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94%' AI반도체 제왕 엔비디아, 시총 3위 기업 등극
오픈AI 샘 알트먼, 9000조원 조달해 AI반도체 제작 선언
HBM 독점 국내 기업, 엔비디아-오픈AI 사이에서 몸값 오르나?

AI반도체 전쟁 개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I반도체 전쟁 개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테크월드뉴스=김승훈 기자]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는 단연 AI반도체이다. AI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성능 AI반도체가 반드시 필요한데 현재 시장의 절대 강자는 자타공인 젠슨 황의 엔비디아다.

최근 이런 엔비디아의 독주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이 있다. 엔비디아가 AI 반도체를 만든다면 이 반도체를 통해 실제 작동하는 AI, 챗GPT를 세상에 선보인 오픈AI이다.

엔비디아의 핵심 고객사인 오픈AI의 샘 알트먼이 AI반도체 동맹 구축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미래 산업의 핵심 중 핵심인 AI 주도권을 잡으려는 오픈AI가 반도체 동맹을 통해 엔비디아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높아진 몸값에 조용히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점유율 94%' AI반도체 제왕 엔비디아, 시총 3위 기업 등극

최근 미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기업은 엔비디아다. 올해 들어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률은 약 50%에 달한다. 1년 전에 비해 230% 이상 상승한 수준이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46%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이로써 엔비디아는 시총 1조8300억달러를 기록해 알파벳(1조8200억달러)을 제치고 시총 3위 기업으로 도약했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02년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4위 아마존 시총을 추월한 뒤 하루 만에 3위 알파벳 시총까지 넘어선 것이다.

이는 엔비디아가 생성형AI에 필수적인 AI 반도체 시장에서 절대 강자 지위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주력 제품인 AI 가속기를 앞세워 첨단 AI 반도체 시장의 94%(2024년 전망치 기준)를 장악하고 있다.

AI 가속기는 대용량 데이터 학습·추론에 특화된 반도체 패키지로 그래픽처리장치(GPU)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붙여 제조한다.

오픈AI는 지난 2022년 11월 생성형AI 챗GPT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엔비디아의 'A100' 가속기 1만 개를 활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3월 출시한 GPT-4에는 2만 5천개가 사용된다.

엔비디아는 최근에는 A100보다 성능이 약 10배 정도 향상된 H100으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4년 70억 달러 수준에서 2030년 1400억 달러 규모로 6년 만에 20배 급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가 지금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한다면 단순 계산상으로 6년 뒤에는 매출이 지금보다 20배 증가할 수 있다.

샘 알트먼과 젠슨 황 [사진=AFP]
샘 알트먼과 젠슨 황 [사진=AFP]

 

오픈AI 샘 알트먼, 9000조원 조달해 AI반도체 제작 선언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자체 AI반도체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당분간 엔비디아의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를 긴장하게 만드는 존재가 나타났으니 바로 오픈AI다.

오픈AI CEO 샘 알트먼이 무려 9000조원(7조달러)을 조달해 자체적인 AI 반도체 제조능력 확보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을 우군으로 확보하고 자체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오픈AI가 반도체 제작을 고려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생성형AI가 시장의 반향을 일으키며 오픈AI뿐만 아니라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개발에 나서면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알트먼은 "그래픽처리장치 또는 GPU로 알려진 칩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있다"며 종종 불평해왔다.

또, 현재 AI반도체로 사용되는 엔비디아의 GPU는 애초에 게임 그래픽을 위해 개발되다 보니 AI반도체로는 비효율적인면이 있다.

때문에 구글은 자체 AI 반도체 'TPU v5p'를 설계해 클라우드에 탑재하기 시작했고, 메타도 지난해 5월 독자 개발한 AI 반도체 'MSVP'와 'MTIA'를 공개했다. 가격이 높아 투자비가 많이 드는 엔비디아 칩 의존도를 낮추고, 자사 AI 서비스에 특화된 맞춤형 칩 비중을 높이겠다는 의지다.

알트먼도 '티그리스'라는 코드명의 AI반도체 생산 신생 벤처 설립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전 세계를 뛰어다니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의 동생이자 금융 분야 실세인 셰이크 타눈 빈 자이드 알 나흐얀과 소프트뱅크 CEO 손정의를 잇따라 만났으며, 지난달 26일 방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계자들과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이후 대만 TSMC, 미국 인텔 수장들과도 면담했다.

