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금속활자만큼 혁신적"
통신3사 모두 AI 기술력에 사활
글로모 어워즈 6 대 1… 화웨이, 삼성전자에 판정승

MWC 2024에 참가한 삼성전자의 전시부스 [사진=삼성전자]
MWC 2024에 참가한 삼성전자의 전시부스 [사진=삼성전자]

[테크월드뉴스=김승훈 기자] 지난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가 나흘간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미국 CES, 독일 IFA와 함께 세계 3대 테크 전시회로 불리는 MWC는 그간 무선통신 산업에 주로 초점을 맞추었으나 '미래가 먼저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에서는 인공지능(AI)이 가장 핵심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AI시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이들을 의식한 듯 AI가 인간을 헤치는 존재가 아닌 인간을 이롭게 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비전이 제시됐다.

전 세계 200개국 2400개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삼성전자를 주축으로 한 국내 기업 165개사가 참가해 기술력을 뽐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국가라는 것을 재차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AI, 금속활자만큼 혁신적" "위험한 일 대신하는 동료"

AI의 발전을 두고 인류에 번영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머'(Boomer)와 생존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두머'(Doomer)의 의견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범용인공지능(AGI)이 등장하면서 AI가 단순히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의사결정마저 대체해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MWC2024는 AI가 실제로 어떻게 인간을 도울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조연설자들도 대체로 AI 긍정론을 주창했다.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 겸 사장은 "AI는 600년 전 유럽에서 발명된 금속활자 인쇄만큼 혁신적"이라며 "AI는 현재 시대의 가장 큰 발명품"이라고 말했다. 스미스 부회장은 AI가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칩, 데이터센터, 데이터, 파운데이션모델, 툴링, 애플리케이션, 앱 플랫폼, 개발자와 사용자 등 완전히 AI로 인해 새로운 경제가 생겨났다"라며 "혁신적인 생산성과 산업 간 연결성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경제 생태계가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가 이미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했으며, 이를 통해 인간의 삶은 이전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아비브 샤피라 엑스텐드(XTEND)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 기반 로봇은 임무 대부분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이제 로봇이 팀원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엑스텐드는 지능형 로봇을 구현할 수 있는 자율 운영 시스템인 XOS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보스톤다이나믹스의 로봇개 '스팟(Spot)'에도 엑스텐드의 XOS가 탑재됐다. XOS를 탑재한 AI 로봇은 이제 스스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AI에 인간 전문가의 행동을 학습시킨 덕분이다.

그는 "이미 테스트 환경에서는 지진 등 재난 시 로봇이 스스로 탐색 경로를 결정하고, 적극적으로 생존자를 찾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이 수반되는 업무는 모두 로봇을 활용해 원격으로 처리하는 스마트시티가 구현될 것"이라며 "인간은 쓸모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안전하고 생산성 높은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샤오미의 사이버도그2 [사진=바이두]
샤오미의 사이버도그2 [사진=바이두]

반려 AI로봇 등장… 국내 스타트업 효돌 '글로모 어워즈' 수상

이번 전시 기간 관람객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끈 것은 인간의 외로운 일상을 지켜줄 AI 로봇들이었다. 특히, 샤오미의 사이버도그2나 테크노의 다이내믹 원 등 로봇 개들은 전시 기간 내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샤오미의 사이버도그2는 반려견의 모습을 상당 부분 구현했다. 간식을 주는 자세를 취하면 발을 올려 빨리 달라는 듯 보채고 자유롭게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재롱을 피웠다.

로봇 개에는 AI 대화 시스템이 탑재돼 주인의 감정을 파악한 뒤 그에 맞게 행동한다. 유아 및 노년층 정서 안정에 도움을 주는 효과도 있으며, 카메라를 장착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게 샤오미 측 설명이다.

아랍에미리트(UAE) 통신사 이앤(e&)이 전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는 리얼한 대화와 표정, 몸짓 등으로 이전의 로봇과 전혀 다른 느낌을 주었다.

아메카는 전시장을 찾아온 관람객과 사람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대화가 없으면 행사장에 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또, 상황과 대화의 내용에 맞는 다양한 표정까지 지으면서 관람객들을 놀라게 했다.

