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에너지는 ‘에너지 캐리어’
수소전기차 주행 거리↑, 충전 시간↓
그린피스, 온실가스 발생 없어야 탄소중립 달성

[테크월드뉴스=이재민 기자] 9월 7일에 진행된 현대자동차그룹의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 글로벌 온라인 행사에서 ‘깜짝 발표’가 있었다. 기조 발표자로 나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모든 상용차의 신모델은 수소전기차와 전기차로 출시하며, 2028년까지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모두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가격과 부피는 낮추고, 내구성과 출력을 향상시킨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미래 수소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미래 수소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면적인 친환경 전환 계획 발표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 중 현대차그룹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미래차’라고 하면 전기차 혹은 자율주행차였다. 현대차그룹이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차와 함께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수소전기차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수소에너지에 주목하는 이유

지구온난화로 인한 전 세계 기후 변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남극은 2020년 2월 18.3℃를 기록해 관측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그리스, 터키 등에는 이상 기후로 인해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곳으로 꼽히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는 지난 8월 25일(현지 시간) 폭설이 쏟아졌다.

이렇게 심해지고 있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탄소중립과 ESG(환경보호, 사회공헌, 윤리경영)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화석연료는 전 세계에서 여전히 주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많은 국가에서 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 등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자연을 이용한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면 태양광은 밤이나 흐린 날은 생산성이 떨어지며, 지역마다 편차가 있을 수 있다. 풍력 역시 바람이 불지 않으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고, 바람 세기에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되면 잉여 전력 또는 전력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전력이 남았을 때 이를 저장했다가 부족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바로 이런 점이 수소에너지가 주목받는 이유다.

 

수소에 대한 A to Z

수소에너지를 이해하려면 수소의 특징과 생산 및 저장방식 등을 알아야 한다. 수소(H₂)는 질량 기준 우주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가장 흔하면서 가벼운 원소다. 흔해서 지역적 편중이 없는 보편적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또한 부산물이 물밖에 없어 환경친화적이며, 장기간 대용량으로 저장할 수 있다.

수소는 갈탄, 석유, 천연가스 등 채굴 가능한 1차 에너지가 아니다. 1차 에너지와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해야 한다. 생산방식에 따라 ▲개질 수소 ▲부생 수소 ▲수전해 수소로 나뉜다. 개질 수소는 천연가스를 고온·고압에서 분해해 생산하며, 부생 수소는 석유화학, 철강 등 산업공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된다. 수전해 수소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하면 만들어진다.

수소는 기체나 액체 형태로 저장 가능하며, 다른 화합물로 변환해 저장할 수도 있다. 따라서 수소에너지는 대규모 저장과 운송이 용이한 ‘에너지 캐리어’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 수소전기차의 구동 원리(출처: HMG 저널)
▲ 수소전기차의 구동 원리(출처: HMG 저널)

수소전기차, 전기차와 차이점은?

수소전기차의 정확한 이름은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Fuel Cell Electric Vehicle, FCEV)로, 흔히 수소차라고도 한다. 수소전기차도 전기차의 한 종류이지만, 전기를 만들어내는 방식과 구조는 다르다. 전기차가 배터리를 통해 전기를 얻는다면, 수소전기차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에서 생긴 전기로 모터를 구동한다. 수소전기차의 가장 큰 특징은 내연기관을 대신하는 수소탱크와 연료전지로, 수소를 물과 전기로 변환하는 과정이 여기에서 이뤄진다.

수소전기차와 전기차의 장단점을 비교하자면, 주행 거리와 충전 시간은 수소전기차가 우위에 있다. 수소전기차는 완충까지 5분 내외이나, 전기차 충전은 20~50분 소요된다. 수소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전기차에 비해 약 150%까지 더 주행할 수 있다.

그러나 ㎞당 연료비는 전기차가 월등히 뛰어나다. 현대로템에 따르면 수소전기차는 1㎞ 주행당 연료비는 83원인 반면에, 전기차는 연료비가 56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전기차 충전소는 2021년 7월 기준으로 약 7만 2000개였으나, 수소 충전소는 겨우 100개를 돌파했다. 수소전기차가 전기차처럼 상용화에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해서는 충전소를 늘리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한국판 수소위원회 출범

9월 8일부터 11일까지 킨텍스에서 열린 ‘2021 수소모빌리티+쇼’는 누적 관람객 2만 7000여 명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행사 첫날인 8일에는 국내 수소경제를 주도하는 15개 회원사로 구성된 수소기업협의체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 공식 출범식이 있었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현대자동차·SK·포스코 3개 그룹이 주도해 준비해 왔다. 이들은 지난 3월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수소경제 활성화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힘을 모으는 데 뜻을 함께하고, CEO(최고경영자) 협의체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후 효성까지 참여 의사를 밝혀 지난 6월 수소기업협의체 출범을 합의했다.

이들 4개 그룹 외에도 롯데, 한화, GS, 현대중공업, 두산, 코오롱, 이수, 일진, E1, 고려아연, 삼성물산이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회원사 간 수소사업 협력 추진 ▲수소 관련 투자 촉진을 위한 글로벌 투자자 초청 인베스터 데이 개최 ▲해외 수소 기술 및 파트너 공동 발굴 ▲수소 관련 정책 제안 등을 통해 수소경제 확산 및 수소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특히 수소 공급·수요·인프라 영역의 기업들 간 협력을 촉진하고, 수소 가치사슬의 불확실성을 줄여 나가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이미 현대차·SK·포스코·한화·효성은 2030년까지 수소 생산, 유통, 저장, 활용 등 수소경제 전 분야에 43조 4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더불어 다른 대기업들도 각자 주력 사업을 앞세워 과감히 협력하고 있다. 포스코와 GS, 한화와 현대중공업은 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송까지 밸류체인 공동 구축을 추진 중이다. SK가스와 롯데케미칼은 올해 안으로 합작사를 설립해 공동으로 수소사업을 추진한다고 지난 6월 발표했다.

▲ 출처: HMG 저널
▲ 출처: HMG 저널

“그린 수소만 적합” 그린피스의 반발

한편 현대차의 수소에너지 계획 발표 이후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수소전기차가 주행 중에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지만,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해 친환경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위에서 언급한 개질 수소, 부생 수소 두 가지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그레이 수소에 해당한다. 수전해 수소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제로(0)’인 그린 수소에 속한다. 수전해 수소는 다른 방식보다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현재는 부생 수소나 수증기 추출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한 수소 공급 기업들은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블루 수소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스탠퍼드 대학과 코넬 대학 연구팀의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레이 수소보다 블루 수소를 생산할 때 줄어드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0%로 큰 차이가 없다. 수소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그린 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이지만, 기술력의 한계로 아직은 뚜렷하지 않은 단계다. 그린피스는 그레이 수소나 블루 수소에 의존해서는 탄소중립 달성이 어렵다고 밝혔다.

모든 시작에는 시행착오가 따른다. 기업 입장에서 착오는 시간과 비용의 막대한 손실이다. 그럴듯한 결과에 잠깐 흔들려도 최종 목적지는 ‘초심’이어야 한다. 수소기업협의체가 출범한 이유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처음 목표를 잊지 않으며, 자연이 허락할 수 있는 수소 사회를 기대해 본다.

회원가입 후 이용바랍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와 관련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