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AMD·브로드컴·TSMC·MS
AI 사용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 선점

[테크월드뉴스=양승갑 기자] 근래 들어 월가는 미국 대형 기술 기업을 그룹화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 시작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알파벳(구글)으로 대표되는 ‘FAANG’였다. 2017년부터 몇 년 동안 엄청난 주가 상승을 기록한 FAANG은 페이스북이 메타로 사명을 바꾸고 경쟁업체들이 비상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모습을 감추었다.

[그래픽=장영석 기자]
AI5라 불리는 이들은 전략적으로 AI 개발 생태계를 장악할 수 있는 관문에 위치했다. [그래픽=장영석 기자]

 

이후 들어 등장한 것이 ‘매그니피센트 7’이다. 1960년대 미국 서부극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에서 비롯된 매그니피센트 7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엔비디아, 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 등 미국의 7개 대형 기술 기업들을 지칭했다.

하지만 이제 다시 시대가 바뀌고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연산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지배하는 엔비디아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제치고 미국 시가총액(시총) 3위 기업으로 올라섰으며 폭 넓은 AI 서비스를 등에 업은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을 끌어 내리고 다시 왕좌를 탈환했다.

특히 TSMC, 브로드컴, AMD 등 기업들이 새롭게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를 포함한 이 기업들을 ‘AI5’로 부르고 있다.

 

▶ AI5, AI 개발 핵심 관문에 위치해

AI5는 미국 벤처캐피털 라이트 스트리트 캐피털의 분석가 글렌 캐처(Glen Kacher)가 제안한 용어다. 단순히 AI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들은 전략적으로 AI 개발 생태계를 장악할 수 있는 관문에 위치했다.

엔비디아와 AMD는 AI 연산과 관련된 복잡한 알고리즘과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GPU를, 브로드컴과 TSMC는 AI용 반도체를 설계·생산하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대고객 서비스 접점을 담당하고 있다는 특성을 지녔다.

예를 들어 AI 사용자들은 엔비디아나 AMD가 생산한 GPU를 사용하게 되고 브로드컴이 지원하는 AI 제품, 그것을 생산하는 TSMC의 파운드리 공정, AI가 실체화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제품을 사용하게 된다. AI 사용을 위해서는 이들의 생태계를 한번은 거쳐 가야 한다.

엔비디아의 H100.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의 H100. [사진=엔비디아]

 

▶ GPU 시장 장악한 엔비디아, 떠오르는 AMD

실제로 AI가 본격적으로 발전하면서 가장 수혜를 입은 기업을 하나 꼽자면 단연 엔비디아다. 뛰어난 AI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연산 과정이 필요한 데 이때 GPU가 대량으로 필요하다. 그렇지만 수요가 매우 높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 품귀 현상에 이를 정도로 GPU 확보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바로 이 시장을 엔비디아가 독점하다시피 지배하고 있다. AI 모델의 훈련에 사용되는 GPU 시장 점유율은 80%가 넘어가며 마이크로소프트 에릭 플래닝엄(Eric Flaningam) 기술 연구원은 금융기관 웰스파고의 자료를 인용해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용 GPU 점유율이 지난해 98%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생성형 AI 쓰임새가 확장되면서 향후 성장 기대감도 크다. 아직 분기 실적발표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엔비디아의 연간 매출 증가율이 118%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주가의 경우 올해 초부터 2월 중순까지 약 53% 증가했다.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는 AMD는 데이터센터용 GPU MI300 성능을 인정받았다. AMD에 따르면 MI300과 H100은 AI 훈련하는 능력은 동일하며 추론은 더 뛰어나다. 또한 GPU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엔비디아가 아닌 AMD를 선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 테슬라가 MI300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업체의 2022년 기준, 전 세계 점유율. [사진=IDC]
파운드리 업체의 2022년 기준, 전 세계 점유율. [사진=IDC]

 

ASIC 강점 브로드컴, AI 반도체 최종 생산 위한 TSMC

네트워킹 반도체 분야의 선두 주자 브로드컴 역시 주목받고 있다. AI 전용 반도체 생산을 위해서는 수요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가 핵심인데 브로드컴은 바로 이 ASIC 설계에 강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하이퍼스케일러들이 가진 데이터센터의 ASIC 설계는 브로드컴과 마벨이 주도하고 있는데 브로드컴의 경우 AI 맞춤형 실리콘 사업규모가 내년쯤 1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AI 연산을 수행하는 GPU는 빠른 처리를 위해 병렬 방식을 필요로 하는 데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네트워킹이다. 브로드컴은 네트워크 탄력성을 향상함으로써 AI 워크로드를 가속화할 수 있는 토마호크5를 보유 중이다.

아무리 좋은 AI 반도체를 설계했어도 생산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렇기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도 AI 생태계의 핵심 일원으로 여겨진다. TSMC는 AI 애플리케이션 작동에 필요한 반도체를 비롯해 다양한 디바이스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2.5D 패키지 솔루션을 활용해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 H100을 생산하기도 한다.

 

▶ 마이크로소프트, 다양한 AI 제품군으로 고객 접점 확대

마이크로소프트는 AI5 중 유일한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특히 윈도우, 에지 브라우저, 애저 클라우드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 제품군을 통해 코파일럿과 같은 AI 서비스를 다수의 고객군에 직접 제공할 수 있다.

더군다나 오픈AI의 기술력을 품은 마이크로소프트는 검색엔진 빙에도 AI를 탑재하며 기능을 고도화시키고 있다. 이미 지난해 3월 빙의 일일 활성 사용자는 1억명을 돌파했으며 일각에서는 몇 년 안에 구글의 검색 시장이 큰 도전을 맞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개리 겐슬러(Gary Gensler) 위원장은 “AI를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은 기술이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과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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