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5G 상용화… 소비자는 '불만' 산업 현장은 '웃음꽃'
5G 보다 50배 빠른 6G, 만물인터넷 시대 연다
기업들 '6G' 선점 경쟁 치열… 삼성·LG 등 6G R&D 확대

6세대 이동통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6세대 이동통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테크월드뉴스=김승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연초 첫 경영 행보를 시작한 곳은 세간의 관심과 달리 반도체 공장이 아닌 6세대 이동통신(6G) 개발 연구소였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모바일 산업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그룹 총수의 이런 행보는 당연히 6G 산업에 대한 많은 관심을 일으켰다. 

5G보다 통신속도가 50배 빨라지는 이른바 '6G 시대'는 플라잉 카(에어택시), 스마트항공, 드론, 무인선박 등 무인 이동체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도 예상되며 홀로그램, 메타버스, 확장 현실(XR) 등 미래 신기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지난 2019년 5G 상용화를 앞둔 시기에도 온갖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으나 만 4년이 지난 현재 아직도 제대로 된 5G 환경이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보니 그 연쇄효과로 6G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6G 시대는 이르면 오는 2030년 상용화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6G는 5G가 충족시키지 못한 여러 미래 기술을 구현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소비자는 '불만' 산업 현장은 '웃음꽃'

우리나라 정부와 이통 3사는 2019년 4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했다. 미국과 막판까지 경쟁을 벌이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후 국내 5G 가입자는 2200만명을 돌파했고 발생하는 트래픽(데이터양)은 월평균 51만테라바이트(TB)를 넘겼다.

5G 속도도 해외 주요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영국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지난해 12월 기준 평균 5G 다운로드 속도는 416.2Mbps(초당 메가비트)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오픈시그널이 조사한 핀란드, 스웨덴, 튀르키예, 파나마, 푸에르토리코 등 9개 국가 중 가장 빠른 평균 속도다.

핀란드(230.2Mbps), 스웨덴(270Mbps) 등과 비교해서는 국내 5G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1.5배 빨랐다. 5G 서비스가 없는 튀르키예의 네트워크 평균 다운로드 속도(26Mbps)와 비교해서는 16배 빠른 속도를 보였다.

이처럼 통계 수치만 보면 5G 시대가 열린 것 같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은 차갑다. 이전 4G와 달라진 것은 통신요금뿐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국내 이동통신서비스 이용행태 분석에 따르면 2021년 10월 기준 이용자들의 5G 만족도는 23%에 불과했다.

가장 큰 불만 요인은 비싼 요금이다.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할 경우 5G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다 보니 가계통신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5G 시대를 체감할 마땅한 서비스도 없는 상황도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통신사들이 5G 시대를 홍보하면서 LTE(4세대 이동통신) 대비 20배 빠른 최고 20Gbps 속도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실상은 이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그렇다보니 소비자들은 통신사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20배 빠른 진짜 5G'를 홍보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전현직 장관들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수사까지 벌이고 있다.

5G 시대의 긍정적인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5G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스마트폰의 활용도가 이전보다 더욱 높아졌다. 누구나 모바일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거나 시청할 수 있게 되면서 모바일 쇼핑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또,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되는 가운데 화상 회의나 화상 강의 등도 고화질로 끊김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산업 현장에서는 5G가 공장 자동화의 기반이 되고 있다. 과기부는 기업·기관을 대상으로 기존 이동통신망과는 별도로 전용 주파수를 활용한 5G 특화망 '이음5G'를 할당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공장 내부에 자체 5G 와이파이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들어 포스코DX는 광양제철소에 이음5G를 구축해 그동안 사람이 직접 운행했던 쇳물(용선) 운송 기관차를 자율·원격주행으로 전환하고 실시간 데이터 기반 관제도 수행한다.

