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부터 시작된 LFP 바람
국내외 차량들 LFP 탑재 모델 속속 출시

[테크월드뉴스=김준혁 기자]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앞세온 중국기업들의 전기차 시장 공략이 거세다. LFP 배터리는 기존 삼원계 배터리 대비 가격이 20~30% 저렴하다. 전기차 원가의 30~40%가 배터리임을 감안할 때 전기차 가격 절감에 있어 LFP 배터리는 매우 좋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삼원계 배터리 일색이던 국내 전기차 시장에도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저가형 전기차 시장이 열리고 있다. 

전기차의 판매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는 LFP 배터리의 등장으로 전시차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테슬라]
전기차의 판매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는 LFP 배터리의 등장으로 전시차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테슬라]

 

▶ LFP 배터리 전기차의 가능성을 보여준 테슬라 모델 Y

그동안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던 LFP 배터리가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테슬라 모델 Y의 성공이 컸다. [사진=테슬라]
그동안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던 LFP 배터리가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테슬라 모델 Y의 성공이 컸다. [사진=테슬라]

사실, 그동안 국내에서 LFP 배터리에 대한 인식은 좋지 못했다. 그동안 LFP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대부분은 중국산이었고, 품질과 성능도 좋지 못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은 지난해 테슬라가 모델 Y RWD에 LFP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크게 달라졌다. 기존에 판매 중이었던 모델 Y RWD의 다른 부분은 유지하면서 배터리만 삼원계에서 LFP 배터리로 바꾼 전략을 취했던 것이다. 

덕분에 테슬라 모델 Y RWD의 가격은 7000만 원 후반대에서 2000만 원이나 낮아지며 5699만 원에 판매될 수 있었다. 그 결과, 모델 Y의 2023년 국내 판매량은 1만3885대에 달했으며 이는 2022년 대비 91.6%나 늘어난 수치다. 심지어 올해는 새로운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판매 가격을 200만 원 추가 인하하기도 했다. 

테슬라가 이처럼 공격적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것은 LFP 배터리의 제작 단가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존 삼원계 배터리의 양극재 소재인 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중 니켈을 인산철로 대신해 가격을 낮춘 게 결정적이다. 니켈은 대표적인 희토류다. 따라서 가격이 다른 광물 대비 비쌀 수밖에 없다. 반면, LFP 배터리에 양극재로 쓰이는 인산철은 희토류가 아닌 철을 기반으로 한다. LFP 배터리가 삼원계 배터리 대비 저렴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LFP 배터리가 탑재된 테슬라 모델 Y의 국내 공식인증 주행거리는 350km다. 삼원계 배터리 대비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은 LFP 배터리의 특징 탓에 400km 후반대였던 주행거리가 짧아졌지만, 저렴한 가격이 모든 걸 상쇄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공식적인 배터리 충전 속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급속 충전 출력은 최대 170kW로 공개됐다. 삼원계 배터리를 사용하던 모델 Y의 급속 충전 출력이 250kW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그러나 이 또한 기존 LFP 배터리와 비교하면 증가한 수치다. 지금까지는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급속 충전 최대 출력이 150kW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테슬라 모델 Y RWD에 탑재된 BYD의 LFP 배터리가 낮은 온도에서도 안정적인 충방전 성능을 유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저가형 전기차의 단점은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최신 LFP 배터리 기술을 담아낸 KG 모빌리티 토레스 EVX

LFP 배터리의 대표주자 BYD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토레스 EVX는 탁월한 가성비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사진=KG 모빌리티]
LFP 배터리의 대표주자 BYD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토레스 EVX는 탁월한 가성비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사진=KG 모빌리티]

테슬라 모델 Y RWD가 연 국내 LFP 배터리 전기차 시장은 KG 모빌리티가 지난해 하반기 토레스 EVX를 출시하면서 더 굳건해졌다. 토레스 EVX는 출시와 동시에 가성비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출시 당시 가격은 4750만 원부터 시작했으며, 현재는 변경된 보조금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을 200만 원 추가 인하했다. 토레스 EVX는 가격대로만 놓고 보면 삼원계 배터리 기반의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기아 니로 EV와 경쟁한다. 그러나 토레스 EVX의 차체 크기나 출력, 주행 거리 등의 제원은 그보다 한두 급 위다. 

토레스 EVX가 가격을 낮추면서 성능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BYD의 LFP 배터리를 탑재한 덕분이다. 특히 토레스 EVX에는 BYD가 개발한 최신 LFP 배터리 기술이 탑재되어 있다. LFP 배터리의 최대 단점인 낮은 에너지 밀도를 해결하기 위한 블레이드 배터리가 바로 그것이다. 해당 기술은 명칭 그대로 배터리 셀을 칼날처럼 얇게 제작한 뒤, 모듈화 대신 배터리 팩에 직접 장착하는 CTP (Cell to Pack) 방식에 기반한다. 덕분에 기존 LFP 배터리 대비 동일한 부피의 배터리 팩에 더 많은 배터리 셀을 집어넣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그 결과, 토레스 EVX는 73.4kWh 용량의 LFP 배터리를 기반으로 앞차축에 최고출력 207마력, 최대토크 34.6kg.m를 내는 전기모터에 전력을 공급한다. 그러면서도 433km에 달하는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내세운다. 급속 충전 속도는 200kW 출력 기준으로 20% 남은 배터리를 80%까지 37분만에 충전할 수 있다. 경쟁 모델인 코나 일렉트릭의 주행거리가 368km, 급속 충전 속도가 45분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토레스 EVX를 통해 LFP 배터리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 초저가 경형 전기차의 대표 주자, 기아 레이 EV 밴

기아 레이 EV 밴은 전기차 선택의 기준이 성능 대신 저렴한 가격에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사진=기아]
기아 레이 EV 밴은 전기차 선택의 기준이 성능 대신 저렴한 가격에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사진=기아]

국내에서 LFP 배터리가 탑재된 또 다른 전기차로는 기아의 경형 전기차 레이 EV 밴이 있다. 레이 EV 밴의 판매 가격은 3080만 원이지만, 각종 보조금을 적용할 경우 2000만 원 초반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여기에 각종 경차 혜택과 취등록세 면제까지 더해지면 경제성이 더욱 향상된다. 이처럼 저렴한 가격 덕분에 레이 EV는 용량이 작은 LFP 배터리를 탑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큰 인기를 누렸다.

