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패권주의 선봉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밀어주기
美 반(反)아시아 반도체로 삼성전자 지목
동병상련 메타·삼성전자 손잡나

[테크월드뉴스=서용하 기자] 미국 정부의 ‘반도체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편승한 가운데 이를 견제하기 위한 빅테크와 파운드리 업체와의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에 진출한 국내 파운드리 업체 등이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과 관련,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야 한다면서도 미국 빅테크 업체들과도 손잡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날 행사장 분위기는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를 연상하게 했다. 첫 연사로 나선 팻 겔싱어 CEO는 화면에 ‘반도체 생산비중 : 아시아 80%, 미국·유럽 20%’가 표시된 지도를 띄워놓고 “10년 안에 50% 대 50%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사진=팻 겔싱어 CEO X계정]
[이날 행사장 분위기는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를 연상하게 했다. 첫 연사로 나선 팻 겔싱어 CEO는 화면에 ‘반도체 생산비중 : 아시아 80%, 미국·유럽 20%’가 표시된 지도를 띄워놓고 “10년 안에 50% 대 50%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사진=팻 겔싱어 CEO X계정]

▶ 美 반도체 패권주의에 올라탄 인텔

미국 정부가 ‘반도체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다. AI 시대를 맞아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반도체에 국가의 명운을 건 듯한 모습이다.

지난 21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2024’ 포럼에서 미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청사진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는 러몬드 미국 상무부 장관이 보는 앞에서 현재 20% 수준인 미국의 반도체 제조 비중을 향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미국 우선주의의 선봉자를 자처했다.

‘절친한 친구이자 동반자’라는 겔싱어 최고경영자의 소개와 함께 화상에 등장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미국 반도체를 위대하게”를 외치며 미국이 세계 반도체를 선도하기 위해 ‘제2의 반도체지원법’ 등 어떤 형태든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대만과 한국에 넘어간 반도체 주도권을 미국이 가져와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인텔이 공개한 파운드리 수주 잔고는 150억달러 규모다. 지난 1월 개최한 2023년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발표한 파운드리 수주 금액인 100억달러보다 50억달러나 증가한 수치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미국의 반도체 생산 비중을 높이는 정책을 지지한다고 했다. 인텔의 초미세 공정 개발 상황이 올트먼의 AI 칩 로드맵과 어떤 방식으로 연합 전선을 구축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 쏠린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정부가 인텔과 함께 10조 원대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인텔에 100억 달러(약 13조 3750억 원)의 보조금 지원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업계에선 미국 정부가 사실상 자국 내 기업에만 반도체 지원금을 몰아주고 있어, 여타 반도체 업체들을 들러리로 세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면서 미국에 공장을 지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당황스럽게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527억 달러(약 70조 원) 규모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주는 반도체지원법을 시행하고 있는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개발한 AI 칩을 인텔의 1.8나노 공정으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인텔의 파운드리 수주 물량이 지난해말 100억 달러 수준에서 현재 150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수주물량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개발한 AI 칩을 인텔의 1.8나노 공정으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인텔의 파운드리 수주 물량이 지난해말 100억 달러 수준에서 현재 150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수주물량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미국 정부·인텔과 손잡은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2024’ 포럼에서 자체 개발 중인 AI 칩 생산을 인텔 파운드리에 맡긴다고 발표했다. 물량은 인텔의 역대 최대 수주액인 50억 달러로 추정된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가 파운드리 사업 강화 전략을 발표하던 중 화상으로 나온 나델라 최고경영자는 인텔의 1.8나노미터(nm)파운드리 공정의 고객사가 됐다고 밝혔다. 계약 추산액은 50억 달러(약 6조 6000억 원)라고 덧붙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마이아’를 올 연말부터 인텔 1nm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아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위해 서버를 가동 중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준비 중인 최첨단 반도체다.

나델라 최고경영자는 인텔을 택한 명분으로 ‘실력’을 꼽았다. 그는 가장 발전된 고성능·고품질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인텔을 골랐다고 했다.

중앙처리장치(CPU) 세계 1위 업체로서 ‘반도체 제국’으로 불린 인텔의 저력을 믿었다는 얘기다.

다만 나델라 CEO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파운드리만 놓고 보면 인텔은 시장 점유율 1%, 업력 4년 차의 후발주자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미국 정부가 점찍은 인텔을 밀어 그 반사이익을 얻으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기존 오스틴 생산라인과의 시너지, 반도체 생태계와 인프라 공급 안정성, 지방 정부와의 협력, 지역사회 발전 등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파운드리 공장 설립 장소로 테일러市를 선정했다. /사진=삼성전자 (왼쪽부터 존 코닌 상원의원,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는 기존 오스틴 생산라인과의 시너지, 반도체 생태계와 인프라 공급 안정성, 지방 정부와의 협력, 지역사회 발전 등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파운드리 공장 설립 장소로 테일러市를 선정했다. /사진=삼성전자 (왼쪽부터 존 코닌 상원의원,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 반(反)아시아 반도체 주의 노골화··· 삼성전자·하이닉스 비상

