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음성비서 새로운 경쟁력으로 급부상
테슬라와 독일 자동차 제조사 속속 음성 비서 서비스 탑재
생각보다 더딘 대한민국의 음성 비서 서비스 발전

[테크월드뉴스=김준혁 기자] 최근 들어 자동차 기술 발전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하더라도 자동차 기술 발전의 중심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이 두 분야의 발전 속도는 잠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전기차는 각국의 규제 변화로 인해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자율주행은 시간이 흐를수록 기술 구현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잇따르는 중이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들은 새로운 기술 발전과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게 바로 AI 기술과 결합한 음성 인식 비서 서비스(이하 음성 비서)다.  AI의 기술 발전 속도가 생각보다 빠른 가운데, AI와 결합한 음성 비서 서비스가 이미 자동차에 적용되어 일상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기술의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동차의 음성 비서 기능이 AI와 결합하면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의 음성 비서 기능이 AI와 결합하면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 테슬라와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에 의해 시작된 음성 비서 서비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8년 개최된 CES에서 최초로 음성 비서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는 2018년 개최된 CES에서 최초로 음성 비서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2010년대 말, 약속이나 한 듯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음성으로 자동차의 주요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구글이나 애플의 스마트폰 음성 비서 서비스처럼 간단한 대화를 나누거나 농담을 주고 받는 것은 물론, 대화 형식으로 자동차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기능을 선보인 곳은 미국의 테슬라, 독일의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다. 포문을 연 곳은 메르세데스-벤츠였다. 2018년 CES에서 공개된 MBUX(Mercedes-Benz User experience)라는 이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음성 비서 서비스를 탑재했다. 스티어링 휠의 음성 명령 버튼을 누르거나 음성으로 “Hey Mercedes”라고 말하면 MBUX가 “How may i help you?”라고 답한 뒤, 간단한 대화 형식으로 주요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후 2019년에는 테슬라와 BMW가 차례로 음성 비서 서비스를 선보였다. 테슬라의 경우, 2019년 테슬라 소프트웨어를 V10.2로 업데이트하면서 음성 명령 기능을 추가했다. 당시 테슬라 소프트웨어로 사용 가능한 음성 명령은 50가지 이상이었다. 여기에는 실내 온도 조절, 사이드 미러 조작, 내비게이션 사용, 전화 등이 포함됐다.

BMW의 음성 비서 서비스는 AI가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전, AI 기능이 더해진 것과 유사한 기능을 제공했다. [사진=BMW]
BMW의 음성 비서 서비스는 AI가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전, AI 기능이 더해진 것과 유사한 기능을 제공했다. [사진=BMW]

BMW는 2019년 초 자사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BMW OS 7.0을 선보이며 BMW 인텔리전트 퍼스널 어시스턴트라는 이름의 음성 비서 서비스를 지원했다. 특히, BMW의 음성 비서는 운전자가 직접 이름을 지어줄 수 있었으며, 좀 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타사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에 등장했던 자동차용 음성 비서 서비스는 음성 명령의 인식률이 생각보다 높지 않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능에 한계도 분명했다. 일부 운전자 입장에서는 운전 중 기능 사용을 위해 한눈을 팔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원 가능한 언어가 영어 등으로 국한되었고, 음성 명령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집중력이 흩으러져 또 다른 사고를 야기할 수 있었다. 때문에 많은 운전자들이 사용하는 보편적인 기능으로 이어지지지 못했고, 해당 기술을 개발하는 제조사도 극소수에 머물렀다.

 

▶ AI와의 결합으로 새롭게 발전  중인 자동차 음성 비서 서비스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생성형 AI와 결합한 음성 비서 서비스를 빠르게 선보이고 있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생성형 AI와 결합한 음성 비서 서비스를 빠르게 선보이고 있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그러나 변화의 계기가 마련됐다. 지난해부터 챗GPT를 필두로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한동안 답보 상태였던 자동차 음성 비서 서비스가 또 다른 발전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올해 초 열린 CES 2024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중에서도 앞서 언급했던 자동차 음성 비서 서비스의 선두주자였던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움직임이 돋보인다. 이미 수년 전, 음성 비서 서비스를 선보이며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던 독일의 두 회사는 AI를 접목하며 타사와의 격차를 벌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술 개발 방식에는 다소 차이가 존재한다.

