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만과 일본 밀월 용인··· 삼성만 소외
TSMC 일본과 손잡아··· 日 기회 잡으려 총력
인텔·TSMC 유럽까지 판 넓혀··· EU “환영”

[테크월드뉴스=서용하 기자] 對 중국 반도체 공급망 전쟁이 2라운드에 접어든 모양새다. 자체 공급망 확보를 선언한 미국, 중국 침공을 대비한 대만의 해외 진출, 그리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일본과 유럽 등이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명분상의 칩4 동맹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시대로 돌입한 것 같다며 이 가운데 한국과 삼성이 소외되는 모양새는 아쉬운 점이라고 진단한다.

[TSMC는 7만여명의 직원과 수천개에 달하는 협력사 임직원은 물론 언론, 국민, 정계의 아낌없는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은 도덕과 윤리, 환경을 빌미로 발목이 잡히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TSMC는 7만여명의 직원과 수천개에 달하는 협력사 임직원은 물론 언론, 국민, 정계의 아낌없는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은 도덕과 윤리, 환경을 빌미로 발목이 잡히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미국의 반도체 굴기·대만과 일본의 밀월··· 반(反)삼성 기치

미국 인텔의 파운드리 선전포고에 이어 일본 구마모토의 TSMC 신공장 착공에 이르기까지 중국과의 반도체 공급망 전쟁은 2라운드를 맞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공급망 전쟁에 나설 때만 해도 중국의 반도체 기술 추격 속도를 늦추고, 미국의 삼성에 대한 지원이 클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에 대한 조건으로 52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발표에 세계 600여 개가 넘는 기업이 미국 진출을 선언했고 삼성전자는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아울러 AI 산업 발전으로 기존 반도체 생태계가 급격히 변화돼 미국이 직접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더욱이 인텔은 지난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인텔 파운드리 다이렉트 커넥트 2024’ 행사에서 TSMC를 협력자로 내세우고, 삼성은 언급을 회피함으로써 TSMC에 이은 제2의 파운드리가 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발표한 수주 잔고도 이미 15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전체 파운드리 시장의 약 10%에 달할 정도의 규모다. 

일본도 반(反)삼성 기치를 들고 나왔다. 최근 문을 연 구마모토 공장은 파운드리를 주력으로 삼고 있어 삼성에 잠재적 위험이 되고 있다.

수조 원대 보조금을 발판으로 도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등이 출자해 세운 라피더스도 홋카이도에 파운드리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는 과거 삼성에 전자산업 맹주 자리를 내준 소니가 TSMC의 합작 파트너인 것이 우연은 아니라며 반도체 공급망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JASM은 시장의 스페셜티 기술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는 동시에 일본의 뛰어난 반도체 인재를 활용해 글로벌 반도체 에코시스템의 성장에 공헌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사진=jasm]
[JASM은 시장의 스페셜티 기술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는 동시에 일본의 뛰어난 반도체 인재를 활용해 글로벌 반도체 에코시스템의 성장에 공헌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사진=jasm]

 

▶ 중국 위협 속 TSMC 일본과 손잡아··· 日 기회 잡으려 총력

지난 24일 대만 TSMC의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1공장이 문을 열었다. TSMC가 이달 말 일본 구마모토에 준공하는 파운드리공장은 일본의 ‘반도체 장기 프로젝트’의 시발점으로 주목받는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TSMC 공장 유치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TSMC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2공장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제 2공장은 1공장에 비해 더 진보된 6나노 선폭의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구마모토 1공장은 일본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쏟아부었다. TSMC가 2021년 10월 일본 진출 의사를 밝힌 후, 2022년 4월 착공해 지난해 12월에 완공했다. 불과 1년 7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일본 정부가 세제·규제 면에서 유례없는 혜택을 제공했기에 가능했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 1공장 설비투자액의 절반에 가까운 최대 4760억 엔(약 4조 2000억 원)의 보조금을 제공했다. 2공장에는 최대 7320억 엔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외국 기업에 1조 2000억 엔의 현금을 지원하는 셈이다.

[지난 2월 27일에 열린 기자 회견 (왼쪽부터) Rapidus 주식회사 대표이사 사장 코이케 준요시, Tenstorrent Holdings Inc. Jim Keller CEO / 사진=라피더스]
[지난 2월 27일에 열린 기자 회견 (왼쪽부터) Rapidus 주식회사 대표이사 사장 코이케 준요시, Tenstorrent Holdings Inc. Jim Keller CEO / 사진=라피더스]

▶ 홋카이도 치토세에 건설 중인 라피더스 공장

TSMC의 지원 뿐만 아니라 일본 자체 기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의 신생 파운드리기업 라피더스가 캐나다 팹리스 텐스토렌트로부터 2나노미터공정을 활용한 AI 칩 생산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라피더스와 텐스토렌트는 2nm 공정 기반의 AI용 반도체 공동 개발에 합의했다. 양산 목표 시기는 2028년이다.

