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기술력 살리면 문제 없어"… 프랑스 마크롱 "원전 늘려 미래 에너지 확보"
RE100에 포함 안되는 원전… "국내 기업 수출길 막힌다"
저전력 반도체로 에너지 비용 절감 기대

AI반도체를 두고 글로벌 기업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AI반도체를 두고 글로벌 기업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테크월드뉴스=김승훈 기자] 2023년 오픈AI의 챗GPT가 인공지능(AI) 시대를 열면서 AI를 고도화하기 위한 핵심 요소인 AI 반도체를 두고 글로벌 기업간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현재 초기의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지만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의 가장 큰 고객인 오픈AI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자체 AI 반도체 생산 시설을 구축하겠다고 밝혔고, 미국 인텔은 대만 TSMC가 장악한 파운드리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밖에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도 AI 반도체 자체 개발에 뛰어드는 양상이다. 

문제는 이처럼 반도체 개발과 생산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는데, 신규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는데 엄청난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는데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공장에서 사용될 전기의 양이 약 10GW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공장뿐만 아니라 기존 데이터센터가 AI 데이터센터로 전환되면서 전력 수요가 2023년 대비 2028년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AI 반도체를 생산하고 AI를 운용하기 위해서 지금보다 더 많은 양의 전기를 생산해야 하다 보니 그 방법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올해부터 2038년까지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신규 발전 설비 계획을 담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한쪽에서는 원자력발전소를 더 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신한울 1, 2호기 원전 [사진=한수원]
신한울 1, 2호기 원전 [사진=한수원]

"원전 기술력 살리면 문제 없어"… 프랑스 마크롱 "원전 늘려 미래 에너지 확보"

추가 원전 건설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원전의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무탄소 청정 에너지원이며, 우리나라가 원전 강국인 만큼 안전에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근거로 삼는다.

프랑스나 중국 등 다른 나라들도 늘어난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을 확대하는 추세이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기가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원전 8기 추가 건설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도 원전 비중을 15%에서 25%로 다시 확대할 방침이다. 

중국은 현재 전력 생산의 5% 정도를 차지하는 원전 비중을 2030년 10% 이상 늘릴 계획이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짓고 있는 원전만 26기에 신규 건설이 확정된 원전이 42기에 달한다. 잠재적으로 더 지을 가능성이 높은 원전 수는 154기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원전의 발전비중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2021년 27.4%였던 국내 원전 발전량 비중이 2022년에는 29.6%까지 올라갔다. 지난해에는 30%를 무난히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전 건설이 포함될 경우 2038년 원전 발전 비중 목표는 40% 안팎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원전 추가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방문해 디지털·AI 시대에 에너지 확보를 위한 원자력 연구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혁신적 연구개발 전략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증설 등 굉장히 많은 전기에너지 수급이 필요하게 됐다"며 "인공지능 기술을 도울 에너지 대책은 차세대 원자로와 원자력 이용 증가에 따른 사용 후 핵연료 처리를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원자력이 탄소 중립과 AI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전력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선진 원자로, 차세대 원자로를 개발해 오고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실물화할 수 있도록 연구원 구성원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독일 브란덴부르크 상업시설 지붕에 설치된 한화큐셀 태양광 모듈 [사진=한화]
독일 브란덴부르크 상업시설 지붕에 설치된 한화큐셀 태양광 모듈 [사진=한화]

 

RE100에 포함 안되는 원전… "국내 기업 수출길 막힌다"

반면, 원전으로 전기를 생산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수출길이 막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원전은 RE100이 요구하는 신재생에너지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애플, 구글, MS 등 글로벌 주요 기업은 제품 생산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해결하겠다는 RE100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부품사들에게도 RE100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즉, 100%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부품만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애플은 부품사에게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2030년까지 RE100을 달성하지 못하면 애플에 부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국내 기업들의 RE100 달성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2050년 RE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총 전력 사용량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은 31%에 그쳤다. 특히 반도체(DS) 부문은 23%에 불과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되는 전력을 삼성전자가 모두 사용하더라도 RE100 달성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고객사들은 100% 재생에너지로 제품을 생산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요구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재무적으로 B2B 사업에서 최대 31조 5,000억원의 매출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년 기준 B2B 매출액 126조원에서 최대 20%의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은 다른 나라로 공장을 옮기는 추세다. 미국은 자국 내에 공장을 지으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며 적극적인 세일즈를 펼치고 있다.

다만, 원전으로 생산된 반도체는 수출길이 막힌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전 세계가 신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기업들이 2030년까지 RE100을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에 주요 기업들은 REC(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Renewable Energy Certificate)를 구매하거나 녹색 프리미엄 요금의 사용, PPA(전력구매계약, Power Purchase agreement)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RE100을 달성하고 있다.

