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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월드=정환용 기자] 어린 시절 처음 접했던 영상물 저장장치는 소니가 개발한 12.7mm 비디오테이프 ‘베타맥스’였다. 어떤 영상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JVC의 VHS(Video Home System) 포맷에 밀려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 영상물은 비디오 CD와 DVD, 블루레이를 거쳐 HDD로 거처를 옮겨 왔다. 윈도우 98 운영체제를 사용하던 시절 처음으로 영상물을 디지털 파일로 접했고, 현재는 블루레이 타이틀의 영상을 1080P 파일로 HDD에 보관하는 것이 일종의 취미가 됐다.

최근에는 유튜브의 재미있는 영상을 파일로 다운로드받아 모으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유튜브 자체에서 최대 4K 해상도를 지원하긴 하지만, 아직 4K를 제대로 구현하는 콘텐츠가 거의 없어 대부분 1080P 해상도로 설정해 다운로드받는다. 파일 확장자와 코덱 등의 변수가 많지만, 대체로 FHD 해상도의 mp4 파일은 1시간 당 1~1.5GB 정도로 보면 된다. 영상 파일의 해상도와 용량을 결정하는 여러가지 요소를 알아보고, 많은 파일들을 더 효율적으로 보관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240P에서 8K까지, 광학 디스크는 갈 길이 멀다

기자의 방 한 켠에 놓인 장식장에는 400여 장의 DVD와 50여 장의 블루레이 디스크(Bluray Disk, 이하 BD) 타이틀이 있다(게임 타이틀을 포함하면 10여 장이 추가된다). 영화 BD 타이틀이 2만 원대의 가격에 보편적으로 판매되기 전까지는 DVD를 수집했고, 현재는 일반 BD를 조금씩 사 모으고 있다. 4K UHD 블루레이는 아직 재생할 수 있는 기기가 없어 구입하지 않았다.

1080P 화질의 BD는 아직 보편적인 디지털 영상물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적인 디지털 영상물은, 720x480 해상도의 DVD가 차지하고 있다. DVD가 본격 보급되기 이전인 1998년에는 CD가 대세였지만, 약 700MB였던 CD의 7배에 가까운 4.7GB로 두 배의 해상도를 지원하며 6년여 만에 CD의 점유율을 넘어섰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8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에 서 정점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 BD보다 4배의 화질을 가진 4K BD가 시판되고 있지만, 일반 BD의 소비자가격이 약 3만 원대로 저렴하지 않아 DVD의 독주는 향후 몇 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CD와 DVD, BD는 외형상의 차이가 크지 않다. 생김새는 같다고 봐도 무방하고 크기와 무게도 비슷하다. 데이터를 쓰는 표면의 색도 CD와 DVD는 구분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떤 차이가 700MB와 25GB의 용량 차이를 만들어내는 걸까? 답은 표면의 집적도에 있다. [그림 1]을 보면 CD와 DVD, BD의 표면이 처리된 형태를 볼 수 있는데, 같은 확대 사진에서 홈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CD와 달리, BD는 홈이 없는 것처럼 구분이 어렵다.

▲[그림 1] (왼쪽부터)CD, DVD, BD의 표면 집적도. BD의 표면은 홈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촘촘하다.

광디스크의 원리는 표면에 홈을 새겨 0과 1을 기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단순한 논리로 같은 면적에 홈이 많을수록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고, 700MB인 CD와 25GB인 BD의 집적도의 차이는 약 35배라고 보면 된다. 2개의 레이어를 이용해 50G 이상을 담을 수 있는 BD도 있고, 4K BD는 최대 100GB의 용량을 담을 수 있다. 향후 8K 해상도가 구현되고 이를 담을 수 있는 광디스크가 나온다면, 멀티 레이어 구성이라 해도 그 집적도는 CD보다 100배 이상이 될 것이다.

 

영상의 품질을 결정하는 5가지 요소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디지털 영상 파일은 생각보다 많은 변수에 의해 화질과 용량이 결정된다. 저장 공간이 넉넉지 않은 사용자는, HDD를 더 구입하는 것과 화질을 최대한 덜 낮추는 방향으로 파일을 인코딩해 용량을 낮추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한다(보통은 HDD를 하나 더 장만하는 것이 편하다). 영상 파일의 최종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는 크게 다음 5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해상도(Resolution)
FHD 해상도는 가로 1920픽셀, 세로 1080픽셀로 구성된다. 이는 TV나 모니터 등 출력장치의 크기와는 별개로, 파일 자체가 가지고 있는 화질은 균일하다. 1080P를 지원하는 모니터를 기준으로, 720P 영상을 원래의 크기로 재생하면 화면의 약 45%만을 채운다. 파일이 가진 픽셀의 숫자가 1080P의 45% 정도기 때문이다. 4K UHD 모니터에서 FHD 영상을 재생하면, 같은 이유로 화면의 1/4밖에 채우지 못한다.

