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일본·동남아시아 등 반도체 클러스터 구체화

[테크월드뉴스=양승갑 기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격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미중 분쟁으로 인한 나비 효과는 단순 시장 경쟁을 넘어 지역 별로 산업 패권을 재편하려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예측이다. 특히 미국을 포함한 유럽연합(EU), 일본, 동남아시아 등 지역에서 이런 모습이 구체화되고 있다.

글로벌 경영전략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 김창욱 파트너는 3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4’ 시장 동향 포럼에서 향후의 반도체 산업 재편 방향을 예측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김창욱 파트너. [사진=양승갑 기자]
보스턴컨설팅그룹 김창욱 파트너. [사진=양승갑 기자]

 

프렌드쇼어링 기반, 멕시코·캐나다와 연합한 미국

미국은 프렌드쇼어링(Friend Shoring) 공급망을 기반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 한다. 프렌드쇼어링은 우방국을 생산기지로 낙점하고 이전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멕시코, 캐나다와 삼각편대를 구축했다.

멕시코로부터 인력 수급을 통해 미국 반도체 산업의 단점인 높은 인건비 문제를 일부 상쇄하고 캐나다로부터는 엔지니어 등 반도체 고급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칩 설계, 소프트웨어, 장비 ▲멕시코 OSAT ▲캐나다 소재(희토류), 반도체 R&D 등을 담당한다.

김 파트너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생태계 확장은 주변 지역으로 혜택이 파급될 것이다”며 “생산원가 관리를 위해 멕시코 클러스터를 활용, 미국 수요를 공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역시 미국과 유사한 전략을 선택했다. 유능한 인력을 활용하고 국가 간 시스템 역할을 분담해 반도체 산업을 고도화한다는 방안이다.

김 파트너는 “초기에는 유럽도 각자 경쟁하는 형태였지만 이탈리아, 아일랜드, 이스라엘, 독일, 폴란드 등 점점 클러스터를 만들어가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인텔은 독일 마그데부르크에는 대규모 반도체 공장인 ‘메가 팹’을 신설해 최신 공정 칩을 제조할 예정이며 드레스덴에서는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인피니언)가 ‘스마트 파워 팹’을 건설 중이다. 특히 인피니언, NXP반도체 등 오토모티브 반도체 기업의 역량과 영상의학 장비 등 헬스케어 분야에서 요구하는 반도체 수요를 충당해 반도체 산업을 육성시킨다.

미국은 프렌드쇼어링 공급망을 기반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 한다. [사진=양승갑 기자]
미국은 프렌드쇼어링 공급망을 기반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 한다. [사진=양승갑 기자]

 

일본, 생산시설 유치로 반도체 생태계 완성

일본의 경우 반도체 산업 재건을 목표로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를 구성했다.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로 반도체 생태계 및 소부장 산업 육성을 꾀한다. 장기적으로 대만, 한국과의 반도체 기술 격차를 좁힌다는 목표다.

일본 정부의 대규모 반도체 지원금 계획이 핵심이다. 정부 주도로 해외 기업의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유치 및 R&D 센터 설립 등 생산시설 건설 시, 설비 투자액의 최대 50%를 지원한다.

대표적으로 대만 TSMC는 구마모토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설비 투자액의 약 40%를 일본 정부의 보조금으로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마이크론은 히로시마현에 2024년 말 양산을 목표로 10나노 D램 공장을 건설 중이며 약 14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김 파트너는 “대형 업체일수록 인센티브를 받을 확률이 높다.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의 소부장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제품 역량 강화가 가능하다”며 “다만 경쟁력 있는 일본 소부장 업체와 사업 영역이 겹치는 경우 일본 정부가 우선 지원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ㅁ일본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로 반도체 생태계 및 소부장 산업 육성을 꾀한다. [사진=양승갑 기자]
ㅁ일본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로 반도체 생태계 및 소부장 산업 육성을 꾀한다. [사진=양승갑 기자]

 

중국 수요 흡수하고자 하는 동남아시아 및 인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 가까운 지정학적 여건을 활용하며 OSAT 및 관련 밸류체인을 중심으로 중국에서 이탈하는 반도체 수요를 흡수하고자 한다.

특히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가 돋보인다. 베트남의 경우 최초 4년간 법인세를 면제하는 투자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는 소득세 등 비용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김 파트너는 “베트남에서는 저렴한 인건비, 덜 숙련됐지만 성실한 인력들을 피력하고 있고 꽤 통하고 있다”며 “말레이시아는 OSAT의 성지라고 불리는데 ‘후공정을 키워서 전공정까지 가보자’ 하는 생각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인도의 경우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는 첨단 제조업 육성 및 현지 수요 증가로 견조한 성장이 예상된다.

인도 중앙 정부는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인센티브 정책 ‘세미콘 인디아 프로그램’을 발표한 바 있다. 웨이퍼, 집적회로 등 반도체 생산 가속화를 위해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마이크론은 DRAM 및 NAND 조립·테스트 시설을 인도 구자라트주에 건설 중이며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도 4년간 4억 달러를 투자해 협업 엔지니어링 센터를 인도 벵갈루루에 설립하고 있다.

다만 인도 내 취약한 인프라 환경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꼽힌다. 교통, 물, 에너지 등 자원이 풍부하게 마련되지 않을 경우 반도체 제조 시설을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김 파트너는 글로벌 입지 확대를 고려하는 기업에 의견을 공유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시장 감지 및 영업 역량 강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TCO 분석 ▲글로벌 운영을 위한 표준 업무 방식 정립 ▲적응성, 회복탄력성 확보 등이다.

그는 “기업들은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한 혼란 속에서 글로벌 입지를 확대하고 시장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며 “현재 상황은 고인물이 아니라 유동적으로 변하는 샘물과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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