부에만 차이가 날 뿐 일반 3D 프린팅 기술과 같다. 기기의 분사구에서 나온 물질이 반죽처럼 층층이 쌓이면 대체육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 같은 기술은 2018년부터 세포 배양 방식으로 도전을 거듭한 끝에 개발됐다. 

AT 커니 “전통 육류∙대체육 소비 비율, 2040년 4:6으로 변화할 것” 

알레프 팜을 포함해 푸드 테크 기업들이 대체육 개발에 나선 이유는 육식에 대한 환경∙안전∙복지∙지속 가능성 등 사회 문제가 대두되며 채식 산업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푸드 테크 기술을 활용해 기존 축산업보다 경쟁력 있는 대체재를 찾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경쟁력은 ▲식량으로서의 안정적인 공급 가능성 ▲생산 시 환경에 대한 영향 등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20년 뒤 세계 육류 소비 시장에서 대체육이 주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 업체 AT 커니는 해당 시장의 전통 육류와 대체육 소비 비율이 2025년 9:1에서 2040년 4:6으로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리적인 문제 외에 인수공통전염병(ex. 코로나 바이러스, 사스, 메르스)과 가축 전염병(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조류독감, 광우병)의 발병으로 인한 식량난과 식량 안보 해결을 위해서도 대체육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소고기와 돼지고기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15%씩 감소했다. 

늘어나는 대체육 기업 매출…싱가포르선 이미 판매 돌입 

세계 육류 소비 시장에서 전통 육류가 감소하고 대체육이 증가하는 현상은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미 CNN은 대형 할인매장 코스트코에서 1인당 육류 구매량을 3개로 제한하는 ‘육식 제한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전통 육류의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대체육 기업인 비욘드미트가 지난 5월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회사의 순매출은 전년 대비 약 11% 증가한 1억 8200만 달러(약 2164억 원)를 기록했다. 임파서블 푸드는 작년에만 새로 입점한 유통 점포가 777곳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선 지난해 9월 정부가 대체육을 비롯한 대체 식품을 이른바 ‘그린 바이오 5대 유망산업’ 중 하나로 선정해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대체 식품 제조의 핵심 요소인 육류 모사 가공, 세포 배양 등에 대한 연구 개발에 중점적으로 투자해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대체육 생산 과정. 자료=KISTEP 기술동향브리프.
대체육 생산 과정. 자료=KISTEP 기술동향브리프.

고비용에 대량생산 어려워…푸드 테크 기업들, 관련 기술 개발 노력 

다만 대체육은 가격과 소비자 선호 등에서 단점이 있다. 비용이 많이 들고 대량생산이 어려운데다 실제 고기에 비해 풍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서도 판매 중인 식용 곤충은 가격과 환경 문제에 이점이 있지만, 알레르기에 대한 우려와 혐오감으로 외면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푸드 테크 기업들은 대체육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배양육 생산에 이용할 동물 소재 발굴 ▲배양육 생산 과정에 필요한 요소에 관한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생산 과정에 필요한 요소는 세포, 생물반응기, 세포 배양에 쓰는 지지체, 3D 바이오프린팅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많은 기업에선 소비량이 많은 동물(소∙닭)을 대상으로 배양육 연구를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기업에는 저스트 잇(미국, 닭)을 포함해 ▲업사이드 푸드(미국, 닭∙오리∙소) ▲슈퍼 미트(이스라엘, 닭) ▲알렙 팜스(이스라엘, 소) ▲모사 미트(네덜란드, 소)가 있다. 

일부 회사들은 돼지, 푸아그라, 생선, 갑각류, 캥거루 등을 이용한 배양육 생산을 연구 중이다. 대표 기업은 ▲인테그리컬처(일본, 소∙푸아그라) ▲블루날루(미국, 생선) ▲시옥(싱가포르, 갑각류) ▲바우푸드(호주, 캥거루) ▲하이어 스테이크(영국, 돼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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