미국 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확충을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지원금 정책을 약속했지만, 정작 수혜를 입은 기업은 미국 및 서방 기업으로 한정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정부와 인텔의 움직임에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미국 우선주의는 곧 ‘반(反)아시아 반도체’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기업들을 의미해  사업에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당장 미국 정부와의 반도체지원법 협상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지만, 보조금 규모에 대한 답을 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반도체법 이후 후속 지원법이 없냐는 겔싱어의 질문에 러몬도 장관은 "미국에서 반도체 생태계가 활성화하고, 더 많은 반도체가 생산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인텔]
[반도체법 이후 후속 지원법이 없냐는 겔싱어의 질문에 러몬도 장관은 "미국에서 반도체 생태계가 활성화하고, 더 많은 반도체가 생산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인텔]

① 인텔, TSMC와 선의의 경쟁 선언··· 삼성전자는 의도적 무시

인텔은 아시아에 넘어간 파운드리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면서 연말께 1.8㎚ 공정 양산에 들어간다고 지난 21일 선언했다. 이것이 현실이 되면 2025년 2㎚ 공정 도입을 계획 중인 삼성전자나 대만 TSMC보다 앞선다. 겔싱어 최고경영자는 AI 반도체에 특화된 파운드리 서비스를 통해 TSMC가 가진 주도권을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2030년 200조 원 규모로 커질 AI 반도체 시장을 노린 발언이다.

인텔 고위 경영진은 TSMC에 대해 “훌륭한 경쟁자이자 동반자”라고 했지만, 삼성전자에 대해선 발언하지 않았다. 다만 2030년까지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가 되겠다”는 선언으로 갈음했다. 

지나 러몬드 미국 상무부 장관은 자국의 글로벌파운드리 업체 반도체 지원과 관련한 행사에서 15억 달러 규모의 계약은 공급망을 강화하고 새로운 최첨단 시설을 지원해 10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U.S.Commerce Dept (러몬도 미 상무부장관)]
지나 러몬드 미국 상무부 장관은 자국의 글로벌파운드리 업체 반도체 지원과 관련한 행사에서 15억 달러 규모의 계약은 공급망을 강화하고 새로운 최첨단 시설을 지원해 10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U.S.Commerce Dept (러몬도 미 상무부장관)]

② 삼성전자, 미국 눈치보다 들러리로 전락하나

지난 19일 미국 상무부는 자국 반도체 기업 글로벌파운드리에 15억 달러(약 2조 76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예비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글로벌파운드리는 대만 TSMC, 삼성전자에 이어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3위 업체다. 무선 통신, 영상 처리, 전력 관리 등 다양한 목적의 애플리케이션 구동을 위한 반도체를 주로 생산한다.

글로벌파운드리는 2조 원을 웃도는 반도체 보조금을 미 뉴욕주·버몬트주 신규 설비 투자 및 증설에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4일 자국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마이크로칩)에 1억 6200만달러(약 2167억 원)의 보조금을 제공했고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영국 방산 업체 BAE시스템스 뉴햄프셔공장에 최초로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이처럼 사실상 자국 내 반도체 기업에만 지원금을 몰아주면서, 일각에서는 몇몇 반도체 기업들이 아예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현재까지 반도체 지원법을 겨냥해 미 당국에 지원을 요청한 업체들은 수백 곳에 달하고 있다. 이들이 제출한 투자 의향서만도 460개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2021년 11월 미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약 22조 7460억 원)의 파운드리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에 따라 현재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내달 7일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마지막 국정 연설 이전에 주요 지원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서 성장을 모색하려면, 인텔과 손잡은 MS처럼 빅테크와의 협업이 절실하다.이달 말 이뤄질 이재용 회장과 저커버그 CEO의 만남을 두고 삼성전자와 메타 간 AI 동맹이 이뤄질 거란 기대감이 나온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서 성장을 모색하려면, 인텔과 손잡은 MS처럼 빅테크와의 협업이 절실하다.이달 말 이뤄질 이재용 회장과 저커버그 CEO의 만남을 두고 삼성전자와 메타 간 AI 동맹이 이뤄질 거란 기대감이 나온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린 ‘메타·위기의 삼성전자’ 손잡나

업계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 경영자는 이달 말 예정된 방한 일정 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날 전망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가 삼성전자를 배제하고 최첨단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초미세 공정 능력을 보유한 삼성전자를 우군으로 둬야 AI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 반도체 생산을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투자 비용과 최첨단 기술력이 필요해 빅테크 기업들이 당장 자체적으로 생산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삼성전자 등 AI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들과 협업하는 형태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분석된다.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AGI를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인 H100 35만 개를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엔비디아 칩의 비싼 가격과 물량 확보 문제는 AI 개발을 늦추는 이유로 꼽아왔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을 만난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도 자체 칩 생산망 구축을 위 7조 달러(약 9300조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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