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창이된 ‘카카오’ 국민 밉상 등극
김범수 ‘측근경영’ 글로벌 진출 걸림돌
정신아 대표, '조직쇄신', 'AI경쟁' 다 잡을까

[테크월드뉴스=서용하 기자] 카카오그룹 내부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간 자율 경영이라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범수 창업자가 매일 출근 도장을 찍으며 뉴카카오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고 이달 말엔 정신아 내정자가 공식 대표로 선임, 카카오의 구원투수로 나올 예정이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인적 쇄신 등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고 눈앞에 펼쳐진 AI 산업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전했다.

[진학사 취업플랫폼 캐치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취업준비생이 가장 취직하고 싶어하는 기업 조사에서 지난 2022년 2위였던 카카오가 지난해 5위로 떨어졌다. 네이버가 지난 2022년 1위에 오른 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것과 대조적이다/사진=카카오]
[진학사 취업플랫폼 캐치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취업준비생이 가장 취직하고 싶어하는 기업 조사에서 지난 2022년 2위였던 카카오가 지난해 5위로 떨어졌다. 네이버가 지난 2022년 1위에 오른 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것과 대조적이다/사진=카카오]

▶ 혁신의 상징에서 국민 밉상까지

카카오는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 주요 경영진이 검찰에 소환되고 있고,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로 기업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 2022년 10월 경기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의 화재로 카카오톡 등 주요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 완전히 복구하는 데만 127시간 30여 분이 걸려 카카오의 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카카오는 지난 10여 년간 ‘카카오가 하면 다르다’는 국민의 신뢰를 얻었지만, 한순간에 ‘혁신의 상징’에서 ‘국민 밉상’으로 전락했다. 한때 60조 원까지 치솟았던 시가총액은 현재 24조 원까지 내려앉았다.

업계에선 ‘뉴(new) 카카오’는 단순한 경영전략이 아닌, 카카오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지적한다.

[남궁훈 대표는 경기도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기자회견'에서 "카카오를 책임지는 대표로서 참담한 심정과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다"고 말했다/사진=카카오]
[남궁훈 대표는 경기도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기자회견'에서 "카카오를 책임지는 대표로서 참담한 심정과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다"고 말했다/사진=카카오]

① 카카오의 위기 ‘김범수의 사람들’

업계에선 카카오의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김범수 창업자의 측근 경영이 원인이라는 지적을 해왔다. 실제로 카카오 계열사 CEO 대부분은 김 창업자와 같은 대학, 직장에 근무한 이력이 있는 등 공통점이 많다.

김범수 의장은 사업 초기부터 ‘100인의 CEO’를 양성하겠다는 철학을 밝혀왔다. 이를 위해 각 계열사에 자율성과 독립성을 줬다. 이는 창의적이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만들었고 일정 부분 급격한 성장을 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측근 경영의 부작용이 일부 경영진들의 도덕적 해이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 자회사가 상장할 때마다 대량의 스톡옵션이나 성과금을 챙겨준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계열사의 각자도생, 과도한 성과주의, 내부 차별 등 잡음으로 이어졌다.

업계 전문가는 김범수 창업자는 어떤 문제에 대해 ‘본질’에 입각한 ‘정의’를 강조했다며, 카카오가 국내 기업이란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본질적인 문제도 측근 경영에서 나오는 한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즉 김범수의 사람들 대부분이 국내파 출신이어서 글로벌 진출에 걸림돌이 됐다는 것이다.

[카카오가 다시 회생하려면 몸집만 키우지 말고 전기차 메타버스 인공지능 블록체인과 같은 신사업에 투자해야 한다/사진=카카오]
[카카오가 다시 회생하려면 몸집만 키우지 말고 전기차 메타버스 인공지능 블록체인과 같은 신사업에 투자해야 한다/사진=카카오]

② 카카오 국내 사업만 치중··· 네이버는 해외 진출에 주력

카카오 계열사는 2021년 결산 기준 150개를 넘어섰고, 2022년 2분기 결산 기준 160개에 달한다. 골프와 영어교육 사업 등 기존 카카오의 강점과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분야에도 손을 뻗쳐 카카오의 신사업이 대체로 국내 사업에 치중돼 있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카카오는 시장 독점과 이른바 ‘문어발 확장’이 논란을 빚자 지난해부터 계열사 수 감축에 나섰다. 지난해 3분기에 계열사 숫자가 147개로 줄었고, 연말 기준으로는 142개로 감소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김범수 창업자가 계열사 정리에 나서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카카오 그룹 소속 계열사 숫자는 137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 같은 모습은 국내 비중을 줄이고 해외 진출에 주력하는 네이버와 비교되기도 한다. 네이버는 2017년 71개에 달했던 계열사를 지난해 47개로 줄였다. 대신 계열사 가운데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투자를 단행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 해 11월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김소영 준법과신뢰위원회(이하 준신위) 위원장을 포함한 1기 위원들을 만나 카카오의 쇄신을 위한 준법 경영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사진=카카오]
[지난 해 11월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김소영 준법과신뢰위원회(이하 준신위) 위원장을 포함한 1기 위원들을 만나 카카오의 쇄신을 위한 준법 경영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사진=카카오]

 