회사는 이차전지 생산현장, 건설현장에서 활용하는 무인 크레인, 산업용 로봇 제어, 구내 운송 철도·차량 자율·원격주행, 디지털트윈 기반 조업환경 실시간 모니터링 등에 이음5G를 적용할 계획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대한통운 이천2풀필먼트센터 전체 공간에 대해 물류센터 최초로 이음5G를 구축, 작업자들이 박스 스캔이나 입출고 관리에 사용하는 무선 단말(PDA)에 우선 활용한다. 주파수 채널 간섭 및 속도 지연으로 물류센터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꼽혔던 와이파이 대비 1000배가량 빨라졌고, 3배 이상 넓은 전파 방사 범위로 인프라 관리도 용이해졌다. 향후 로봇, 설비, CCTV 등으로 이음 5G 적용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6G시대 예상서비스 [사진=KB경영연구소]
6G시대 예상서비스 [사진=KB경영연구소]

 

5G 보다 50배 빠른 6G, 만물인터넷 시대 연다

아직까지 5G 상용화에 따른 대중적 효능감이 낮은 상태에서 6G는 너무 먼 미래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현재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등 첨단 기술을 현실화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6G의 이론상 속도는 1Tbps다. 이론적으로는 5G 최고속도인 20Gbps보다 50배 빠르다. 125GB 대용량 데이터를 1초 만에 옮길 수 있으며, 네트워크 지연 속도 역시 0.1㎳(1000분의 1초)로 5G 대비 10분의 1 수준이다. 쉽게 말하면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고 끊김없이 주고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6G 도입을 통해 산업 인프라와 개인 일상의 편의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KB경영연구소는 "6G가 도입되면 실시간 재난 모니터링, 첨단 무인 생산환경 등 산업 인프라 뿐만 아니라 실시간 원격 의료 서비스, 가상공간 활성화 등 개인 삶의 모든 분야에서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증대될 것"이라며 "6G 이동통신의 향상된 성능으로 산업 생태계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 일으키며 일상생활과 공공서비스를 비롯한 제조, 의료, 교통, 금융, 공공 분야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창출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예를들면 6G 환경에서는 초고화질 3차원(3D) 영상을 이용한 뇌 수술 등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 6G 시대에는 기존 5G 지원 단말을 통해 이뤄지던 원격진료가 IoT와 융합해 '실시간 원격수술'로 전환될 수 있다.

또, 6G는 자율주행차 상용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5G를 활용한 자율주행차 기술은 다소 불완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다수의 기기가 연결되려면 지금보다 외부 환경에 더 정교하게 반응하며 변수에도 안전하게 대응하는 기술이 필수인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6G 기술이다. 전기동력 기반의 수직이착륙 비행체(eVTOL) 등 도심항공교통(UAM)도 6G를 만나 보편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6G 기술을 이용하면 홀로그램 회의, 디지털 여행 등도 할 수 있으며 데이터양이 많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의 가상 융합 기술(XR) 활용도 일반화 될 수 있다.

6G 시대에는 동시에 5000억개에 이르는 기기와 사람을 연결할 수 있다. 이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을 넘어서 사람과 사물, 데이터와 프로세스가 모두 융합된 진정한 만물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 IoE) 시대를 가능케 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6G를 위한 통신망 구축이다. 6G 통신은 최소 100GHz 이상 대역인 일명 THz 주파수 대역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5G 주파수 대역이 3.5㎓임을 감안하면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주파수 대역이 높을수록 전송 속도가 빨라진다. 하지만 장애물로 인한 전파 경로 손실이 크고 도달 거리가 짧아 고도의 통신 기술이 요구된다.

 

기업들 '6G' 선점 경쟁 치열… 삼성·LG 등 6G R&D 확대

6G가 AI, 자율주행차, 로봇, 확장현실(XR) 등 미래 먹거리의 핵심기반인만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6G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달 초 서울 우면동 소재 삼성리서치를 찾아 새해 첫 현장경영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6G 통신기술 개발 현황 ▲국제 기술 표준화 전망 ▲6G 및 5G 어드밴스드 등 차세대 통신기술 트렌드를 살펴 보고 ▲미래 네트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사업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초기 5G 시장을 개척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5G가 전개되기 시작한 2019년 초반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의 5G 장비 점유율은 37%로 글로벌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5G 시장 선점 노하우를 기반으로 6G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2019년 삼성리서치에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하고 5G 경쟁력 강화와 6G 선행 기술 연구를 진행했으며, 2020년 7월에는 6G 백서에서 '새로운 차원의 초연결 경험'을 제공한다는 차세대 6G 비전을 제시했다.

LG전자도 지난 2020년 KAIST에 '6G 연구센터'를 개소하는 등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KAIST뿐만 아니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키사이트 등과 손잡고 차세대 이통통신 기술 표준화에 나서는 한편, 6G 핵심 주파수인 테라헤르즈(THz) 원천기술 개발 및 검증체계 구축에 돌입했다.

