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 유럽 기존 산업구조와 이해관계에 따라 EV 산업 접근
중국과 유럽이 주도하나 미국 10년 내 동일한 수준으로 성장

[테크월드뉴스=박지성 기자]  

해당 기사는  "[한장TECH] 글로벌 EV 시장 점유율 전망 ① 2035년 90% 육박한다" 에서 이어집니다. 

 

ㅇ EV 를 바라보는 3가지 시각과 온도 차이

▲ [그림 2] 최초에 EV 확산을 주도하는 것은 EU와 중국이지만 2035년 이후에는 전 권역에서 EV가 주도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 = BCG 제공, 테크월드 뉴스 재가공)
▲ [그림 1] 최초에 EV 확산을 주도하는 것은 EU와 중국이지만 2035년 이후에는 전 권역에서 EV가 주도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 = BCG 제공, 테크월드 뉴스 재가공)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예측에 따르면, 내연기관과 전기차(EV)의 비중은 2026년 마침내 역전이 이뤄져, 2035년에는 EV 계열의 비중이 약 9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이런 EV 확산에 있어서는 권역별로 크게 3가지의 상반된 시각과 온도차가 존재한다.

 

중국, '산업 주도권과 국가안보’ 전략적으로 접근

중국이 EV를 육성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동차 산업에서의 주도권과 에너지 국가 안보 관점이다.

 

중국은 개혁ž개방 이후 자국의 거대 시장을 바탕으로 내연기관 차량 산업의 육성을 지속적으로 꾀했으나,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완성차 업체에서 중국 기업들은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해외의 선진 브랜드들을 일부 인수하긴 했으나, 이런 외재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해외 기업들과 중국 자동차 업체의 기술력 격차는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기존의 게임 룰인 내연기관 모델을 따르기보다는 아예 새로운 룰이 적용되는 판인 EV 산업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해당 산업 육성을 본격화했다.

 

국가 안보 관점에서도 EV는 중국에게 좋은 대안이다. 미중패권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은 중동에서부터 인도양을 거쳐, 싱가포르 앞의 말라카 해협을 통해 국가의 전략자원인 석유를 공급받고 있다. 그리고 이 바다는 모두 미국의 통제 아래에 있다.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돼, 석유 수급이 용이하지 않을 경우, 중국 경제는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바로 이런 연유로, 중국은 탈석유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며 태양광, EV와 같은 분야에 막대한 정부 지원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유럽,  강력한 규제와 우호적 환경으로 고속 성장

유럽연합(EU)는 탄소배출과 관련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규제를 집행하고 있다. 2021년 EU 집행위원회는 차량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을 km당 130g에서 95g으로 줄이는 목표를 각 기업에 통보했다. EU 권역 내 완성차 업체들은 해당 목표를 준수하지 못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 g당 95유로(한화로 약 13만원)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강력한 규제와 동시에 EU는 EV가 조기에 정착할 수 있는 유리한 사회, 문화적 토대 역시 보유하고 있다.

각 도시가 비교적 근거리에 밀집해 있는 유럽은 중국과 미국 대비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EV 인프라를 보급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대륙에 비해 친환경 이슈에 대해 소비자들의 인식 수준 또한 높은 편이라, 친환경 이니셔티브를 위해 EV 도입 초기의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유럽 완성차 업계에게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EV 효익 상대적으로 낮아…내연기관의 경쟁자

미국은 전 세계에서 중동 지역을 제외하고 기름 값이 가장 싼 국가 중 하나다. 그렇다 보니 앞서 BCG가 언급한 EV 확산 2단계에 도달해도 EV가 내연기관 대비 총 소유 비용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의 넓은 국토 면적도 EV의 효익을 낮춘다. 미국의 전 국토에서 EV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는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BCG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편리하게 BEV를 사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1대의 BEV를 판매할 때마다 약 1100달러 전력망 업그레이드 비용이 필요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동·서부의 일부 대도시 권역을 제외하면 미국에서의 EV 확산은 유럽과 중국 대비 다소 느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BCG의 예상에 따르면, EV가 일단 주도권을 확보하게 되면 미국 역시 203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EV가 중심이 되는 자동차 산업 경쟁에 뛰어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ㅇ 가혹할 정도로 변화해야 생존할 수 있다

 

지금은 낮은 배터리 가격,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인센티브, 신규 EV업체의 야심찬 계획과 같이 EV 시장 성장을 위한 제반 조건들이 잘 갖춰져 나가고 있다. 그러나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억제요인들에 대한 해결도 필요하다.

 

우선 EV 충전 인프라 확대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향후 10년간 예상 EV 성장 속도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선 전 세계적으로 1억 개의 추가 충전 지점이 필요하다.

 

▲ EV 시대가 도래하면, 지금의 자동차 생산라인들 역시 재탄생을 요구받을 것이다 (자료=게티이미지뱅크)
▲ EV 시대가 도래하면, 지금의 자동차 생산라인들 역시 재탄생을 요구받을 것이다 (자료=게티이미지뱅크)

이 뿐만이 아니다. 보다 효율적인 배터리가 대량생산될 수 있어야 한다. BCG에 따르면 2030년까지 유럽에서의 배터리 수요는 무려 240GWh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2020년에 전 세계 모든 자동차 제조업체가 필요로 했던 것보다 더 많은 양이다. 배터리 생산을 위한 니켈 등 원자재 공급이 원활하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폭증한 수요는 공급 병목 현상을 촉발할 수 있고 이는 EV의 경제성을 훼손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완성차 업체의 준비상태다. 내연기관에서 EV로 전환한다는 것은 단순히 파워트레인을 교체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다. EV 시대가 열리면 내연기관 차량에 존재하던 수만 개의 부품 중 약 70%가 사라진다.

 

이는 완성차 업체에게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을 근본적으로 다시 하게 만든다. 부품의 수급에서부터 생산, 판매, 유지/보수에 이르는 전 영역이 재설계돼야 한다. 나아가 기존과는 다른 간소화된 전기 및 전자 아키텍쳐와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관련해서 BCG는 “EV 시대가 열리게 되면 완성차 업체들이 판매하게 될 제품은 기존의 픽업 트럭보다는 오히려 아이폰과 더 비슷한 성격의 제품일 것”이라고 말했다.

 

진짜, 늑대가 나타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간은 많지 않다. BCG의 예측이 유효하다면, 향후 10년 내에 승용차 2대 중 1대는 배터리로 구동될 것이며, 이는 완성차 업체의 차량 개발 주기를 고려할 때 약 2번 정도의 기회만 남아있을 뿐이다.

“늑대가 나타났다”는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에 마을사람들은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마을 사람들은 참담한 결과를 마주해야 했다.

지금… 완성차 업체가 마주하고 있는 건 진짜 늑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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