알트먼의 행보를 보면 중동에서 자금을 끌어들여 미국에서 설계하고, 아시아에서 생산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아부다비 기업 G42와 일본 소프트뱅크 등은 네트워크 구축과 공장 설립을 위해 오픈AI와 협력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알트먼의 계획이 실현되려면 걸림돌이 적지 않다. 당장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것부터가 문제다. 미국에 공장을 짓자니 건설 후 공장을 가동하는데 최소 수년은 소요되는데다 높은 인건비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미국 정부가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AI반도체 생산을 허용할지도 불투명하다. 게다가 2023년 전 세계 반도체 산업 전체 매출가 700조원 임을 감안할 때  애당초 9000조원 이라는 투자금액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HBM 독점 국내 기업, 엔비디아-오픈AI 사이에서 몸값 오르나?

하지만 일단 알트먼은 앞으로 산업의 성장 속도를 훨씬 더 가파르게 보고 있는 모양새다. 고성능 AI반도체 생산 시설을 수년 안에 10여 곳에 건설한 뒤 TSMC와 같은 전문 파운드리 업체에 운영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오픈AI가 △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AI 반도체 팹리스 및 디자인하우스 업체들과 전략적 협력을 통해 AI반도체 생산 네트워크를 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 가운데 AI에 최적화된 저전력 디램(LPCAMM: Low Power Compression Attached Memory Module) 생산을 준비 중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협력이 예상된다.

또, 반도체에 기반이 없는 오픈AI가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와의 협업이 필수다. 블룸버그 통신도 "대만 TSMC와 인텔, 삼성전자도 오픈AI의 잠재적 파트너사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인지 알트먼은 지난달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설을 모두 갖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둘러보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도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처럼 오픈AI가 AI반도체 제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몸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반도체 생태계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AI반도체 중 고부가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경우 세계 1, 2위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90%가 넘는다.

오픈AI 입장에서도 HBM 분야에 독보적인 지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꼭 필요하다.

특히, 삼성전자는 HBM과 파운드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수 있는 만큼, 자체 AI 반도체를 구축하려는 구글과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반도체 파트너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HBM3메모리 [사진=SK하이닉스]
HBM3메모리 [사진=SK하이닉스]

 

삼성전자-하이닉스, HBM 고도화로 저전력 AI 구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고도화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며 파트너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키워드는 저전력 AI 구현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 스페인에서 열리는 올해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반도체 전용 부스를 꾸려 HBM과 AI반도체 등 차세대 제품을 선보인다. 메모리 부문에서는 올 상반기 양산 예정인 차세대(5세대) 제품인 HBM3E를 비롯해 업계 최초로 개발한 LPCAMM과 GDDR7 등을 공개한다.

SK하이닉스는 MWC에서 반도체 등 제품을 전시하지는 않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참석해 미래 고객사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저전력 HBM을 구현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본딩'이라는 새로운 기술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과 기판의 연결 통로인 범프(가교)를 없애고 구리(Cu)로 직접 연결하는 차세대 본딩 기술이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기존 방식 대비 입·출력(I·O) 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I·O가 늘어나면 그만큼 데이터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정부도 우리 기업들이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5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My Chip 토크 콘서트'에서 적은 예산으로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AI 영역을 공략해야 한다며 저전력 AI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저전력 AI 계산기를 만든다면 알트먼 CEO의 모금액과 사업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며 "온디바이스 AI가 뜬다고 하는데 이는 훨씬 더 저전력, 저에너지로 가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30년까지 국산 AI 반도체를 단계적으로 고도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저전력·고성능 AI 반도체를 활용하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과 성능을 검증하고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종호 장관은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민생토론회 사전브리핑에서 "팹리스 기업이 밀집된 판교를 중심으로 우리의 메모리 반도체 역량을 활용해 저전력·고성능의 국산 AI 반도체를 개발·실증하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클라우드 시스템에 들어가는 부품들의 에너지 소모가 굉장히 심하다"며 "저전력 반도체를 연구한 사람으로서 우리가 저전력 AI 반도체를 잘 활용해서 클라우드를 만들면 경쟁력이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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