▲[그림 2] 같은 면적을 픽셀로 채울 때, UHD의 픽셀 크기는 FHD의 1/16에 불과하다. 이를 전체 화면으로 확장하면 표현할 수 있는 세밀함이 훨씬 높아진다.

같은 출력장치에서 다른 해상도의 파일을 볼 때의 화질의 차이는, 똑같은 크기의 이미지를 얼마나 더 작은 픽셀로 표현하는지에 따라 달려 있다. 같은 면적의 영상에서 FHD가 12개의 픽셀로 표현하는 점을, 4K는 훨씬 더 많은 숫자의 픽셀로 표현한다. 처리해야 할 픽셀이 많으니 전체 파일의 용량이 커지는 것이다.

2. 프레임 레이트(Frame Rate)
해상도와 함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프레임 레이트는, 1초에 몇 장의 사진을 보여주는지를 나타낸다. FPS(Frame Per Second)로 표시하기도 하고 ‘프레임’으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 보편적인 기준으로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상은 24프레임, TV 방송은 30프레임, PC 게임은 60프레임이라고 생각하면 프레임 레이트에 의한 영상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PC 게임의 경우 프레임 고정이 아니라 쾌적한 플레이를 위해 60프레임으로 맞추는 것이고, 오버워치 같은 1인칭 슈팅(FPS) 게임은 144프레임을 맞추는 경우도 있다.

단순히 프레임 레이트가 낮다고 해서 화질이 떨어지거나, 높다고 해서 화질이 좋은 것은 아니다. 30프레임을 유지하는 TV 프로그램은 국내 방송이 미국 표준 NTSC의 30프레임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다만 영상물의 제작 과정에서 60fps로 촬영해 30fps로 낮추는 것과, 30fps로 촬영해 60fps로 늘리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앞의 경우는 초당 60컷의 사진에서 절반을 잘라내는 방식으로 화질을 유지할 수 있지만, 뒤의 경우는 반대로 30컷을 더 늘리기 때문에 원본과의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3. 비트레이트(Bit Rate)
프레임 레이트가 초당 이미지의 숫자를 뜻한다면, 비트레이트는 초당 영상을 구성하는 데이터의 양을 뜻한다. 표기는 BPS(Bit Per Second)로 하는데, 통신 속도를 뜻할 때와 상통하는 의미로 봐도 무방하다. 1초에 얼마나 많은 데이터 양을 집적하는지에 따라 영상의 품질이 결정되는데, 너무 낮은 비트레이트를 설정하면 화면 전체에 걸쳐 네모나게 깨지는 현상이 보인다.

30프레임의 FHD 영상을 재생하기 위해선 이론상으로 1초에 최대 6200만 개의 픽셀 정보를 구현해야 한다. 물론 바뀌지 않는 색 영역도 있으니 필요한 용량은 약 4000만 비트 정도다. 그런데 이를 40Mbps가 아니라 10Mbps, 혹은 그 이하로 떨어뜨리면, 바뀌어야 할 비트 정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영상에 불협화음이 생기게 된다. 영상의 종류에 따라 적용하는 비트레이트의 수치는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적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할당해 주는 것이 화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4. 주사방식(Scanning Format)
FHD를 1080P라고도 표기한다. 영상을 출력장치에 어떻게 뿌려주는지에 따라 2가지 주사 방식으로 나누는데, 숫자 뒤의 P는 순차주사(프로그레시브, Progressive) 방식을 뜻한다. 현재 공중파 방송 송출은 1080i로, 비월주사(인터레이스, Interace) 방식으로 송출된다는 뜻이다. 두 방식의 차이는 이미지를 송출하는 방식에 있다. 인터레이스 방식은 세로 픽셀을 기준으로 이미지를 절반으로 나눠, 한 프레임마다 번갈아가며 화면을 송출한다. 프로그레시브 방식은 이미지를 나누지 않고 하나의 전체 이미지를 송출한다.