국내 스타트업 효돌은 AI 기반 돌봄 로봇 솔루션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건강 모니터링과 응급 상황 대응, 챗GPT를 사용한 정서적 교감 제공 등을 통해 고령층들이 보다 안전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올해 처음 MWC에 참가한 효돌은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가 발표한 글로벌 모바일 어워드(GLOMO, 글로모)에서 커넥티드 건강 및 웰빙을 위한 최우수 모바일 혁신 분야 상을 받았다.

반려로봇 효돌 [사진=효돌]
반려로봇 효돌 [사진=효돌]

국내 통신 3사도 AI 기술력 확보에 사활

국내 이통3사들도 MWC2024를 통해 차세대 신사업으로 AI를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조직 혁신의 도구로 AI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SKT는 글로모 어워즈에서 AI 기반 시각보조 음성 안내 서비스 '설리번파인더', AI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 '클라우드 레이다'로 2관왕을 차지하며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설리번파인더는 MWC 2022 GLOMO 어워드를 수상한 시각보조 음성 안내 서비스 '설리번플러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기존 적용된 비전 AI 기술에서 SKT 멀티모달 AI가 추가 적용돼 시각장애인의 외부 활동 지원 기능이 강화됐다.

클라우드 레이다는 AI 기반 엣지·퍼블릭 클라우드 관리 최적화 기술을 적용해 최대 40%의 비용 절감을 돕는다.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별 복잡한 상품 구조 및 비용 산정 체계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워크로드에 따라 클라우드 사용 용량이 시시각각 변한다는 점에 착안해 AI를 활용해 클라우드 사용량과 패턴 등을 분석하고 이를 최적화한 덕분이다.

SKT는 이번 MWC 2024에서 텔코(통신 사업자) AI 동맹의 출발도 알렸다.

SKT, 도이치텔레콤, 이앤(e&)그룹, 싱텔그룹은 작년 7월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만나 글로벌 통신사 AI 연합체인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lobal Telco AI Alliance, 이하 GTAA)'을 공식 출범시키고 인공지능 관련 기술 및 사업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이들은 이번 MWC 2024를 통해 GTAA 창립총회를 열고 AI 거대언어모델(LLM) 공동 개발 및 사업 협력을 수행할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합작법인을 통해 '텔코 LLM'(통신사 특화 거대언어모델)을 본격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독일어, 아랍어 등 5개 국어를 시작으로 전 세계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는 다국어 LLM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유영상 SKT 사장은 "합작법인을 기반으로 GTAA를 확장해 글로벌 AI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며 "전 세계 13억 통신 가입자가 통신사 특화 LLM을 통해 새로운 AI 경험 누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SKT의 전시 부스 [사진=SKT]
SKT의 전시 부스 [사진=SKT]

KT와 LG유플러스도 AI 시대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KT는 이번 전시에서 AI LIFE 존을 통해 초거대 AI가 적용된 다양한 사례를 공개했다.

'Generative AI Alliance' 코너는 거대언어모델(LLM)이 적용된 AI 반도체, 소버린 AI(Sovereign AI) 사례 등 초거대 AI 협력 모델을 제시했고, 'AI Contextual Advertising' 코너는 나스미디어와 공동 개발한 KT 거대언어모델(LLM)을 통해 광고 문맥을 분석해 최적의 광고를 타겟팅 할 수 있는 AI 문맥 맞춤 광고 서비스를 공개했다.

또 'On Device AIoT' 코너에서는 공유 킥보드·전기차 충전기·택시용 스마트 사이니지에 적용된 온디바이스 AIoT 블랙박스(EVDR) 기술 체험이 가능했다.