BMW의 경우, 아마존과 손을 잡았다. 아마존은 이미 수년 전부터 알렉사라는 음성 비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해당 서비스를 미국에서 판매 중인 여러 자동차에 탑재하기도 했다. BMW는 아마존의 이 같은 기술에 주목한 뒤,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AI를 함께 개발했다. 그리고 기존의 음성 비서 서비스를 뛰어넘는 지능형 개인 비서 서비스를 선보였다. 다만, 아직까지 BMW의 지능형 개인 비서 서비스가 제공할 기능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생성형 AI에 기반하는 서비스인 만큼 차량 내 기능 제어를 비롯해 인터넷 접속을 통한 정보 검색, IoT와 연계한 여러 기능을 새로운 BMW 차량에서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직접 개발한 생성형 AI에 기반한 MBUX 가상 어시스턴트를 선보였다. 이는 기존에 선보였던 MBUX를 한층 발전시킨 개념으로, 더욱 높은 음성 인식률과 자연스러운 의사 소통을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해당 서비스를 2025년 차세대 운영 체제인 MB.OS를 통해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차세대 MBUX 가상 어시스턴트의 기능은 기존의 것을 훨씬 뛰어 넘는다. 목소리와 운전 상태에 따라 운전자의 기분을 파악해 실내 온도와 조명을 조절하는 것은 물론, 운전자가 지정한 일정에 맞춰 최적화된 길 안내와 각종 서비스 에약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폭스바겐은 자동차 업계 최초로 챗GPT를 적용하면서 단숨에 음성 비서 서비스 분야의 강자로 등극했다. [사진=폭스바겐]
폭스바겐은 자동차 업계 최초로 챗GPT를 적용하면서 단숨에 음성 비서 서비스 분야의 강자로 등극했다. [사진=폭스바겐]

독일 폭스바겐과 프랑스 푸조는 다른 회사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생성형 AI 기술의 대표주자인 챗GPT를 폭스바겐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그대로 탑재하기로 한 것이다. 현존하는 AI 기술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챗GPT가 폭스바겐과 푸조에 탑재된다면, 여러 부가 기능을 누릴 수 있다. 차량의 실내 온도 조절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조작은 기본이다. 심지어 주행 중인 경로 내에서 운전자가 가고 싶은 식당을 예약하거나 온라인 쇼핑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 생각보다 더딘 대한민국의 음성 비서 서비스 발전

현대차그룹은 카카오와의 협업을 중단한 뒤 자체적으로 음성 비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지만,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은 카카오와의 협업을 중단한 뒤 자체적으로 음성 비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지만,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사진=현대자동차]

이처럼 전 세계 자동차의 흐름이 AI 기반의 음성 비서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발전 속도는 다소 더딘 편이다. 최근 들어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각각 아마존과의 협업, 알려지지 않은 생성형 AI 업체와의 협업을 진행 중이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물론, 국내에서 판매 중인 자동차에서 음성 비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2017년부터 카카오와 협업해 개발한 서버형 음성 인식 서비스인 카카오i를 탑재하고 있다. KG모빌리티도 AI에 기반한 커넥티드카 서비스인 인포콘을 선보이고 있다. 두 회사의 서비스는 차량 내 주요 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량 관리, 홈 IoT 서비스까지 제공 중이다. 그러나 음성 인식률이 낮고 실제 생활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능이 부족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데는 실패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국내에서 판매 중인 볼보자동차 같은 일부 수입차에 AI 플랫폼 누구를 제공하고 있다. 수입차의 최대 단점인 내비게이션의 정확도와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차량 내 일부 기능 제어, 인터넷 정보 검색, 스마트홈 서비스 등을 폭넓게 지원 중이다. 그러나 해당 기능은 국내에서 판매 중인 자동차에서만 제공될 뿐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미미한 상태다. 

관련해 AI 분야의 한 전문가는 “학습하는 정보의 양이 많을수록 발전 속도가 빠른 AI의 특성상, 영어가 아닌 한국어 기반의 국내 AI와 자동차용 음성 비서 서비스의 발전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이 꾸준히 AI 기술을 발전시키고 이에 기반한 자동차 음성 비서 서비스를 선보여야만 전 세계적인 흐름에 뒤쳐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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