지난 2022년에는 LG사이언스파크서 국내외 6G 전문가를 모아 '6G 그랜드 서밋'을 개최했다. 이 곳에서 LG전자는 '다채널 전력 증폭기', '저잡음 수신 신호 증폭기' 등 독일에서 테라헤르츠(THz) 대역 실외 320m 무선 데이터 송수신에 활용한 핵심 소자를 공개했다.

지난해는 '6G 그랜드 서밋'을 확장한 '6G 테크 페스타'를 개최해 ▲도심지역 실외 500미터 무선전송에 성공한 테라헤르츠(THz) 송수신 모듈 ▲단일자원 양방향 데이터 동시 송수신 기술인 전이중 통신(Full Duplex) ▲신호 간섭 상황에 따라 주파수 채널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동적주파수공유(Dynamic Spectrum Sharing) 등 다양한 6G 핵심기술을 전시했다.

또, 자율주행에 활용되는 차량-사물간 통신(V2X, Vehicle to Everything) 기반 교통안전솔루션 'Soft V2X'나 스마트팩토리에 적용하는 '특화망 가상화·오픈랜 솔루션'과 같은 통신 기반 솔루션도 선보였다.

대기업들 외에도 이노와이어리스, 쏠리드, 인텔리안테크 등이 6G 관련 솔루션 및 장비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와이어리스는 6G 개발이 본격화되면 통신·제조사를 대상으로 한 무선망 최적화 솔루션이나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혼합·확장현실(XR) 등 부가 산업 내 서비스 측정 분야에서 수혜가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4G LTE부터 5G에 이르는 스몰셀 사업 노하우를 통해 6G 개발 단계에서부터 관련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또, 차량용 반도체 개발·공급사인 명성라이픽스와 차량 사물통신(V2X) 시험장비 업체 웨이티즈를 연이어 인수하면서 6G 시대의 대표적인 산업 중 하나인 '완전 자율주행' 분야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쏠리드도 6G 관련 장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에 장비를 납품하고 있는 쏠리드는 분산형안테나시스템(DAS)과 무선 주파수(RF) 중계기 등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중이다.

특히, 6G 네트워크의 근간이 될 '오픈랜(OpenRAN·개방형무선접속망)' 기술이 활성화되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오픈랜 기술은 제조사 기지국 장비를 상호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 기술이어서 특정 장비 공급사를 고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UAM 모델 [사진=SK텔레콤]
UAM 모델 [사진=SK텔레콤]

전문가들 "6G 상용화 위해 기술 표준화·정부 지원책 필요"

2030년 6G 이동통신 상용화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프라 구축에 소요되는 투자비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정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송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대외협력실장은 지난해 한국통신학회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통신 과거, 현재, 미래 워크숍'에서 "우리나라가 5G에 이어 6G에서도 선도적으로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이뤄낸다면 국제적 경쟁력를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동통신사업자들이 6G 통신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정책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한 서울대 교수는 6G 시대를 위해서 인프라가 아닌 컴퓨팅 관점에서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아직은 온디바이스로 기기 자체에서 모든 연산을 다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디바이스에서 생성하는 데이터를 외부 클라우드로 보내 컴퓨팅시키려면 여전히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라며 "예컨대 챗GPT를 스마트폰에서 리얼타임으로 사용할 수 있는 미래가 될 것이고, 그게 바로 통신의 가치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을 6G 시점에서 얼마나 완벽하게 실현할 수 있느냐, 사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지금도 통신사들은 투자 대비 이익이 볼품 없는 수준인데, 이런 수준의 네트워크를 갖추려면 마이크로소프트(MS)나 메타에 준하는 투자를 통신사가 할 수 있게 유인책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진규 삼성전자 상무는 6G가 성공하기 위한 3가지 요소를 꼽았다.

한 상무는 "고객도 공급자도 6G 기술에 익숙해지도록 버티컬 서포트(Vertical support)가 필요하고, 사업자들도 더 적은 자원으로 더 효율적인 네트워크를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아울러 킬러서비스, 고객이 어떤 경험을 해야 지갑을 열 수 있는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현 아주대 교수는 6G 시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위성통신 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당부했다.

김 교수는 "위성통신 산업 글로벌 선도를 위해 대통령 산하 위성산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국가 지원 및 국가서비스 개발로 민간 산업체 참여 및 개발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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