AI 중심의 ICT 전략 강화도 선언했다. 김영섭 대표는 MWC 2024 현장에서 "이제 KT는 통신 역량에 IT와 AI를 더한 AICT 회사로 거듭나겠다"며 "고객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전략 수립부터 최적의 솔루션 제공 및 효율적인 운영관리까지 제공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서비스로 고객의 비즈니스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디지털 혁신 파트너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AICT 회사로의 혁신 달성을 위해 전사 차원의 AI 대전환도 강조하는 한편 AI 서비스 제공을 위해 자체 초거대 AI '믿:음'과 오픈AI의 GPT, 메타의 라마 등을 함께 활용하는 '멀티 LLM' 전략 기반의 내부업무 혁신 플랫폼 'Gen.AIDU(젠아이두)'를 개발하고 전사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이번 MWC 2024에 전시관 부스를 내지 않았지만 황현식 대표는 향후 AI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공개하며 자체 생성형 AI 모델 익시젠(ixi-GEN)을 올 상반기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익시젠은 LG 그룹 차원에서 LG AI 연구원이 개발한 '엑사원'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황 대표는 "LG유플러스만의 데이터로 대화형이나 특화 모델 AI를 만들고 있고 올해 상반기 공개한다"며 "시장에서 명확하게 체감하는 경험들이 달라질 것이다. 그를 통해 사업 성과도 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KT 전시부스 [사진=KT]
KT 전시부스 [사진=KT]

글로모 어워즈 6 대 1… 화웨이, 삼성전자에 판정승

이번 MWC2024에서는 중국의 첨단 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생생히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의 AI폰이나 갤럭시링에 대한 관람객들의 관심도 컸지만 화웨이·아너·샤오미 등 중국기업들의 활약에 상대적으로 빛이 바래는 모습이었다.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한 AI폰으로 경쟁을 벌였다. 온디바이스 AI는 외부 서버나 클라우드에 연결돼 데이터와 연산을 지원받았던 기존의 클라우드 기반 AI에서 벗어나 기기 자체에 탑재돼 직접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삼성전자 부스는 갤럭시S 24 시리즈의 실시간 통화 통역, 웹사이트 번역 및 요약 등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체험하려는 인파로 전시 기간 내내 붐볐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맞대결은 '글로모 어워즈'를 통해 화웨이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삼성전자는 태블릿 '갤럭시 탭9울트라'로 디바이스(기기) 분야 '최고 연결 소비자 기기(Best Connected Consumer Device)' 1개를 수상했다.

반면, 화웨이는 '최고의 모바일 혁신 기술(Best Mobile Technology Breakthrough)', '최고의 모바일 네트워크 장비(Best Mobile Network Infrastructure)' 등 6개를 수상했다. 불과 2 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가 수상했던 분야를 화웨이가 차지한 것이다.

화웨이는 AI와 차세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5.5G 비전을 제시하고,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판구'도 공개했다. 특히, 6G가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시점에 기존 5G 보다 10배 가량 빠른 5.5G를 올해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리 펑 화웨이 기업 수석 부사장은 "5.5G와 인공지능(AI), 클라우드가 융합되면서 통신사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과 역량의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 세계 통신사가 5.5G가 가져온 기회를 잡기 위해 고품질 네트워킹과 다차원적 수익화, 신규 서비스, 생성형 AI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웨이뿐만 아니라 레노버의 투명 노트북, 모토로라의 벤더블 스마트폰, 오포의 음성 비서가 탑재된 안경 형태 증강현실(AR) 기기 등 중국 기업들의 제품도 전시 내내 화제가 됐다.

레노버의 투명 노트북 [사진=레노버]
레노버의 투명 노트북 [사진=레노버]

레노버가 소개한 세계 최초 투명 디스플레이 노트북은 기존 노트북 형태에 17.3인치짜리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투명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형태인데 관계자가 노트북과 호환되는 펜으로 화면에 색칠하는 동안에도 화면 너머 꽃병이 선명하게 보였다.

레노버 산하 모토로라는 벤더블 콘셉트 스마트폰을 전시했다. 6.8인치 디스플레이를 구부려 손목에 찰 수 있는 게 특징이며 접힌 상태에서도 디스플레이 터치가 가능했다.

오포도 AI 기반 비서를 통해 음성명령 등을 할 수 있는 안경 형태의 증강현실(AR) 기기 '에어 글라스 3' 시제품을 전시했다. 600g에 달하는 무거운 무게로 현기증 논란을 일으킨 애플 비전 프로와 달리 일반 안경과 유사한 디자인에 경량화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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