▲[그림 3] 60프레임을 기준으로, 인터레이스 방식은 위와 같이 1번 프레임에 이미지의 절반을, 2번 프레임에 이미지의 나머지 절반을 송출한다. 결과적으로 1초에 전송되는 이미지는 30컷으로, 프로그레시브 방식의 절반에 해당한다. 때문에 1080i인 국내 방송의 실질적인 화질은 한 단계 아래인 720P와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5. 플랫폼(Platform)
결국 디지털 영상 파일을 보여주는 출력장치에 따라 최종 화질이 결정된다. 4K의 고화질 영상이라 해도 출력 해상도가 1366x768인 모니터로 보면 그 정밀함을 알 수 없다. 또한, 출력장치가 FHD 해상도를 지원한다 해도 그 크기가 5~6인치 정도라면 딱히 의미가 없다. PC 모니터를 기준으로 24~27인치 크기는 FHD, 32~40인치는 WQHD(2560x1440), 40인치 이상은 UHD 해상도가 적당한데, 이는 사용자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다. 32인치 UHD 모니터도 있고, 아직 50인치 크기의 FHD TV도 나오고 있으니, 해상도와 사용 환경에 따라 적절한 화질을 선택하면 된다.

 

화질과 용량, 인코딩 작업에 달렸다
TV수신카드를 이용해 TV 프로그램을 녹화하고, 적당한 화질과 용량의 파일로 저장하는 작업을 취미 삼아 했던 경험이 있다. 약 1시간 정도 녹화하면 용량이 10GB 이상으로 상당히 크다. TV 영상이 원본에 가까운 고화질로 셋톱박스로 전송되는데, 이때 사용되는 프로토콜이 동화상 전문가 그룹(Moving Picture Experts Group, MPEG)이 만든 포맷 TS(Transport Stream)다.

TS를 비롯해 AVI, MP4, MKV, WMV 등의 확장자는 특성과 표준이 모두 다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AVI(Audio Video Interleave)는 다양한 종류의 코덱(Codec)을 지원해 범용성이 좋고, 코덱에 따라 용량의 편차가 큰 편이다. 모바일 기기에서 많이 사용하는 MP4(MPEG-4)는 압축률이 높은 코덱을 이용해 작은 용량으로 높은 화질의 영상을 지원한다. 오픈소스로 개발된 MKV(Matroska Multimedia Container)는 비디오와 오디오, 이미지, 자막까지 파일 하나에 모두 담을 수 있어 최근 많이 사용되는 포맷이다.

▲[그림 4] 요즘은 TV에서 막 끝난 예능 프로그램을 1시간여 만에 파일로 받을 수 있다.

영상 확장자가 다양한 이유는 재생 환경의 다양성 때문이다. 영상을 TV로만 접했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재생 기기가 많고, 기기마다 수용할 수 있는 영상 포맷도 제각각이다. 컴퓨터로 모든 영상을 재생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가장 높은 화질의 TS 포맷 파일은 용량이 너무 크다. TV 프로그램을 인코딩 없이 원본으로 보관하면, 1시간짜리 예능 프로그램 파일을 10개만 만들어도 100GB 이상을 차지한다. HDD에 보관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인코딩 담당자, 혹은 파일 제공자가 원본 파일을 어떻게 압축하는지에 따라 같은 원본 파일이라도 다양한 용량과 포맷으로 나온다. 이는 영상 인코딩에 어떤 프로그램을 쓰는지, 어떤 코덱을 쓰고 어떤 포맷으로 인코딩하는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영화 BD 타이틀을 무료 프로그램인 샤나 인코더로 H.264 코덱을 이용해 MP4 파일로 인코딩’하는 경우라도, 앞서 언급한 해상도, 프레임 레이트, 비트 레이트를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1990년대에는 TV 프로그램을 나중에 다시 보려면 방영 시간에 맞춰 비디오테이프에 녹화를 하거나, 재방송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IPTV가 대세인 지금은 VOD 다시보기 등 지나간 프로그램을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 아직은 IPTV의 기능이나 성능이 부족해, 영상을 앞뒤로 돌리거나 챕터를 넘기는 등의 동작이 어렵다. 저렴한 TV 수신카드를 PC에 설치하고,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녹화해 비교적 용량이 낮은 720P 화질로 인코딩하면, 좋아하는 걸그룹이 나온 예능 프로그램을 무한히 돌려보는 것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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