▶카카오 변신의 핵심 ‘정신아 대표’ 키워드는 ‘사람’ ‘기술’ ‘시장’

카카오 인적 쇄신 중심에 서 있는 정신아 대표 내정자는 향후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자율 경영이 아닌 책임 경영을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AI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규모에 맞는 시스템과 체계를 만드는 과제를 중점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정신아 내정자가 그간 ‘사람’ ‘기술’ ‘시장’을 강조한 만큼 이들 요소를 중점으로 카카오를 끌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신아 내정자는 1975년 생으로 올해 49세이다.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를 석사로 수료했다. 정신아 내정자는 보스턴 컨설팅그룹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eBay APAC HQ), 네이버를 거쳐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다/사진=카카오]
[정신아 내정자는 1975년 생으로 올해 49세이다.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를 석사로 수료했다. 정신아 내정자는 보스턴 컨설팅그룹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eBay APAC HQ), 네이버를 거쳐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다/사진=카카오]

① 정신아 대표 내정자 ‘글로벌 인재’+‘조직개편’ 강조

정신아 대표 내정자는 카카오 벤처스를 운영하며 벤처기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사람, 기술, 시장을 뽑은 바 있다. 정 대표는 그 가운데 인재를 첫손가락으로 뽑는다.

정 대표 내정자는 투자한 다음에 데스 벨리(Death Valley: 창업3~7년 차에 겪는 어려운 시기)가 오는데 힘든 시기에도 지치지 않는 그릿(Grit)의 정신 즉 끊임없이 집착해서 포기하지 않는 무언가가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사업 부문별로 흩어져 있던 파트·셀 등 하위 부서 단위들을 없애고 ‘리더’가 총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들에게 집중됐던 책임과 권한을 능력 있는 인재에 부여, 업무 성과를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주 임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전문성을 갖춘 젊은 리더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업무에 대한 몰입도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조직 구조로 바꾸겠다며 개편 방향을 설명한 바 있다.

업계 전문가는 정신아 대표 내정자가 꼽는 인재는 ‘글로벌’ 인재가 돼야 한다며 막연한 글로벌이 아니라, AI 등 글로벌 사업을 책임질 수 있는 인재를 데려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카카오 정신아 대표 내정자는 단순히 기술적인 진보를 넘어, AI를 통해 우리의 일상을 더욱 풍부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사진=카카오]
[카카오 정신아 대표 내정자는 단순히 기술적인 진보를 넘어, AI를 통해 우리의 일상을 더욱 풍부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사진=카카오]

② 카카오 정신아 대표 내정자 “AI 전문가” vs “투자 전문가일 뿐”

김범수 창업자는 앞으로 10년은 결국 AI로 정의될 것이라며 지난 2019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I,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진단은 빨랐으나 사법 리스크 등이 겹치며 실행이 늦어져 현재 카카오의 AI는 경쟁자에게 뒤처졌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뿐 아니라 카카오 본사 안에서도 AI 연구개발(R&D) 조직을 만들어 AI 경쟁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다만 AI보다 ‘서비스’에 방점이 찍혀 있다.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sLLM(경량화 거대언어모델)과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해 카카오가 원래 잘하는 소비자 친화적 서비스를 붙여 혁신을 만들어내겠다는 방향이다. 기술 자체의 고도화보다는 기술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해 4월~5월 경 초대규모 언어모델 코 GPT2.0을 선보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 수 있고 IT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정 내정자가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 일부에선 정신아 대표 내정자는 투자 전문가이지 사업을 이끌어 나간 경험은 부족하다며, 특히 AI 전문가라는 점에 있어서도 AI를 실제 개발 및 공급해 본 경험은 없어 AI 전문가로 포장하는 것이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 업계, ‘정신아 대표 내정자’ 실제 행보엔 우려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자는 지난주 직원들과 함께한 오픈톡에서 조직 구조 개편 방향을 설명하고 차기 임원진을 소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정 내정자는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CTO를 본사 CTO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정규돈 CTO 내정자는 인하대 자동화공학 석사 출신으로, 다음커뮤니케이션 기술그룹 총괄, 카카오 플랫폼기술 총괄을 거쳐 2016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카카오뱅크 CTO를 역임했다.

정규돈 내정자는 카카오뱅크의 상장 직후인 지난 2021년 8월, 스톡옵션을 행사해 보유 주식 중 대부분을 매도하고 약 70억 원대의 차익을 챙긴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주가 하락으로 일반 주주들이 손해를 봐 도덕적 해이의 대표 사례로 지적됐고 22년 2월 카카오뱅크 CTO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카카오 측은 “아직 정식 조직개편이나 인사가 난 건 아니다”라면서도 “기술경쟁력을 재확보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카카오의 서비스들을 위한 기술 이해와 제1금융권의 기술안정성 수준을 구축하고 경험한 경험이 있는 리더를 내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정신아 대표 내정자를 중심으로 조직과 경영 방식을 일신하겠다던 카카오가 '회전문 인사'로 '도로 카카오'로 회귀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정 전 CTO 내정자가 실제 임명되더라도 혁신의 성과를 보여준다면 이번 논란이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카카오가 결국 쇄신의 진정성이 있었느냐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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