두 회사가 공동 개발한 2nm 반도체는 일본 홋카이도 치토세에 건설 중인 라피더스 공장에서 제조한다. 2nm 이하 공정 프로젝트를 수주한 곳은 대만 TSMC, 삼성전자, 미국 인텔에 이어 라피더스가 네 번째다.

라피더스는 도요타, 키오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일본 대기업 8곳이 첨단 반도체의 국산화를 위해 작년 11월에 설립한 회사다. 일본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면서 회사 운영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8개 기업이 70억 엔(약 667억 원)씩 출연했고, 일본 정부로부터 700억 엔(약 6666억 원)의 지원을 받았으며, 미국의 빅테크 기업 IBM과도 제휴했다. 

라피더스는 유럽 최고 반도체 연구개발 기관인 벨기에 종합반도체연구소(IMEC)와도 기술 협력을 맺기로 했다. 라피더스는 nm(나노미터: nm=10억 분의 1m) 첨단 반도체 양산에 5조 엔(약 48조 원)을 투자해 2027년까지 양산할 계획이다.

[EU는 전체 반도체 수요의 20%를 차지하는 세계 3위 소비시장으로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크다. 하지만 역내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9%에 불과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EU는 전체 반도체 수요의 20%를 차지하는 세계 3위 소비시장으로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크다. 하지만 역내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9%에 불과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인텔·TSMC 이미 유럽까지 판 넓혀

거액의 보조금을 지렛대 삼아 반도체 공장을 자국에 묶어두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미·중 대립을 배경으로 유럽도 반도체 기업들을 유치하려 하고 있다. EU는 민관 합동으로 2030년까지 430억 유로(약 62조 846억 원)를 투자하는 것 등을 목표로 하는 유럽 반도체 법에 따라 공장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은 “TSMC의 투자는 독일과 유럽의 반도체 공급을 강화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은 “TSMC의 투자는 독일과 유럽의 반도체 공급을 강화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① 미·중 긴장 고조··· 대만 TSMC 유럽에 거점 구축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업체인 대만 TSMC가 독일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 TSMC가 유럽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TSMC는 지난해 독일 드레스덴 반도체 공장을 짓는 사업에 최대 34억 9993만 유로(약 5조 원)의 지분 투자를 하는 안건을 이사회에서 승인했다고 밝혔다.

TSMC의 독일 공장은 매달 4만 장의 12인치(300㎜)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규모를 갖추게 될 예정이다. 2000개의 직접적인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TSMC는 밝혔다. 공장 건설은 2024년 하반기 시작되고 2027년 말 생산을 목표로 한다.

외신은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TSMC가 이런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에 거점을 구축하는 첫 번째 단계”라고 평가했다.

이번 공장 설립에는 총 100억 유로가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독일 정부가 최대 50억 유로의 보조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밝혔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실리콘 섬(Silicon Isle)인 아일랜드는 항상 인텔의 장기 전략의 핵심”이라며 “팹34의 개장은 보다 탄력적이고 지속 가능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유럽연합(EU)의 목표에 기여할 것이다”고 말했다./사진=인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실리콘 섬(Silicon Isle)인 아일랜드는 항상 인텔의 장기 전략의 핵심”이라며 "탄력적이고 지속 가능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유럽연합(EU)의 목표에 기여할 것이다”고 말했다./사진=인텔]

② 인텔 “아일랜드는 인텔의 장기 전략의 핵심”

인텔의 유럽 투자는 TSMC에 비해 더 공격적이다. 인텔은 170억유로(약 23조원)를 투입하는 독일 마그데부르크 파운드리 공장 설립 계획을 확장해 총투자 규모를 300억유로(약 42조원)로 확대하기로 한 바 있다.

독일 정부가 인텔에 보조금으로 약 100억유로를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인텔은 이 공장을 2027년 가동할 예정이다.

아울러 인텔은 지난 해 10월 유럽 아일랜드 공장에 극자외선(EUV) 기술을 사용한 인텔 4 공정(7나노 급)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로써 인텔은 TSMC, 삼성전자에 이어 EUV 공정을 사용해 7나노 칩 대량 생산을 본격화한다. 이는 유럽에서 대량 제조(high-volume manufacturing, HVM)에 EUV를 사용하는 최초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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