REC란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에너지를 공급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인증서로 정부가 발급한다. 한국전력 등 발전사업자는 정부로부터 발급받은 인정서를 기업들에게 되파는데 기업들이 REC를 구매할 경우 1REC 당 1MWh(메가와트시)의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간주한다.

PPA는 REC와 달리 시장을 통하지 않고 전력 판매자와 사용자 간에 전력을 직거래하는 계약방식이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등은 주로 REC나 PPA 등으로 RE100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대만 반도체 업체 TSMC는 지난 2020년 덴마크 에너지기업 오스테드로부터 1기가와트(GW)에 육박하는 해상풍력 단지 전력을 구입하는 PPA를 체결하기도 했다.

그렇다해도 REC나 녹색프리미엄 등을 무한정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국가 차원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가야 한다.

이미 신재생에너지가 만들어 내는 전력량은 석탄과 비슷해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내년 초엔 태양열이나 풍력, 수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며 석탄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태양열 패널의 가격 하락이 재생에너지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IEA는 설명했다.

유회준 카이스트 교수가 뉴로모픽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인공지능 반도체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카이스트]
유회준 카이스트 교수가 뉴로모픽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인공지능 반도체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카이스트]

저전력 반도체로 에너지 비용 절감 기대

AI반도체는 생산에도 많은 전력이 필요하지만 운용에도 엄청난 양의 전기를 필요로 한다. 실제로 엔비디아 H100 GPU의 연간 소비전력량은 소규모 국가 전체 소비전력량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엔비디아 H100 GPU의 2024년 연간 소비 전력량이 조지아나 리투아니아, 과테말라와 같은 국가들의 연간 소비 전력량과 같은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엔비디아 H100 GPU의 최대 소비전력은 700W으로 연간 61% 사용률일 경우, 가구당 2.51명의 미국 평균 가구 기준 소비전력량에 해당한다.

엔비디아가 2023년 150만개에 이어 2024년 200만개의 H100 GPU를 판매한다고 가정하면 내년에는 총 350만개의 H100 GPU가 연간 1만3091.82GWh의 전력을 소비하게 된다.

이는 조지아, 리투아니아, 과테말라의 연간 소비전력량 1만3092GWh에 근접한 수치다. 또 텍사스의 휴스턴보다 적고 애리조나의 피닉스보다 많은 미국 5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처럼 AI를 운용하는데 많은 전기가 소모되다 보니 기존 반도체 보다 전력 사용량이 적은 저전력 반도체가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KAIST 연구팀은 엔비디아의 A100 모델보다 전력은 625배 적게 쓰고, 크기는 42분의 1에 불과한 AI 반도체를 개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AI 반도체를 활용해 오픈AI의 GPT-2 모델을 구동시킨 결과 언어를 생성하는 데 0.4초밖에 걸리지 않았으며 사용된 전력량은 400mW(밀리와트)였다. 이론 단계에 머물러 있던 고성능 초저전력 AI 반도체를 실제로 구현한 것이다.

이렇게 저전력을 소모하는 AI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뇌를 모방한 뉴로모픽 컴퓨팅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뇌는 ‘뉴런’이라고 불리는 신경세포 간 전기적 신호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데 특정 입력값이 주어졌을 때만 신호를 발생하고, 뇌 전체가 아닌 일부 부위만 사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적다.

카이스트 연구진이 개발한 AI반도체는 향후 삼성전자의 온디바이스 AI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권혁준 교수팀도 인공지능 및 신경모사 시스템의 효율성을 가져 인간의 뇌를 닮은 차세대 AI 반도체 기술을 개발했다.

권 교수팀은 강한 전기적 특성을 가진 산화하프늄과 얇은 층으로 쌓인 이황화주석을 이용해 시냅스 전계 효과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인간의 시냅스보다 1만 배나 빠른 응답 속도와 매우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권 교수는 "이번 연구는 차세대 소재인 이차원 채널과 강유전성 산화하프늄을 이용해 고성능 신경 모사 하드웨어를 개발함으로써 저전력 소모 및 고속 연산이 요구되는 차세대 컴퓨팅 아키텍쳐를 위한 중요한 발판이다"며 "AI 및 머신러닝을 적용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도 내년에 대규모로 확대할 연구개발(R&D) 예산을 AI반도체 산업 육성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대규모 AI 반도체 프로젝트를 구상해 국가전략기술로 중점 육성할 계획이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AI 반도체 프로젝트는 신규 R&D 사업으로 진행된다"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지능형 반도체(PIM), AI를 위한 한국형 그래픽처리장치(GPU), 저전력 AI 반도체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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