실제로도 레이 EV 밴에 탑재되는 LFP 배터리의 용량은 35.2kWh에 불과하다. 이는 대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배터리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때문에 전기모터의 출력과 최대토크 또한 64마력과 15.0kg.m에 불과하다. 주행거리 또한 경형 전기차라는 점을 감안해도 넉넉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복합 주행거리는 205km이며, 도심 기준으로 봐도 233km에 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 EV 밴은 지난해 3727대가 판매됐다. 국산 전기차 기준으로는 판매 순위 6위에 오를 만큼 호성적이었다. 이 같은 결과가 전달하는 사실은 분명하다. 더이상 전기차의 선택 기준이 몇 년 전처럼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강렬한 성능, 넉넉한 주행거리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보다도 실제 구매 가능한 낮은 가격과 적은 유지비용에 많은 소비자들이 끌리고 있다는 사실이 레이 EV 밴을 통해 증명됐다.

 

▶ 출격 준비 중인 다양한 종류의 LFP 배터리 기반 전기차들

올해에는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로 등극한 BYD를 비롯한 여러 LFP 배터리 전기차가 출시될 예정이다. [사진=BYD]
올해에는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로 등극한 BYD를 비롯한 여러 LFP 배터리 전기차가 출시될 예정이다. [사진=BYD]

지금까지 살펴본 전기차 외에도 올해 다양한 종류의 LFP 배터리 기반 전기차의 출시가 예고되어 있다. 그중 가장 주목할 전기차는 기존에 판매 중인 차량의 형제 모델 또는 파생 모델이다. 대표적으로 기아 레이 EV 밴과 구동계를 공유하는 현대차 캐스퍼 EV 그리고 KG 모빌리티 토레스 EVX의 픽업트럭 버전이다. 

두 전기차가 기대를 모으는 것은 레이 EV 밴, 토레스 EVX의 성공 사례 때문이다. 즉, LFP 배터리를 바탕으로 한 저렴한 가격과 합리적인 구성을 완전히 다른 디자인과 차종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현대차의 캐스퍼 EV는 레이 EV 밴의 단점으로 지적 받는 배터리 용량을 키워 가격과 성능을 모두 만족시킬 예정이다.

토레스 EVX 픽업트럭 또한 토레스 EVX의 장점을 그대로 계승하는 한편, 국내 최초의 전기 픽업트럭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토레스 EVX 픽업트럭의 경우, 일반 전기차가 아닌 현대차 포터 일렉트릭과 같은 전기 화물차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럴 경우, 2023년 기준 최대 2200만 원에 달하는 보조금이 더해져 실제 구매 가격이 2000만 원대에 근접할 수 있다. 

BYD의 대표 전기차 아토 3는 경쟁 모델 대비 저렴한 가격과 준수한 성능을 바탕으로 지난해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팔린 전기차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BYD]
BYD의 대표 전기차 아토 3는 경쟁 모델 대비 저렴한 가격과 준수한 성능을 바탕으로 지난해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팔린 전기차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BYD]

하반기에는 LFP 배터리 기반 전기차 중 최대 기대주가 출시될 예정이다. 바로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로 등극한 BYD다. BYD의 여러 전기차 중에서 국내 출시가 유력한 모델로는 SUV 모델인 아토 3와 해치백인 돌핀이다. 특히 아토 3의 경우 경쟁 모델보다 저렴한 가격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덕분에 지난해 전 세계에서 약 41만 대가 판매되며 판매 순위 5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아토 3는 중국에서 2000만 원대 중반 가격으로 판매 중이었지만, 최근 들어 가격을 2200만 원대까지 낮췄다. 

BYD 아토 3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은 다른 나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3000만 원 중반, 일본에서는 3300만 원대, 유럽에서는 4000만 원 중반대 가격을 형성 중이다. 때문에 국내 출시 시, 아토 3의 가격 또한 3000만 원대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BYD 아토 3가 주목을 받는 것은 앞서 언급한 테슬라 모델 Y RWD, KG 모빌리티 토레스 EVX에 LFP 배터리를 공급하는 배터리 제조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현재 가장 높은 수준의 LFP 배터리 기술력을 보유 중인 BYD의 간판 전기차인 만큼 아토 3는 가격 대비 높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아토 3는 BYD의 최신 블레이트 배터리 기술이 적용된 60.5kWh 용량의 LFP 배터리를 기반으로 204마력의 최고출력, 유럽 인증 기준 420km의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올해 하반기 BYD가 국내 시장에 진출할 경우 전기차 시장에 여러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시장은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날이 갈수록 LFP 배터리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은 치열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를 구매할 때 성능보다 저렴한 가격을 우선시한다는 사실은 이미 시장에 판매 중인 여러 LFP 기반 전기차를 통해 증명된지 오래다”라며 “올해 더 많은 LFP 전기차가 출시될 예정인 만큼 한동안 침체기에 빠진 전기차 시장이 되살아날지, 추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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